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협박당하는 것은 범죄인가요? 1 - S Novel
사가라 소우 지음, 모모코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단평 : 이 작품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딱히 취향에 맞지도 않았습니다. 태클 걸고 넘어갈 부분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스포주의)-------------------------------
등장인물 
1. 텐진 : 학원상근강사, 27세, 투잡중, 히키가야 하치만 같은 녀석...
2. 세이카 : 본 작품의 히로인? 중3, 두뇌명석, 용모수려, 소설을 쓰기 위해 텐진에게 자문을 구하는 중 
3. 린 : 텐진이 맡은 반의 여학생, 귀여운 초5
4. 히라리 : 텐진이 맡은 반의 여학생, 어딘가 멍한 초5,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하나 머리는 똑똑
5. 쿈야 : 텐진이 맡은 반의 남학생, 활달하며 머리도 꽤 좋은 듯, 깝쭉대다 혼나기 일수
6. 샤크 : 학원시간강사, 텐진의 동료, 텐진에게 친근하게 구는 여대생

줄거리 : 27세의 학원강사인 텐진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에 대한 열혈을 죽이고 산다. 더욱이 일하는 곳의 작업환경은 최악으로, 학원의 대빵은 노-력만 강조하는 열혈남에 직장인 학원은 업계에서 매우 괴랄한 취급받는 곳이다. 
 그렇기에 적당적당히 살던 그에게 갑자기 파란이 찾아오는데...다름아닌 초5 아이가 갑작스럽게 부비부비하는 장면을 세이카에게 찍힌 것.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세이카는 자신의 소설 집필에 도움을 줄 것을 강요하는데....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파란이 생긴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장인 학원에도 큰 파란이 다가오는데...
 
 과연 텐진은 중3의 협박과 직장이 사라질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감상평.
 일단 태클부터 걸고 시작하면...세이카가 쓴 글에 대해 텐진은 '팔리지 않을 작품이지만 재미있다!'라며 큰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독자인 저는 세이카의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냥 텐진의 감상평이 저러니,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 밖에요. 바꿔말하자면 '뭐가 대단한건데?', '아니 팔리지 않을 작품인데 재미있을 수가 있나?', '장난해?' 이런 생각이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그냥 작가가 '대다내~~'라고 썼다고 독자들 역시 '그렇구나!'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또 주인공이 학원의 위기를 해결하는 장면도 위와 유사합니다. 말은 번지르하게 잘했는데, 그 다음에 부모로부터 인정은 왜 받은겁니까? 절정의 위기를 그렇게 얼렁뚱땅 해결하고 넘어가도 되는겁니까?!
 그래놓고 귀여운 로리들을 다수 등장시켜서 이런 문제의식을 흐려버리다니... 이 얼마나 망작이랍니까.



하고 감상을 끝내기에는 이 책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1. 리얼리티. 이 작품에는 후기는 없고, 대신 용왕이 하는 일!의 작가님의 해설이 담겨있습니다. 용왕 작가님은 이 책에 로리 + 리얼리티, 즉, 로리얼리티가 있다고 강조하셨는데요...저는 사실 그보다 더 넓게 학원 전반에 대한 리얼리티가 정말 높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시간강사(알바)시절에 높은 시급에 혹해서 상근강사가 된다.'라던가, '정신론을 강조하며 시간 외 업무를 시키려는 상사'라던가, '아이들에게 화를 내나 결국 흐물흐물하게 끝내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라는 등... 정말 이 작가님이 작품 준비기간 동안 학원강사로서 1년 정도 일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리얼리티가 높았습니다. 
 저 역시 지금도 학원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리얼리티가 정말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고, 그렇기에 이 작품에 정말 푹 빠졌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다 없다를 넘어서서 너무 사실적이어서 말이죠.

2. 철저한 주인공 중심의 시점. 요즘 라노벨들은 너무 친절합니다. 툭하면 화자를 바꾸기 때문에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덕분에 히로인들이 주인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아주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수두룩하죠. 
 하지만 이 작품은 다릅니다. 독자는 철저하게 주인공 중심의 시각에서, 주인공이 보는 것, 주인공의 사고방식에만 의존합니다. 그렇기에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더 몰입되고 생각 할 거리도 많아집니다. 
 
 사실 어떤 서술방식이 좋은지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작품의 특성에 맞는 서술방식이 가장 좋은 거겠죠. 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친절한 라노벨들을 읽다가 꽤나 불편한 이 책을 읽음으로써 좋았습니다. 

3. 작가님 특유의, 은근히 어두운 전개. 사실 작가님의 데뷔작인 변웃고를 9권까지만 봤습니다. 즉 완결까지 안 봤습니다. 변웃고가 갈수록 막장이 되서 중도하차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손에서 내려논 것은 순전히 은글슬쩍 피어오르는 어두움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님의 작풍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당장 이야기는 주인공에겐 더이상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 채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1권도 읽다보면 꽤나 암울한 요소들이 눈에 띕니다. 
 흔히 다른 라노벨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사이다 터질지, 그래서 어떻게 기분좋아지게 될지를 생각하면서 읽지만, 이 책은 '언제 어디서 훅- 떨어질지'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읽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훅- 떨어지는 구간이 이 책에 몇 번이고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는 긴장감을 놓칠 수 없습니다. 
 요즘 흔한 이세계라노벨은 책의 시작에 비해 후반에 주인공이 더 좋은 무기, 새로운 히로인, 더 높은 명성을 얻고 끝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스토리 내내 자꾸 떨어지다보니 이야기의 끝이 시작보다 더 나아진 상태가 아닌, 원상복귀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아니 오히려 사건을 거치면서 달라진 관계들때문에 시작과는 또 다른 불안감, 혹은 긴장감을 갖고 끝나게 됩니다.

 이런 작풍이 모든 독자들에게 호평받을 거 같지는 않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비슷한 작풍을 지닌 변웃고에서는 하차했으니깐요. 하지만 현실을 배경으로, 그것도 사회인의 이야기도 다루는 이 책에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은 평범한 일상의 반복같지만, 실상은 어제와 오늘은 그리고 내일은 전혀 다른 관계와 사건들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4. 일러스트. 이러한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작풍, 더욱이 어두운 기운도 풍기는 작풍은 당장 과거의 저에게도 그랬듯이 어떤 독자들에게는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러스트가, 특히 초등학생 일러가 이런 요소를 중화시켜주고 있습니다.
 당장 컬러 일러에서 세이카가 텐진의 묘한 사진을 찍는 그림은 매우 코믹하게 그려져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일러는 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를 안심시킵니다. 

 그렇다고 일러스트가 이 작품의 고유의 맛을 해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일러와 이야기의 갭을 줌으로써 어떤면에서는 더더욱 작품의 맛을 높이고 있습니다. 
 결국 일러가 참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5. 복선. 끝으로 이 책은 1권을 다 읽었는데 어째 해소된 궁금증보다, 의문인 채로 남겨진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주인공이이 겪었던 일은 무엇이며, 담당 반의 아이들은 왜 주인공에게 호의적인지, 왜 이딴 학원의 톱은 아직도 살아남아있는지, 과연 히로인은 존재하는지, 그리하여 이 책이 진짜 러브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지, 학원은 살아남을지, 컬러 일러에 그려진 아이들 중 왜 한 명은 소개조차 안 된 것인지 등... 아직도 수많은 의문점이 남아있습니다.
 때문에 2권이 기대됩니다.


총평 : 변웃고 작가님 다운 책,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라노벨, 그리고 작품 고유의 재미가 있던 책. 때문에 다음이 기대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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