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그림자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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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고른데에는 표지가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제목도. 

유리그림자라는 한결 낯설은 단어와 새들의 그림은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주문했고,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짧다. 두께도 얇으며, 그중 절반은...작가론이다! 사실 작가론은 매우 싫어하고, 책 내용의 양을 따지는 나에게 있어서 이건 치명적인 감점요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분나쁘다거나, 돈이 아깝다거나 하는 감상은 남지 않았다. 

그저 유리로 만든 작은 박새가 하늘로 날아가는 걸 보는 듯한 감상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이미 놓아버린 것에 대한 아련하면서도 흐뭇한 기분이.

내용에 대해서 별다른 이야기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짧기도 짧거니와, 무슨 말을 하든 이 책에 대한 언급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란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만 말하자면, 어린 시절 보았던 풍경이 와 닿는 듯한 느낌이 남는 소설이었다. 구름이 흘러가고, 친구들은 멀리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고, 나는 여기서 누군가를 부르며 웃고 있는 듯한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의 내용은 전적으로 내가 겪은 것도 아니고, 작가의 경험이 소설이 되어 나왔을 뿐이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작가가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나는 내 십년지기 친구를 떠올리며 그 얼굴을 상대에게 붙여보았고, 작가가 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어린 시절 유난히 나와 친했고, 내 친구상대였던 개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그랬지 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꼭, 기억을 공유하는 친구와 함께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잖아~라며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내 나이 고작해야 20대 후반을 들어섰건만, 이미 작고한 소설가와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이야기를 한다니,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람은 다 그렇구나, 누구나 이런 시절이 있고, 언젠가는 웃으며 공유할 부분을 가지고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다만, 나만의 깨달음이긴 하지만. 

  

 

인생의 깨달음이라거나, 삶의 지표라거나 그런 거창한 소리는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같은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는 친구, 정도는 되지 않을까. 

가시는 길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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