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숲 9
사노 요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나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때까지

사노요코, 나는 고양이라고!, 시공주니어, 2004

 

  

당연하잖아? 나는 고양이라고.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나는 고양이야. 고양이라고!”

  이 책에서는 고양이가 고등어에게 쫓기며 자신이 고양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반복된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왠지 마음에 남고, 문득 문득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의 작가 사노요코는 일본인이지만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중국에서 보냈다. 그 영향으로 거침없는 그림체와 문체가 돋보이며 사노요코 특유의 시니컬함과 재치는 책의 매력을 더해준다. 간단한 그림책으로 독자들에게 나는 누구일까라는 근원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 사노요코 또한 자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내린 결론을 이 짧은 그림책에 명쾌하게 담아냈다.

 

  고등어에게 쫓기고, 마을로 도망치며 온갖 곤욕을 치른 고양이는 마지막에 조용한 숲속에서 다시 자신의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물고 여느 때와 똑같은 모습이 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고등어 요리를 먹으러 간다. 어찌 보면 당당하면서도 뻔뻔한 이 고양이를 보며 나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누가 뭐래도, 어떤 곤욕을 치러도 나는 변하지 않는 나인걸 어떡해. 뻔뻔한 고양이가 뻔뻔함이 필요한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당당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걱정 많고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친언니는 옆에서 그만 생각해. 그냥 나처럼 바보같이 생각 없이 살라고!” 조언했다. 어느 때까지는 나도 언니처럼 살아봐야지,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라는 건 마음처럼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내 모습을 변화시키려고 애쓰지 않는다. 내가 나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험한 감각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만이 다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고양이는 고등어가 맛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혼돈에도 다시 고등어를 먹으러 가는 것이다. 이 책은 확신에 찬 사노요코가 아직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간결하고 재미있는 힌트를 선물한 것 같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나는 이것을 계속 하면 안 되는 걸까’, ‘내가 저 사람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믿으면 된다고, 뻔뻔한 고양이를 통해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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