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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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긴다. 학교를 졸업했어도 여전히 상은 우리를 달콤하게 유혹한다.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은 독자들이 갖는 수상작으로서의 믿음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까?

책의 겉표지 배경이 온통 빨간색이다. 빨간색은 정열, 흥분, 광기를 상징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독재자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색이라고 하겠다.

책의 뒤표지 상단에 '기억을 기록하려는 자와 기억을 왜곡하려는 자의 권력의 파워 게임'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그 아래 "그날 오후, 소설가는 왜 대통령 관저로 불려갔는가?"의 짤막한 글에서 독자들은 섣불리 추정할 수 있다. 기억을 기록하려는 자는 소설가이고, 기억을 왜곡하려는 자는 대통령이 아닐까?

책의 저자 전혜정은 2007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해협의 빛'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8년 장편소설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으로 제 8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혼불문학상은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대표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며 제정한 문학상이다.

장편소설이지만 소제목으로 스토리를 구분짓지 않았다. 소설은 주인공이자 화자인 소설가 박상호가 은밀하게 대통령 리아민의 전기를 집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리아민은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을 꾀하기 위해 자신의 미화된 전기 집필을 준비한다. 박상호는 과거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유명세를 되찾기 위해 대통령의 전기를 집필하는 일을 기꺼이 맡는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해관계에 영부인 최세희와 기자 정율리가 끼어든다. 

박상호는 리아민과의 약속대로 무사히 리아민의 전기를 출간할 수 있을까?

소설은 리아민의 과거와 박상호의 현재를 오가면서 전개된다. 리아민의 과거가 리아민에게 일어났던 진실인지 혹은 측근이 꾸며낸 거짓인지 헷갈리는 와중에 소설이 치닫고 있는 결말을 짐작하기 어렵다. 독자들은 박상호가 리아민의 전기를 출간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면서 책의 마지막까지 이르를 것이다.

심사평에서 밝혔듯이 심사위원들은 권력과 욕망의 역학 관계로 이 소설을 주목했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난 뒤 마지막에 심사평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장편소설은 캐릭터가 다양하고, 스토리가 복잡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TV에서 시청할 수 있는 통속적인 드라마처럼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진지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권력에 빌붙지 않는 박상호의 양심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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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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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국내 서점가에 '미움받을 용기'가 엄청난 인기를 몰고 왔다. 무려 150만 독자를 사로잡았다고 하니 그 책을 쓴 저자 기시미 이치로를 향한 관심도 뜨거웠다. 그가 신간 '마흔에게'를 들고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책의 앞표지에 '마흔에게'의 부제로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라고 쓰여 있다. 인간은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부딪혀서 주저앉을 때 장애물의 벽을 뛰어넘을 용기를 내어본다. 기시미 이치로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책의 뒤표지에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라고 커다랗게 쓰여진 글귀가 눈에 띈다. 흔히들 우리네 인생을 장거리 경주인 마라톤에 비유한다. 마라톤 경기에 참가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목표점까지 뛰려면 순발력보다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런데 인생을 춤이라고 하니 시작부터 마라톤처럼 고통스럽지 않다. 그저 자신의 몸이 원하는 대로 마구 흔들면서 즐길 수 있다.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이자 철학자다. 그는 저서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행복에 관해 얘기했다. 그런 그가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 대수술을 받았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은 그에게 나이 듦에 관한 책, '마흔에게'를 쓰게 만들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 노화를 약화 또는 퇴화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런데 노화를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인생의 목표를 성공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런 사람에게 나이 듦은 성공을 위협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그러나 성공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책의 차례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인생, 내리막길이 최고!>
2장 <어제 못한 일을 오늘은 할 수 있다>
3장 <적어도 '오늘'은 살 수 있다>
4장 <다시 살아갈 용기>
5장 <어떻게 살 것인가>
6장 <부모와 자식 사이 적당한 거리 두기>
7장 <못한다고 말하는 용기>
8장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9장 <나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

9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책의 분량이 꽤 많을 거라고 지레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 각 장의 분량이 많지 않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곳곳에 아들러 심리학을 인용하고 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서 인간 행동의 원인보다 목적을 강조했으며,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여 자기완성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1장에서 저자는 나이 먹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말한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축적해 온 것을 전부 집약하여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예순 살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작년에 한국어로 짧은 서평을 썼다. 나이 듦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 후반생은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2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그는 쉰 살 때,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 한 달간 입원하고, 관상동맥우회술이라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재활훈련을 받으면서 깨달았다. 그처럼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어서 전처럼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나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떤 상태든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살아 있는 것만으로 타자에게 공헌할 수 있다.

3장에서 저자는 병상에서 주치의의 말을 듣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책은 쓰세요. 책은 남을 테니까."라는 주치의의 말이 그에게 계속 살아갈 용기와 목표를 주었다.

4장에서 저자는 어머니가 병상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는 의식이 깨어나자 그에게 그 말을 한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기력과 의욕을 잃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남은 인생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의식뿐이다.

8장에서 저자는 아들러가 지적하는 두 가지 용기에 대해서 말한다. 하나는 과제에 도전하는 용기다. 또 하나는 인간관계를 맺는 용기다. 인간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 또한 인간 관계 속에서만이 얻을 수 있다.

9장에서 '경험한 것, 배운 것,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을 뭔가의 형태로 직접 건네주고, 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이 든 사람의 사명이며, 나이 들어 맛보는 행복이 아닐까요?'라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여러분은 앞으로 무엇을 전해줄 생각인지를 묻는다.

작가 후기에서 저자는 다시 강조한다. '늙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그 너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주어진 노년을 어떻게 활용할지만 생각하면 된다.'

생명이 있는 한 누구든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나이 듦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기시미 이치로가 쓴 '마흔에게'를 읽어보자. 이 책이 마흔이 넘어서 점차 나이 들어가는 독자들에게 노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일러주는 삶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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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세계의 친구들 지식샘 시리즈
마이아 브라미 지음, 카린 데제 그림, 이재원 옮김 / 샘터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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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세계의 내 친구들'은 다른 듯 닮은 전 세계 22개 나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책의 앞표지에서 피부색부터 외모가 다른 다양한 아이들의 얼굴을, 책의 뒤표지에서 아이가 살고 있는 각 나라의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책의 앞표지를 넘기니 세계지도가 나온다. 지도상에 나라 이름이 표시된 나라의 위치와 국기를 훑어보면 어떤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있다. 22개국에 포함된 나라가 무엇일지 궁금하다면 세계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까?

마이아 브라미가 글을 쓰고, 카린 데제가 그림을 그렸다. 미국부터 시작해서 각 나라별로 친구의 얼굴과 친구가 거주하는 마을 풍경이 그림으로, 친구의 인사와 친구의 나라를 소개하는 글이 차례대로 나온다. 

친구의 얼굴과 마을 풍경을 보면서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지 맞춰보는 건 어떨까? 어린 독자들이어도 막막하진 않다. 세계지도에 나라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거기에서 고르면 된다. 

책장을 넘기면서 독자들은 책에 등장하는 전 세계 22개국의 풍경과 문화에 대해서 접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고유명사는 풀이를 달아놓았다.

마지막에 '안녕!'이라는 인사말과 함께 왼쪽 지면에 '여러분의 이름과 나라, 지금 사는 곳에 대해 소개해 보세요.', 오른쪽 지면에 '학교생활, 좋아하는 음식, 친구들 그리고 명절에 하는 일을 이야기해 보세요.'에 이어 '또 보자!'라고 끝맺는다. 앞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가 그랬듯이 독자들도 빈 여백을 채울 수 있으리라. 

옮긴이의 말에서 다른 듯 닮은 일상을 보내며 함께 자라는 친구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전 세계 22명의 어린이들이 각자의 언어로 인사를 건네고 그 인사를 통해 아이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볼 기회를 얻는다. 실제로 그들이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을지 몰라도, 그들은 친구들이다.

언어가 달라도 어린이가 쓴 인사말과 소개글이다. 그래서일까? 어렵지 않다. 주위에 초등학생을 둔 부모님이라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또래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22개국의 나라로 아이와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물론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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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을 권리 -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누누 칼러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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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 도서평가단을 지원해서 기꺼이 읽었던 원고였다. 그 당시 원 제목 'Fuck Beauty'가 '아름답지 않을 권리' 라는 제목으로 재탄생했다. '아름답지 않을 권리'란 어떤 의미일까? 세상에 그런 권리가 있기라도 한 걸까?

책의 앞표지에 '아름답지 않을 권리'에 대한 부제목이 있다. 오른쪽 하단에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에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책의 뒤표지에서 먼저 '타인의 시선에 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름다움을 새로고침하겠습니다"' 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본문의 일부가 인용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아름다운 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외모, 몸매, 화장, 옷차림 등등 그게 다 뭐란 말인가? 나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 위한 억지였다면 이제는 달리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책의 저자 누누 칼러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2011년부터 환경단체 그린피스 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한때 쇼핑 중독에 빠질 만큼 패션을 좋아했지만, 그런 중독 증세의 근본 원인이 외모 지상주의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외모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여성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책이 나왔다.

책의 첫 장에서 저자는 세상 여자들에게 "이제 내 몸에 자유를 선물하자" 라고 외치고 있다. 이른바 탈코르셋 운동이다. 여자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는 물론이거니와 답답하게 조여진 코르셋을 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내가 얼마나 예쁜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라고 선언한다. 1999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비쩍 마름' 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이 세계 곳곳을 휩쓸었다. 

이후 거기에 대한 반작용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우린 뚱뚱하지만 건강하다', '뚱뚱한 게 아름답다'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구호들이 등장했다.

저자가 대다수 여성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본문에서 자신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스트리아나 대한민국이나 국경을 초월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잣대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세상이 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동, 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두꺼운 화장으로 민낯을 감추고 탄력성이 강한 코르셋으로 군살을 숨긴다. 

처음엔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하다가 나중엔 저자를 비롯한 여성들의 처지가 측은해 보인다. 꼭 그렇게 외모나 몸매에 집착하면서 힘들게 살아야 할까? 마침내 저자의 선언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에 이른다.

본문의 마지막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에서 저자가 그동안 깨달은 점들을 두서없이 나열했다. 그런데 저자의 깨달음이 독자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온다.

1)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지 말자.
2)몸에 발생한 이상 징후 때문에 체중 감량을 원하는 경우라면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3)자신의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자.
4)몸을 좀 움직이자.
5)옷 사이즈 때문에 절망하지 말자.
6)최대한 의식적으로 언론 매체를 소비하자.
7)현실 속 여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페미니즘 관점으로 미디어의 유혹을 극복하자.
8)자기를 보호하자.
9)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들과 자주 교류하자. 
10)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다시 언급하자면 마음의 여유를 갖자.

아름다움은 당신이 당신 자신이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코코 샤넬의 말로 끝난다.

지금 성 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즘 열풍이 거세다. 그동안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눌려 지내야했다. 세상이 정해둔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편견에 시달려야했던가! 

이제 여성들 스스로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아름답지 않을 권리를 마음껏 누려야 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외면을 가꾸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가꾸는 데 있다. '아름답지 않을 권리' 는 은연중에 여성들을 자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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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끝내는 찾아내기를
박가영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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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한국을 떠나서 외국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이나 출장 등의 목적으로 잠시 한국을 떠날 수 있어도 아예 삶의 주거지를 옮기기란 쉽지 않다. 

그들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속내가 궁금하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라는 책에서 속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책의 앞표지를 살펴보면, 먼저 파스텔톤의 노란색 위에 덧댄 분홍색이 눈에 들어온다. 분홍색 바탕에 그려진 삽화에는 캥거루, 코알라가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 즉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상단의 제목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에 앞서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끝내는 찾아내기를' 이 나온다. 이민을 꿈꾸는 독자에게 그 곳이 어디이든지 간에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끝내는 찾아내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그 곳이 국내든 국외든.

책의 뒤표지를 보면 저자가 한국에서 20대의 가영이가 '이민'을 거쳐서 호주에서 또 다른 나, 앨리스를 찾았다. 호주 이민의 성공 스토리다. 가영이는 젊은 나이에 굳이 한국을 떠나야만 했을까? 왜?

책의 저자 박가영은 현재 호주 맬버른에서 한식 비스트로 수다와 네모를 운영하고 있는 오너 셰프다. 그는 호주로 도피성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가 그 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는 멜버른에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과 고민들, 멜버른에서 한국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들을 책에 담았다.

책속의 삽화처럼 곳곳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사진은 사진작가 김수빈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호주의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포착해서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호주 맬버른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가까운 친구에게 조곤조곤 말하는 듯 친근한 어투다. 

책의 차례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나, 한국이 아니라면 괜찮을까?, 2장/ 이민, 쉬울 것 같으면서도 거칠고 험난한, 3장/ 청명한 멜버른의 어느 멋진 날 이다.

1장은 저자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회상하듯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10대와 20대는 알바생활의 연속이었다. 자그마치 25개의 알바를 전전했다. 어디를 향해 걸어가야 할지조차 몰라 난감해했다. 한국에서의 취업 전쟁을 피해 호주로 도피성 워킹홀릭을 떠났다. 

2장은 저자가 호주에 이민을 신청해서 영주권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밝히고 있다. 

이민이나 유학을 꿈꾸는 독자라면 새겨 들을 만하다. 이민의 3대 요건은 돈, 기술, 언어다. 돈은 이민을 쉽게 만들어주는 큰 요소인 건 확실하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이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언어로 소통하는 능력보다 점수에 중점을 둔다면 한국에서 준비하는 게 낫다. 영어 점수가 이민의 숨은 복병이 될 수 있다. 

지금 배우고 있는 전공이나 직업이 이민에 유리한지 이민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이민 가는 가장 흔한 방법은 유학을 통한 기술 이민이다.

하지만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고, 최선의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면 길은 있을 거라고 믿는 거야.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잖아. 이민도 다르지 않거든.
(158쪽)

저자 주변에 역이민 사례도 있었다. 역이민이란 이민한 곳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다시 고국으로 회귀하는 것을 말한다. 멜버른에서의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등지고 치열한 경쟁 사회인 한국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언니를 만류하니까 그 언니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매일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계속 도태되기만 해." 라고 말하면서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3장은 저자가 호주 멜버른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주고 있다. 

멜버른의 가장 큰 호텔에서 조식 뷔페 담당 셰프로 일하다가 현재 두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수다와 네모라는 상호명을 가진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가 되었다. 

한국 나이로 저자는 36살이다. 지금의 오너 셰프로 자리매김한 저자가 있기까지 쉽지 않은 행보였다. 지나고 보니 과거의 힘들었던 일들도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에 독자들은 그의 솔직한 고백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시종일관 가까운 친구의 성공 스토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기분이다. 

저자의 이민 스토리에 덧붙여 그의 인생과 호주 문화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문화와 다른 호주의 문화에서 우리가 배울 점도 있다. 그래서 이민을 꿈꾸지 않았던 독자들도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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