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필립 얀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전염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 실존의 두려움과 고난을

부단히 하나님께 묻고 있는 책.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변이 바이러스가 몇 차례 출몰하고 있으며, 백신을 맞았어도 그것은 안일한 방역 준수로 더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것과 동시에 두려움이 여전히 잔재한다. 마스크를 잠깐 벗었다고 혹시나 걸릴까하는 작은 염려부터 시작해서, 평소에 있지도 않던 몸의 이상 증상들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미 확진자가 됐다는 듯이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고는 한다. 그것이 오늘날 뉴노멀의 한 부분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면서 저명한 기독교 문학 작가 필립 얀시는 과거 영국의 시인이자 성직자인 존 던을 불러들인다. 그가 처한 상황은 우리와 닮았지만 또 다르다. 그가 살던 시대 역시 전염병에 장악되었지만 더욱 끔찍한 사상자의 수를 기록했다. 그가 경험하는 불우한 인생은 누구나 겪는 작은 불행을 넘어 자살우울증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이 맞춰질 정도이다. 분명한 것은 저자가 단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를 초청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존 던이 병상에서 철저한 고뇌를 바탕으로 기록한 비상시의 기도문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의역하여 30일간의 묵상집으로 만들어냈다. 전염병에 걸린 이의 마음과 상황이 단계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면서 그 감정의 표현은 적나라하다. 자신의 아픔을 힘껏 토로하면서도 묵상과 기도로 다시금 하나님께 엎드리며 순응하고 소망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존 던의 고뇌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샌가 내가 갖고 있던 이해는 사뭇 달라진다.

 

하나님의 삼위일체성을 세밀하게 느끼려 하던 그와 같이. 스스로 자족하여 아무것도 필요치 않는 분이면서도 우리를 필요로 하시는 등 절대자의 양가성을 다양하게 발견하던 그와 같이. 자기가 누운 병상을 하나님께 예배하는 제단으로 이해하고, 질병으로 인해 몸에 생겨나는 증상으로의 반점을 주님께로 이끄는 하늘의 별들로 이해하는 등 인간의 시선을 그분의 관점으로 바라보려는 그와 같이. 내가 겪는 두려움과 고난의 의미 또한 점차 변화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를 대신하여 부단히 하나님께 질문하고 사색하던 그로인해 우리는 예상치 못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결국 이 책의 깊은 통찰들에 한 가지 결단을 하게 된다. 어떤 고통의 순간일지라도 임마누엘의 하나님은 분명하게 우리와 함께하신다. 그러나 그것을 감각하기란 쉽지 않다. 감각이 가능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렇기에 그것을 실현하는 것으로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웃의 곁에 한없이 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누군가가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나는 최고의 인생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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