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 - 꽃길에서 얻은 말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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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 야생화를 알게 되었고,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해 취미가 등산이 되어버린 이후에는 산길에서 야생화를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몇년 전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산솜다리를 만날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 매년 여름이면 산솜다리와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한다.

 

산길에는 이름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정말 많은 꽃들이 산재해 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그 꽃은 늘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설악산이나 아니면 다른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이라는 책을 통해, 활자를 통해 그 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자의 꽃 이야기까지 곁들어져 있어 더 흥미롭다. 때로는 문학으로, 때로는 신화로, 때로는 성경으로, 때로는 자신의 시적 감성으로, 때로는 유행가 가사로 꽃을 이야기한다.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특별한 감성으로 꽃을 대하는 자세이다. 너무 진지하고 여린 감성으로 접근하고 있어 무너질 것 같은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 감성이 나에게는 매우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꽃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여겨졌다. 아쉽다면 더 많은 꽃들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에서 특히 나에게는 '고고한 은수자 같은 큰앵초(태백산)가 마음속에 자리했다. 저자의 글처럼 태백산 어느 숲속에 있는 큰앵초의 모습이 제대로 내 마음속에 그림으로 그려졌다. “골짜기 가까이 숲에서 고즈넉이 만난 앵초의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수줍은 고백은 매번 더없이 감미롭다. 사람들의 마을에서는 보기가 어려워 더 애틋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개울가에서 처음 앵초를 본 후 나중에 태백산에서 큰앵초를 만났다. 앵초가 옹기종기 와글와글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수다라면 설앵초는 고고한 은수자 같은 자세로 깊은 산 침묵 속에 머물렀다.”(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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