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2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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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이 글은 아르센 뤼팽은 스무살의 기록이고 동시에 첫 모험의 기록이며, 첫 사랑의 기록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뤼팽의 모험이 놀랍다거나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에 대한 감상이 아닌,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뤼팽은 '과거'가 있는 남자였다. '아르센 뤼팽'은 숨겨진 이름이었고, '라울 당드레지'로 살아가고 있었다.


"....라울 당드레지... 아르센 뤼팽... 한 조각상의 두 얼굴! 이 중 어떤 것이 살아 있는 자들의 태양으로, 영광으로 빛을 발할까?"


뤼팽, 아니 아직은 라울인 '그'는 나쁜 남자였다. 클라리스의 마음을 훔치고 나서 조세핀을 만나고 그를 책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라울 당드래지는(훗날 아르센 뤼팽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지겠지만 일단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 이제껏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기회가 없었다기보다 시간이 없었다. 야망에 불타기는 했으나 명예와 재산과 권력에 대한 꿈을 어느 분야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뤄야 할지 알지 못했던 라울은 언제든지 운명의 부름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도록 모든 방면에서 전력을 다했다. 지성, 재치, 의지력, 신체적 민첩함, 근력, 유연성, 끈기 등 갖고 있는 모든 재능을 최대한 계발했으며 노력하면 할수록 그 한계가 물러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한 여자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며 자신의 사랑을 열렬함을 고백한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신비한 여인인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아니 그 부인의 딸, 조제핀 발사모, 아니 조진. 그리고 남자는 이 사랑이 첫 사랑이며 영원할 것이라 말한다.

 

 

누구나 능력껏 살아가는 법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기적이란, 이해되지 않는 일을 일컫는 말이지. 예를 들어, 우리가 80킬로미터를 하루 만에 주파했다고 쳐.... 당신은 기적이라고 감탄하지.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 거리를 뛴 것이 두 마리 말이 아닌 네 마리 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야...."


여기서 양면적인 인물들이 몇 나온다. 라울과 뤼팽이란 두 이름을 가진 남자와 보마냥이라는 신부이지만 욕망 넘치는 남자, 그리고 여러 이름을 가진 성모와 같은 얼굴을 한 냉정한 여자 조진. 그녀에게 많은 이름이 있지만 난 조진이라는 이름이 제일 '그녀'스럽다고 생각한다.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보다 말이다.

책을 읽으며 처음엔 나쁜 남자 라울을 보았고, 그보다 지나서는 조진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얼굴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여자의 지적 매력에 말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나쁜 남자 라울의 매력을 보았다.


마음 속 깊이 라울은 자문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장 냉혹한 적은 자기가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고 있으며 또한 자기를 열렬히 사랑하는 이 온화한 얼굴의 여인이 아닐까 하고.


이 여자는 적인가? 도둑? 어쩌면 살인범인가? 아니었다. 그저 여자, 무엇보다 여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대단한 여자란 말인가!


조진과 라울의 관계는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 둘은 연인이며, 라이벌이며, 적이다.


실제로 아르센 뤼팽의 첫 모험이라기 보다는 뤼팽이 되기 전 '라울'의 첫 모험이랄까? 두 이름을 가진 자신만만하며 실제로도 능력있는 한 젊은이의 사랑에서 시작된 엄청난 모함이랄까? 이 글은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것은 책의 말미에 있는 에필로그였다. 그 짧은 글은 다음 내용의 예고편이었으며, 뤼팽의 일생을 말해주는 듯했다. 그 에필로그로 인해 나는 다음 권에서도 뤼팽을 만나게 되고, 다시 한 번 그의 매력에, 모험에 빠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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