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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한때 국내 서점가에 '미움받을 용기'가 엄청난 인기를 몰고 왔다. 무려 150만 독자를 사로잡았다고 하니 그 책을 쓴 저자 기시미 이치로를 향한 관심도 뜨거웠다. 그가 신간 '마흔에게'를 들고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책의 앞표지에 '마흔에게'의 부제로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라고 쓰여 있다. 인간은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부딪혀서 주저앉을 때 장애물의 벽을 뛰어넘을 용기를 내어본다. 기시미 이치로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책의 뒤표지에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라고 커다랗게 쓰여진 글귀가 눈에 띈다. 흔히들 우리네 인생을 장거리 경주인 마라톤에 비유한다. 마라톤 경기에 참가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목표점까지 뛰려면 순발력보다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런데 인생을 춤이라고 하니 시작부터 마라톤처럼 고통스럽지 않다. 그저 자신의 몸이 원하는 대로 마구 흔들면서 즐길 수 있다.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이자 철학자다. 그는 저서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행복에 관해 얘기했다. 그런 그가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 대수술을 받았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은 그에게 나이 듦에 관한 책, '마흔에게'를 쓰게 만들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 노화를 약화 또는 퇴화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런데 노화를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인생의 목표를 성공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런 사람에게 나이 듦은 성공을 위협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그러나 성공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책의 차례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인생, 내리막길이 최고!>
2장 <어제 못한 일을 오늘은 할 수 있다>
3장 <적어도 '오늘'은 살 수 있다>
4장 <다시 살아갈 용기>
5장 <어떻게 살 것인가>
6장 <부모와 자식 사이 적당한 거리 두기>
7장 <못한다고 말하는 용기>
8장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9장 <나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
9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책의 분량이 꽤 많을 거라고 지레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 각 장의 분량이 많지 않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곳곳에 아들러 심리학을 인용하고 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서 인간 행동의 원인보다 목적을 강조했으며,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여 자기완성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1장에서 저자는 나이 먹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말한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축적해 온 것을 전부 집약하여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예순 살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작년에 한국어로 짧은 서평을 썼다. 나이 듦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 후반생은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2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그는 쉰 살 때,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 한 달간 입원하고, 관상동맥우회술이라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재활훈련을 받으면서 깨달았다. 그처럼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어서 전처럼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나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떤 상태든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살아 있는 것만으로 타자에게 공헌할 수 있다.
3장에서 저자는 병상에서 주치의의 말을 듣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책은 쓰세요. 책은 남을 테니까."라는 주치의의 말이 그에게 계속 살아갈 용기와 목표를 주었다.
4장에서 저자는 어머니가 병상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는 의식이 깨어나자 그에게 그 말을 한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기력과 의욕을 잃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남은 인생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의식뿐이다.
8장에서 저자는 아들러가 지적하는 두 가지 용기에 대해서 말한다. 하나는 과제에 도전하는 용기다. 또 하나는 인간관계를 맺는 용기다. 인간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 또한 인간 관계 속에서만이 얻을 수 있다.
9장에서 '경험한 것, 배운 것,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을 뭔가의 형태로 직접 건네주고, 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이 든 사람의 사명이며, 나이 들어 맛보는 행복이 아닐까요?'라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여러분은 앞으로 무엇을 전해줄 생각인지를 묻는다.
작가 후기에서 저자는 다시 강조한다. '늙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그 너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주어진 노년을 어떻게 활용할지만 생각하면 된다.'
생명이 있는 한 누구든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나이 듦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기시미 이치로가 쓴 '마흔에게'를 읽어보자. 이 책이 마흔이 넘어서 점차 나이 들어가는 독자들에게 노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일러주는 삶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