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역시 세상은 넓은가 보다. 이 지구상 어딘가에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도시가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특히 아직은 가난한 나라로 이해하고 있던 인도의 어딘가에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행복 추구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저자가 돌아본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곳에서는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해봤으면 하는 것들을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동안 너무도 당연시해왔던 현대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연을 아끼고 더불어 살아가며 공산주의도 아니고 자본주의도 아닌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들이 신선해 보인다. 물론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욕심으로 채워지는 모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주인없는 가게에서 필요한 물품만 필요한만큼 가져가는 모습들이나 자신이 안쓰는 물건들은 갖다두고 서로 돌려가며 사용하는 모습들도 물질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대인에게 큰 물음을 던지는 듯 하다. 물질적으로 풍부하면 행복하니? 명품을 사면 행복하니? 하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저자가 묘사한 아이들의 모습도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맘껏 뛰어놀기도 하고 자연과 벗삼아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는 부분은 부모로서 굉장히 부럽게 만든다. 천안함 사건을 기억하는 어린 아이보다 자연의 형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길 누구나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해 소소한 일상의 일들도 모두 같은 가치로 보고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괜찮아 보인다. 하는 일의 상중하가 없이 모두 소중한 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일을 인정하는 것. 그런 점은 우리 사회도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나도 도시 생활에 찌들어서일까. 너무나 영적이면서 도시 생활의 반대편으로 가는 모습이 정말 옳은 것인지 의아해지기도 한다. 지금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일 까 하는 의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른 생활을 상상해보지 않아 지금의 생활과 다른 오로빌에서의 생활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언젠가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던져진 행복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서 살 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풀어볼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을 터. 평범한 생활의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생과, 전생을 헌신하여 이루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생. 두 가지 모두 인생을 특별한 선물로 만드는 중요한 방법들일 것이다.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더 좋은 삶이라고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일 뿐이다. 다만 스스로 선택한 운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언제나 가장 중요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