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 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유성운 지음 / 드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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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질문으로 시작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설화와 고전, 영화, 최신 연구,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까지 넘나드는 작가의 시선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읽다 보면 마치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오가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각 장마다 “그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며, 책을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질문이 이어진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다. 햄릿과 조선의 왕세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천하제일 수난대회”를 벌이며 누가 아침드라마 주인공에 어울리는지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대목에선 피식 웃음이 났다. 역사적 비극을 이렇게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 묘하게 시원했다.

또한 한중일 삼국지 사랑을 일본 게임회사 ‘삼국지 시리즈’의 장수 비결에서 찾는 대목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다가도, 정조가 삼국지를 “잡된 책”이라 불렀다는 부분에서 의외성을 느끼게 한다. 한랭화로 삼국지 시기 인구 절벽이 찾아오고, 기후가 다시 완화되자 통일 왕조가 등장한다는 설명은 “오, 정말?”이라는 반응이 절로 나왔다. 기후와 인구, 정치 변동을 이렇게 연결해 보는 시선이 신선했다.

송나라가 풍족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왜 산업혁명 직전까지 갔으면서도 결국 도달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마치 멈춰 있던 사고체계가 다시 작동을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사실도 어떤 질문과 순서로 풀어내고 엮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교사로서 수업 아이디어를 얻을 만한 통찰이 곳곳에 숨어 있어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과 시각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깨달음을 얻도록 만든다. 마치 읽을 때마다 새로운 당첨번호가 나오는 복권 같은 책이다.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는 단순한 역사 교양서가 아니라 생각의 프레임을 흔드는 책이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답을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역사와 현재, 웃음과 사유, 상상력과 분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책은 누구에게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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