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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야, 그날의 내가 있어서 - 스물아홉과 서른 사이, 환절기 같은 그 시간들
오승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겨울과 봄 사이의 환절기가 엊그제 같은데,
다시 봄과 여름 사이의 환절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봄 자켓을 꺼내 입은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들여놔야 할 듯한.
나는 요즘 마음으로도 환절기를 겪고 있다.
어른이 된 거 같지는 않은데, 내년이면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
딱히 내 자신이 자랑스러울 만한 일을 이루지도 못 했고,
뭔가 눈부실 만큼 소중한 추억을 만들지도 못 했는데,
낯선 나이가 내 앞에 붙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 <다행이야 그날의 내가 있어서>라는 책을 발견했다.
사랑이든 일이든 관계든 과도기 동안 느끼게 되는 것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을 읽으며, 조금은 위안을 얻었다.
오늘이 낯선 건 나뿐만이 아니구나, 하며
"하나같이 지치다 보니 일기장엔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그런 시간을 등한시하는 마음이 부끄러웠지만 ‘성실히’의 범주가 아니라고 여겼기에
기록으로라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도 심지어 친구와의 대화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말이다.
뭔가 예쁘고 좋은 것들, 뿌듯한 순간들만 공유하고 싶은...
“하지만 오늘은 책을 읽는 내내 텅 빈 날짜들이 ‘모든 생각과 감정을
피하거나 구분 짓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껴보자’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런 하루하루가 단지 견디면 그만이기보다 오롯이 느끼면 느낄수록
내 삶의 튼튼한 부재가 될 것이라고.” (본문 중에서)
그런데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단지 견디기 위해 애쓰기보다 이 하루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느끼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한 뼘쯤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늘 그래왔듯이 지나고 보면 그렇게 심각할 것도 없는데,
조금은 명랑하게 지내왔어도 좋을 뻔했는데,
그 당시에는 이걸 잘 모른다.
다시 한 번, 이 순간 이 계절을 즐기기로 다짐해본다.
불안을 설렘으로 바꾸는 건 늘 아주 작은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