니나 라쿠르가 마린을 통해 전한 것처럼, "외롭다"는 말은 굉장히 볼품없고 쓸쓸해야한다. 그래야 실제로 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더 정확하고 솔직하게 그것을 마주 대할 수 있다.
외롭다는 표현은 그 의미 자체로 표현되기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가보다.
그래서 우리는 외로움을 찬양하고, 그것을 꾸미며, 화려하게 수식하는 음악과 작품들을 만나나보다.
마린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를 고립하기로 작정한다.
그녀는 너무 어릴 때부터 그녀의 마을 사람들과 할아버지에게 "상실"을 기억나게 하는 존재였다.
그녀를 보면 바닷가에 서핑하던 사람들은 꼭 '엄마를 닮았다며' 그녀에게 조개를 전해주거나 또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그녀의 엄마에 대한 말을 아꼈고,
엄마의 사진과 유품들을 자신과 공유해주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그녀의 유일한 피붙이였으나,
가장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가장 먼 사람.
같은 공간에 살지만 서로의 공간은 철저하게 구별되며
개인의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는 모르는 체, 또 서로 묻거나 확인하지 않은 채
상실의 순간들을 알게모르게 공유하는 관계.
마린은 자라나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한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볼 때 언제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렇게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추억과 연민에 소비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독백과 생각들을 조용히 읽어내려가다 보면,
마음 속에 웅크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의 방,
자신의 기숙사 방인데도 한나만큼 자유롭게 꾸며놓지 못한 벽,
사무치게 외롭고 두려운데도 선뜻 자신의 단짝이자 연인이었던 친구의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그 마음.
소설에선 여러 표현들을 통해 그녀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확신이 없는지,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의 존재로 여기는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