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정환정 글.사진 / 남해의봄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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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신없이 지내다, 오랜만의 여유로웠던 휴일을 맞아 책 한권 들고 산책을 나갔다.

마침 손에 든 것이 이 책이었다.

어느덧 여름이 코끝에 걸려 한 시간 남짓 걷다 눈에 보이는 공원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요즘 요리나 맛집에 관한 책은 많은 정도가 아니라 쏟아져나올 정도이니, 크게 기대 안하고 그저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별 생각없이 집어온 것인데...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산책은 미뤄두고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남해안의 풍부한 재료들만큼이나 맛깔넘치고 담백한 저자의 글맛하며, 사진들하며.

더 읽고 싶은 마음에 결국 가까운 카페로 향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단순히 요리 레시피나 재료 설명보다는 각각의 음식에 담긴 에피소드, 알콩달콩한 부부 이야기부터 인생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You are what you eat. 나는 재료를 선택하고 요리하고 먹는 방식을 통해 한 사람의 삶과 정서를 엿볼 수 있다고 믿는다."

라고 밝히듯, 하나의 요리(혹은 재료)를 통해 자신과 주변의 삶과 정서를 맛깔나게 담아놓은 것이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요즘 많이들 말하는 소울 푸드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들 부부가 매일 만나고, 손질하고, 지인들 혹은 길 위의 인연들과 함께 나누는 음식들이 바로 소울 푸드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이르른다.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지점은, 이 책이 이들 부부가 서울에서 살다가 남해 통영으로 이사하고부터 써내려간 지역사회 정착기이라는 것이다.

책 중에 "거기서 뭐 먹고 사냐?"고 물어오는 친구들에게 나는 "늬들보다 훨씬 좋은 거 먹고 산다"고 대답했다는 재미있는 구절이 있는데(심지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농담같지만, 실은 이게 나는 진심으로 들린다.

매일 먹는 밥상에 삶과 정서를 담을 줄 아는 이들 부부이기에,

요란하고 화려한 겉치레보다는, 소박하고 담백하며 여유로운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었던 것이 아닐까.

 

단순한 음식에세이, 혹은 여행에세이(통영, 거제, 남해, 여수, 순천, 하동, 진도 다양한 남쪽지역의 음식은 물론 여행관련 팁도 포함하고 있으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동 녹차처럼 "은은한 사람의 향"이 나는 책이다.

 

덧, 책 맨 앞과 뒤에 시원하게 남해안 지도 따라 그려진 일러스트가 글과 너무 잘 어울린다.

딱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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