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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평점 :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제목 보자마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했어요.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배경에 숨은 과학찾기.
시대에 따른 과학이야기를 알 수 있고요.
과학 좋아하는 아이에게 더 풍부한 이야기도 해줄 수 있어 일석이조였어요.
무엇보다 곽재식교수님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웠어요.
곽재식교수님께서 고전과 함께 과학이야기를 알려주시는데요.
-길가메시 서사시
-일리아스
-변신 이야기
-천일야화
-수호전
-망처숙부인김씨행장
-걸리버 여행기
-80일간의 세계일주
-오 헨리 단편집
-무기여 잘 있거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픽션들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총 13개의 고전과 함께 과학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을 문과와 이과라는 두 가지 인간형으로 나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로 서문을 시작하는데, 저는 문과 이과.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아이를 판단하지 않는데, 주위 사람들은 나누더라고요. 특히 첫째 아이를 보자마자 학원 선생님들께서 이과형 아이라고 하셔서 아직 자라는 아이에게 뭔가를 결정지어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살면서 바뀔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할까 하는 생각을 종종해요.
작가님은 제도를 나누어 놓은 것 뿐인기에 이과, 문과로 나누지 마라고 하셔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어느 날, 일본의 공무원 몇이 입시 제도에 맞춰서 적당히 갈라놓기로 한 기준이 문과와 이과이고 그것이 한국으로 넘어와서 비슷비슷하게 계승되어 온 것일 뿐이다. 라고요.^^
소설이나 전기 속에서 진기한 과학 이야기를 찾아보는 건 너무 재미있는 일이죠.
5살 둘째 아이도 좋아하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 대인국, 라퓨타, 휴이넘을 16년동안 여행을 하잖아요.
소인국만 소개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인국, 라퓨타, 휴이넘까지 읽게 되면 당시 세계를 얼마나 풍자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데요.
13개의 고전 중 걸리버 여행기와 항해술에 대해 소개해요.^^
조선왕조실록 1503년 음력 5월 18일 기록에는 세계사를 바꿨다고 평가해도 될 조선의 화학자 두 사람이 소개되어있는데요.
김감불과 김검동이라는 평민과 노비에요.
납에서 은을 뽑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기에 임금이 시험해 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때 임금이 악명 높은 연산군이었던것을 생각하면 두 사람의 기술은 어느 정도 성공을 했을거에요.
실제로는 납에서 은이 아니라 납 속에 섞여 있는 소량의 은을 뽑아내는 화학 기술을 이용했다는 뜻인데요.
실제로 납과 은은 섞인 채로 돌 속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16세기 초에 연은분리법(단천연은법)이 성공했다는 것은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하죠.
그런데
정치적,사상적인 이유로도 연은분리법에 대한 관심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았던 조선 조정에서는 주로 사치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은에 집착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은이 많이 난다는 소문이 나면 강대국들의 요구에 곤란해질 수도 있고요.
결국 조선의 연은분리법이 꽃을 피운 곳은 조선이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이었어요.
16세이 일본인들은 경쟁적으로 많은 은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일본 이와미지역 사람들이 조선에서 온 경수, 종단 두 사람으로부터 연은분리법을 입수해요.
일본은 에도 시대에 다시 쇄국정책이 시작되어 외국과의 교류가 줄어들기 직전까지 대략 100년 동안은 상당히 활발하게 유럽 각국과 교류했어요.
이 때 유럽은 이슬람 세력에 의해 아시아로 통하는 길이 막혀버리고, 바다를 통해 배를 타고 돌아가는 길을 찾는 발상을 하게 되죠.
아직 항해술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배를 통해 대륙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일본으로 가려다 조선으로 표류한 네델란드의 하멜표류기가 있죠.
기록을 보면, 하멜은 조선 조정 관리들에게 일본 나가사키로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나중에 결국 조선을 탈출해서 간 곳도 일본의 나가사키였어요.
18세기 초에 나온 영국 풍자 문학의 걸작인 걸리버여행기에도 주인공 걸리버가 일본인 네델란드인이 한패가 되어 몰려다니는 해적을 만나 배를 빼앗기고 표류하는 장면이 나와요.
1부 소인국 릴리퍼트에서는 삶은 달걀을 어느 쪽부터 깨뜨려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혹독한 논쟁을 벌였고 커다란 전쟁을 겪었는데요.
나라간의 전쟁이 이처럼 무의미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이죠.
2부 대인국에서는 100년 살까 말까 한 현실 세계의 사람들끼리 누가 더 잘났다 몼난다며 아웅다웅하는 것도 결국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요.
3부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는 학문과 지식이 크게 발달한 나라인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환상적이고 추상적인 지식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는 부유한 사람들을 보며 현실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사상과 철학 자체에만 집착하는 지식인들과 학자들을 지적했어요.
4부에서는 사람보다 더 나은 말들이 사는 나라인 휴이넘을 돌아다니며 사람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나쁜 행동들을 노골적으로 지적하죠.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유독 네델란드인들이 악당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걸리버 여행기의 무대인 태평양 지역에서 작가의 조국인 영국이 네델란드에 밀리고 있었기 때문일거에요.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걸리버 여행기 책에 그려진 지도에 한반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동해를 'Sea of Corea' 라고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아마도 일본인 중에서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동해를 한국해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에요.
고전과 과학을 소개하며 한국인에게는 그런 과학기술이 어더너 연향을 미쳤는지 함께 알려주셔서 그 시대의 우리나라까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먼 과거부터 현재까지 바뀐 세상을 시간 여행하듯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모든 분들께 추천드려요.^^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서평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