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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붓다를 만나다
정용선 지음 / 빈빈책방 / 2022년 7월
평점 :
이 책으로 인해, 100자 평이 아닌 마이리뷰를 난생 처음 길게 써본다. 이 책은 그만큼 단순히 감동을 넘어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젊은 시절, 실상에 대한 의문을 한가득 품고 진리를 찾아다녔던 적이 있다. 진리를 깨닫고 흔들리지 않는 평온을 얻고 싶은 열망이 절실했었다. 그때 장자를 접했고, 불경도 만났었다. 하지만 장자는 그 비유와 상징 속에서 헤매다 접었는데, 해설서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불경은 천수경과 금강경을 들여다 보았지만 그 역시 어려워 근기를 탓하며, 그 자체를 암송하는데 매달렸던 것 같다. 물론 그 암송은 그 자체로 잠시나마 평온을 얻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불교가 '사유'의 철학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더불어 장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의 사유를 따라 방대한 불경들을 헤치고 요체에 접근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마치, '부처에 이르는 길'('부처의 눈'을 뜨는 길)을 안내받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건 감동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가슴에 물과 같은 고요한 평온이 밀려드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의 독서가 절실함에 비해 사유가 진전되지 못했던 까닭으로 내가(아마도 우리가) 서양식의 논리적 접근에 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상징과 비유는 그렇다 쳐도 생략과, 어떨 땐 비약처럼 보이는 내용들을 따라다니다 길을 잃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 아닌가 싶을 만큼 때로는 자세한 주를 달아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사유의 단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답하며 전개를 해 놓았다.
서문을 지나 첫 장을 열면 불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낯선 용어들로 인해 조금 당황활 수도 있겠다. 하지만 2~3페이지를 지나면 그건 곧 익숙해지고 저자가 안내하는 사유의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밤마다 조금씩 다시 읽는 것은 지금 내게 상당한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