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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함께 읽기다 -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이야기
신기수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해 보자. 사실 이 책은 ‘함께 읽기’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읽지 못했을, 않았을 책이다. 우선은 책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다음으로 책에 대한 책이나 독법에 대한 책은 내게 있어서는 자기계발서와 함께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혐오 부류에 속한다. 아니, 왜, 책을 읽는데 가이드 책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마음이 가거나 필요에 의해 찾아보고 읽고 그다음에 좋아하는 작가나 출판사가 생기면 이어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본인의 취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이들이 기대는, 공부할 때도 자습서 먼저 보는 학생 같은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가끔 남들은 어떤 식으로 독서를 하나 호기심이 생길 때면 펼쳐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읽기 전에도, 또 목차와 머리말을 보면서도 별 기대가 없었다. 책소개에서도 독서 입문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기 때문에 내가 일차 독자는 아니겠군, 하는 오만한 마음으로 내려다보며 술렁술렁 읽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부닥친 문장이 있다.

“독서토론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익히는 과정이다.” (p.30)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턱.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책에서 얻은 경험을 재해석하고 삶의 궤적으로 남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감의 부족이다. … 당연히 공감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간접경험의 확률 또한 높아진다. 문제는 공감력이 부족한 독자, 어떤 책을 보든 자기 문제가 아니면 몰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p.45)

“가장 뒤에 있는 아이와 손잡고 가자.” (p.70)

함께 책을 읽을 때마다 종종 느끼는 건데, 정말 사람은 모두 다른 존재구나, 싶다. 감정이입하는 인물도 다르고, 어떤 장면, 심지어 해석에 여지가 있는 책의 경우에는 결말까지 다르게 이해하고, 완전히 다른 독법을 가지고 각자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읽었다. 혼자 읽을 때는 도저히 이해 안됐던 인물도 같이 읽으면 누군가 그 인물의 대변인이 되어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현상을 ‘다르다’를 익히는 과정이라고 정리한 문장에서 멈칫하고, 몇 장 더 읽다가 독서란 공감력의 문제라는 말에서 또 맞다고 생각하고, 70쪽의 문장을 보다가 헉, 하고 뒤통수를 맞았다. 그러니까 내 문제는 지나치게 혼자 읽기에 익숙해져 독서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는 입문자에게 손을 내미는 걸 싫어했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이젠, 함께 읽기다.”라고 주장하듯이 책제목을 지은 건 나처럼 홀로 만족했던 이들에게 함께 손을 잡고 서로를 읽는 방법으로서의 독서를 해보자는 의미였을 거다. 물론 이전에도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기를 하고 있었지만 방법만 공독(共讀)이 아닌 자세의 공독부터 지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독서의 가장 큰 효용은 서로의 다름을 이음하는데 있을테니.

 

책소개가 함참 늦었다. 총 5부로 이뤄진 이 책은 숭례문학당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이 독서를 ‘함께’하면서 겪은 활동과 경험을 풀어냈다. 그리고 공독에 대한 얘기이니 만큼 네 명이 공저를 했다. 실상은 더 많은 저자가 숨어 있다. 어떻게 이 모임이 생겨났는지, 함께 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지, 독서토론이 영화, 여행, 가족, 낭독 등과 엮였을 때의 모습은 어떠한지, 참여자뿐 아니라 리더로 섰을 때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독서모임을 운영할 때 어떤 책을 선정하고 실제로 진행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의 실례가 풍부하게 녹아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단위로 독서토론을 해오고 있는 사례가 인상적이고 부러웠다. 무늬만 공독자였던, 공감력 부족한 독자를 공독에 공감하게 한 책이었다. 내려 보던 눈은 이제 높이를 맞춰 나란해졌다. 나 같은 공독 초심자들에게 권해본다. 세종대왕이 글자를 모르는 백성을 어여삐 여겼던 그 마음을 갖고 읽기의 기쁨을 같이 누려보자. 그래, 재밌게 함께 읽자.

 

덧. 저자들의 강연에 가서 들은 얘기를 애민의 마음으로 덧붙여 본다. (소곤소곤. 반쯤 농담이었지만 다음 책은 ‘이젠, 함께 쓰기다’ 래요. 제대로 재밌게 살기 위해 rws 운동- Reading, Writing, Speeching-을 펼쳐왔던 숭례문학당이기에 어쩌면 3부작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제 짐작도 살짝 말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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