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기사 9
미즈카미 사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유히는 어느날 아침 말하는 도마뱀 노이를 만난다. 이 말하는 도마뱀이 던진 한마디는 '지구를 구할 용사가 되어라!' 였다. 자신이 지구를 구할 용사 중 한명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히는 동료들을 찾아 공주를 보호하고, 파괴신 아니무스를 막아서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는 개뿔... 

  사실 이 만화를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위의 저 내용소개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1. 공주는 절대! 보호받지 않으며(오히려 적을 쓰러트리는데 가장 큰 주력이다) 

2. 유히는 지구를 구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오히려 멸망한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노이에게 넌 지구의 멸망을 지켜보기나 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는 점이다. 

  시작하면서부터 진부해보이는 고전을 가져와서 확 깨는 설정으로 시작된 '반지의 기사'는 분명 클리셰를 따라가는 그런 만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만화의 장점이 그런 깨는 점에 있느냐? 라고 질문한다면 오히려 나는 그 의견에 이의있다고 외치고 싶다. 너무나도 깨는 시작을 하였기에, 너무나 익숙하고, 어떤 점에서는 바로 옆을 지나치는 누군가가 가진 일상의 한 이야기인 것만도 같다. 

  물론 지구를 파괴신 아니무스의 손아귀에서 구하는 것은 맞다. 지구를 구하는 용사가 나오고, 공주도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특별한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해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한 누군가인 '인간'을 긍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의 논리도, 어른의 논리도, 혹은 '500년 넘게 산' 그 누군가의 논리도 그 누구의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 담겨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무한히 긍정하고 있었다.

  다시 주인공인 유히(이래뵈어도 주인공이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구의 멸망을 환영한 도마뱀 기사 유히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게 되면서 인간을 불신하게 되었다. 거의 세뇌하다시피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죽음. 그렇게 자라난 유히는 세상을 긍정하기보단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친구도, 연인도 만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마왕인 공주가 나타나고, 자신보다 더 압도적으로 비뚤어진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도마뱀 기사 유히'는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이전까지의 주인공인 유히는 그저 네거티브한 한 인간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부정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자신과는 다른 인간을 만나게 되고, 이제까지 멈춰져 있었던 '성장'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그런 유히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는 만화이다.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누군가를 부정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파괴신인 아니무스 정도. 하지만 아니무스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그를 부정하려 들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단지 그는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인 '인간'이라는 점을 버렸기 때문에 그리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긍정하고,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코믹하게 나누려고 하는 이 만화의 주제는 스승님인 이니티카의 마지막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이다." 

  그리고 아니마의 "나는 인간이니까."라고 아니무스에게 하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이 만화는 인간을 초월한 무엇이 되기보다는 인간 그 자체를 긍정하고 있음을.

 

  사실 성장만화의 면모를 가진 만화들은 어른과 아이, 어느 한쪽을 부정하게 되어있는 게 사실이다. 부패하고, 변화를 거부하려드는 어른이나, 꿈만 가지고 현실은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아이나, 둘 중 하나를 부정해야만, 올바른 인간의 모습으로 자란다는 건 이런 것이다! 라며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는 어른도 아이도 부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어른도 아이도 전부 성장하는 만화이다. 

  이 만화에서는 어른이 있기에 아이는 보호를 받으며, 자신들의 길을 비추어주는 선구자로 때로는 버팀목으로 삼아 걸어나갈 수 있는 것이며, 어른은 아이가 있기에 새로운 시선으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고, 자신의 과거와 앞으로 아이라는 미래가 갈 길을 볼 수 있기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어른과 아이는 지구를 지키는 존재가 되었다. 파괴신에 맞서 싸워, 결국에는 미래를 지켜내는 그러한 존재로 말이다. 어느 한쪽만 있었다면 절대로 해낼 수 없었을 일을 인간은 어른이고, 아이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만화를 아이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어른도 아이를 보며 미래를 향해 성장하는 만화라고 감히 칭해보았다. 

 

  리뷰가 짐짓 무거운 분위기를 잡고 있지만, 사실 이 만화는 굉장히 코믹한 만화이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터지는 개그와 말장난, 그리고 캐릭터들의 일상은 부지불식간에 푸핫!하고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을 당신을 향한 긍정을 말하고 있다. 

  요즘은 인간불신에 냉소적으로 무엇인가를 비웃는 류의 작품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이상 열혈이나 긍정은 잘 먹히지 않고, 시니컬하게 썩은 세상을 골탕먹이며 웃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 하다. 만약 그런 만화와 세상(?)에 지치셨다면 이 만화는 어떨까. 

 

누구나 인간이라면 그 삶을 긍정하는 만화인 '반지의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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