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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얼마 전 나는 어떤 세계에서 눈을 떴다. 바로 정세랑 작가의 세계이다. (이것을 꼭 세계라고 하고 싶었다.)
<시선으로부터>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소설로 꼽힌 책이다. 그리고 나는 눈치 없게 너무 늦게 읽은 것이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그저 그렇게 봤다는 이유로(사실은 대강 봤다.) 또 입문하기엔 너무도 장편 소설이 많았다는 이유로...
그러나 단순한 문장 하나에 반해 구매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갑자기 어느 날 덜컥 주문해버렸다. 이제는 읽을 때가 왔다면서.
손에서 놓으면 심시선의 일가를 잃는 것처럼 꼭 쥐고 있고 싶던 소설이었다. 능력만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하고 싶었다. 그녀들의 순수함과 찬란함, 무엇보다 단단함은 심시선으로부터 이어받은 견고한 핏줄일 것이다.
250쪽부터 오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저 잠자코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윤의 파도일까, 화수의 트럭일까, 사소하게 등장한 '한번은...'시리즈일까.
책을 덮고 나는 종이에 영혼이라도 깃든 듯 소중하게 쓰다듬어야 했다. 심시선과 심시선의 울타리에서 자란 '기세 좋은 여자들'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그리고 그녀들은 정말 어딘가에서 요란법석, 일사불란하게 삶을 꾸리고 있을 것 같다. 훌라춤을 추면서, 파도를 타면서, 각자 무언가를 극복하는 필승법을 가진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