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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의 역사 - 매일 5억 명의 직장인이 일하러 가면서 겪는 일들
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그간 40분 내외의 통근길은 나에게 나의 고통스러운 예속 상태를 일깨워주는 무엇이었다. 셔틀에 앉아있는 스무명 남짓의 동료들은 머리가 희끗한 부장님 몇분도 포함하고 있었고 난 그들을 보며 이 매일같이 지루하고 틀에 박힌 일상을 내가 그분들 나이가 되도록 견뎌내야 하는 것이 내 숙명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통근이 ‘평판보다 훨씬 매혹적이며 참여자들에게 자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참여자들이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기쁨까지 제공한다’니 ... 거짓말이고 기만이라 생각했지만, 작가가 영국인 특유의 위트와 냉소를 통해 통근의 역사를 읊어주면서, 통근이 얼마나 ‘파격적인 행위’이며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동시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행위인지’, ‘이동의 자유를 상징하며 그 도전을 받아드릴 만큼 용감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통근자로서의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덜 불운하게 여기게 되었다. 매일 아침 ‘승객 우겨넣기’를 당할 때, 어쩌면 통근이 더 나은 삶과 자아실현을 위해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도전적인 행위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