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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터-리뷰 -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조대한.최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책을 좋아하지만 편식하는 편이다.
초등학생 입맛처럼 내 입에 맞는 걸 즐겨보고 좋아하지 않는 건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건 소설, 에세이, 자기 계발 도서이고
싫어하는 건 경제, 고전 소설, 시이다.
하지만 편식하면 건강한 어른이 되지 못하니 어디 한번 골고루 먹어볼까? 라는 마음을 먹을 때
좋은 기회로 이 책을 협찬받았다.
사실 시를 읽으면 ‘이게 뭔 소리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내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그 작가의 의도를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바로 인터뷰를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문학평론가 조대한, 최가은 님이 시를 소개하고 저자를 초대하여 그 시에 대해 인터뷰를 나눈다.
이해가 안 갔던 시의 내용이 저자를 통해 알려주니 쉽고 확실하게 알게 된다.
재미있는 건 시를 보면 워낙 함축적인 표현을 하다보니 시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독자도 있다는 것이다.
투명한 집
정재율
얼음 속에는 단단한 벽이 있어
나는 그 너머로 집 한 채를 볼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고 싶다
자꾸 무너지는데도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아이처럼
인기척이 느껴지면
사라지는 벌레처럼
주머니엔 사탕 봉지가 가득하다
끝이 닳아버린 운동화와
홈이 맞지 않는 문턱들
그 아이의 사정은 모두가 알았다
커튼을 쳐도
들어오는 빛처럼
아이가 아픈 이유는
집에 큰 어른이 없기 때문이라고
얼음을 탈탈 털어먹으며
이야기하는 이웃들
아이는 나뭇잎을 주워
주머니 속에 구겨 넣는다
외투 밖으로 삐져나온 소매를
안으로 넣으면서
슬픔이 뭔지도 모르고
그새 자라 있다
창문이 깨지는 순간은
거미가 줄을 치는 모습과 비슷하고
아이가 바깥으로 밀려난다
영혼이
그곳에 있는데
귓속에서는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유리알 파편처럼
집이라는 건 다 부서지는데도
자꾸만 모으고 싶어진다
※ 정재율 시인의 시는 [문장 웹진] 2020년 3월호에서 가져왔다.
정재율 시인의 [투명한 집]을 보면 ‘주머니엔 사탕 봉지가 가득하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조대한 님은 사탕 봉지를 다 먹고 남은 빈 봉지로 해석했고 최가은 님은 사탕이 들어있는 봉지로 해석했다.
나도 두 분의 말을 듣고 오잉? 그러게 진짜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인 정재율 님은 다 먹고 남은 빈 봉지의 의미를 썼다고 한다.
뭔가 웃기면서도 저자가 바로 답을 해주니 속이 시원했다.
이렇게 작품과 저자가 함께 있으니 내가 받은 생각과 작가의 의도를 비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처럼 시가 아직 어색하거나 관심이 없던 분들이 읽어보면 관심이 더 생길듯하다.
시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이 포스팅은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