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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어 가며 나는 비행사가 되기도 했고, 저 높은 산을 오르는 산악인이 되기도 했고, 드 넓고 푸른 바다를 헤쳐나가는 항해사가 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퇴근 후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는 나는 아버님의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은 아주 잘 되어서 걱정할 것이 없다는 어머님의 말씀과 아무래도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며 밤을 지세우려면 내가 가는 것일 좋을 것 같아서 퇴근 후 바로 집에서 옷가지 몇개와 책 몇권을 주섬주섬 챙기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님은 회복실에서 내려오신 후 수술 경과가 더 좋아지셔서 내가 갔을때는 이미 농담도 하시고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도 잘 하고 계셨다. 수술 후 통증때문에 잠깐잠깐 잠을 깨시는 것 말고는 말이다.
아버지가 잠이 드신 이후부터 나는 소변줄을 관리하는 일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어져, 그때부터 집에서 가져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한권이 바로 이 "일분후의 삶" 이었다.
조용한 병실안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저녁에 보호자용 간이 침대에 기대어 누워 읽은 이 책은 아마도 오랜동안 내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이 책은 구사일생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작가가 글을 집필하는 동안 어떤이는 그 상황을 극복하고 잘 살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그 와중에 운명을 달리한 이도 있다.
그래서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12가지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12개의 쉼표를 찍게 해주었고 그 쉼표들이 내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 - 특히나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들 - 을 읽곤하면 내 삶에 대해서 나도 모르는 안도감과 또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의 이런 작은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지 뭐.. 라며 자위하고는 한다.
잠시나마 글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통해서 그 상황에 처하고 나서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오히려 자신감과 희망을 얻는다고 해야하는 것이 맞을것 같다. 인생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는 그리고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님의 병실에서 내 인생 전체로보면 그 짧은 시간속에서 읽었던 이 책 한권 그리고 이 글이 오늘따라 심정적으로 나에게 많은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일분후의 삶... 그 어느누구도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일분전의 삶속에서 내 삶에 대해서 치열했던 사람들은 그 일분후의 삶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일분후의 삶을 볼 수 있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저녁에 어버님의 병실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