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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언젠가부터 글 쓰는 게 쉽지 않다.
일단 내가 느끼는 대로 쓰고 보는
편이었는데,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글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좀더 괜찮게 쓰고 싶은 욕심이 많아졌다.
이런저런 생각만 많으니 더 손이 안 움직일
밖에.
평소 시원시원하고 위트 있는 이다혜 작가의 글을
좋아해왔는데,
이번에 글쓰기 책을 펴냈다고 해서
사보았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책 표지와 제목이 편안함을
주는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글을 잘 쓰는 이다혜 작가 또한 지금도 글을 쓸 때 쉬움과 쉽지
않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고 한다.
글쓰기를 밥벌이로 하는 작가 또한 그럴진대 일반인인
내가 글쓰기에 대해 너무 부담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을 통해 원하는 삶을 기획하기.
언제나 책과 여행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읽기와 경험하기,
쓰기는 내가 나 자신을 탐색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들이었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그 모두에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기.
글쓰기.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
그렇다.
남들이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 쓰기
전에,
글쓰기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잃지 않아야
꾸준히 쓸 수 있고 잘 쓸 수 있다.
“글 쓰는 일은 보상이 크지 않다.
운이 좋으면 성공하지만 그 운이 나에게 적중하리라는
과도한 믿음보다는 적당한 근심을 안고 성실하기를 택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야말로 꾸준히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오랜 시간을 ‘내가 쓴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내며 버텼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글 쓰는 사람의 ‘마음 챙기기’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글의 주제를 어떻게 잡고 구성을 어떻게 짜는지
등등에 대한 이다혜 작가만의 노하우를 엿보는 것도 넘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이렇게 글쓰기의 힘을 빼는 데
도움되는 조언들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글을 쓰다보면 내가 쓰고 내가 읽을 글임에도 지나친
‘쿨 병’에 걸려 감정을 덜어내려 애쓰게 되는데 그에 대한 이다혜 작가의 말에 넘
공감이 갔다.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언젠가 자기 안에 있었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나’라는 인간을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사적인 글쓰기가 간지럽거나 오글거리는 이유는 애초에
그런 이유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좋은 대로 벅차게 솔직하게 쓰는 것을
언젠가부터 오글거린다고 한다.
공적인 글쓰기에서야 막무가내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는 데 동의하지만,
당신 자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사적인
글쓰기라면 좀 더 오글거려도 좋으리라.”
그동안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들을 내려놓을 것.
이 책은 그렇게 글쓰기 때문에 생각만 많은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조금은 산뜻하게 다시 글쓰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줘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