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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ㅣ 그리폰 북스 18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책을 한창 고시공부를 하고 있던 시즌에 읽게 되었다. 너무나 힘든 나머지 도피할 거리가 필요했던 탓이었다. 당시에는 이 책이 절판된지 오래라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 책을 간신히 빌려서는 단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 SF소설은 내가 과학 방면으로 쥐약인 인간이다 보니 잘 읽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유년기의 끝.
이 책을 읽은 나의 머릿속에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코즈믹 호러' 라는 단어였다. 내가 이 단어를 접하게 된 것은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읽으면서였다. 인간은 신에게 사랑을 받지 않는 존재이고, 심지어는 무관심의 영역, 혹은 그저 신의 농간에 의해 망가지기만 하는 존재라는 호러 장르를 의미하는 이 단어가 떠오른 것이다. 내가 정확하게 단어 뜻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식으로 알고 있다.
어째서 유년기의 끝과 코즈믹 호러를 떠올렸을까. 생각을 해보니 결론은 간단했다. 인간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질적이지 않나 하는 의미에서였다. 유년기의 끝에서 나오는 인간과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나오는 인간. 그리고 코즈믹 호러. 인간은 스스로를 크게 보려고 하고,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마냥 굴지만 사실은 아주 나약한 존재라는 것. 유년기의 끝에서는 스스로의 진화조차 포기한 존재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는 신의 농간에 놀아나기만 하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었다. 기독교 사상이 철학과 사고에 근간이 되는 서양이기에 이런 시각을 가진 소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이 소설에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만, 말이 막혀 나오지 않게 만드는 물건이다. 설명을 듣기보다 그저 읽어보고, 그 안에 있는 인간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게 자신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