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신무경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국민들 중 컴퓨터나 모바일로 검색을 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누구든 '네이버'라는 단어에 익숙할 것이다. 검색 포털에 관한 최강자 네이버는 어떤 회사일지 궁금하다.
필자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꼬박 3년간 네이버 사무실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네이버 직원들과 같이 출퇴근하고 일하면서 당시 네이버의 가파른 성장세에 놀라워했다.
그 이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이다. 그새 네이버는 어떻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서 지금에 이르렀을지 궁금하다.
책의 앞표지에 N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네이버를 상징하는 녹색의 알파벳 N이다. 제목은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란 부제가 붙어 있다. 제목에 대한 답으로 적합하지 않다. 다만 네이버의 쉴 새 없는 근무 여건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뒤표지에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기까지 네이버는 어떻게 성공을 이루어왔는가, 네이버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일할까'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마치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이 질문에 얼마나 충실한지 그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책의 저자 신무경은 언론사에서 금융부 기자로 근무하면서 금융이 IT를 만났을 때 핀테크의 종합체, 인터넷 전문은행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동아일보와 네이버 합작법인인 인터비즈에서 네이버와 일한 경험을 살려서 이 책을 썼다.
추천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네이버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이다. 저자는 인터비즈에서 동아일보 기자처럼 취재하며 생동감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기도 하고, 네이버 직원들처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네이버는 비전이 없다고?'라는 반문을 제기한다.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은 공식석상에서 '비전이 없는 것이 곧 경영 철학'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 속에서 CEO가 틀을 정해놓으면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워서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책의 차례는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네이버호 인터넷해로 출항하다>, 2.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3. <네이버식 아메바 경영>, 4. <네이버의 망원경은 세계를 향해 있다>, 5. <네이버의 미래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다.
챕터 1은 네이버가 출범한 지난 역사를 보여준다. 시작은 삼성SDS에서 기술개발 프로그램 한계도전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본 이해진이 검색엔진을 만드는 웹글라이더 팀을 구성한다. 2년간의 연구 끝에 상용가능한 DB 검색엔진 개발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검색엔진을 진짜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원천 기술로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을 가진다.
이해진과 팀원 6명이 고심해서 붙인 'NAVER'라는 이름은 항해자를 뜻하는 'NAVIGATOR'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의 합성어다.
네이버를 상징하는 로고인 '녹색과 날개 달린 모자'는 정보를 찾아내는 검색엔진과 정글 탐험가의 모습을 연결해서 이미지화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포털의 첫 화면을 지키면서 네이버의 상징이 되고 있다.
챕터 2는 네이버에서 임직원들이 어떻게 근무하는지를 보여준다. 네이버는 메인 서비스에서 오타, 오류가 나면 등급을 정해 그에 따른 징계를 내린다. 서비스를 운영함에 있어 쫀쫀함, 디테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야근을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좀 더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에 하게 된다."라는 전 네이버 포털UI팀 디자이너의 말에서 근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해진은 학창시절에 모든 친구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전과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2000년부터 백과사전식 지식 서비스 '지식백과'를 내놓으면서 그의 꿈이 현실화되었다. 네이버만이 갖고 있는 DB의 차별화 지점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원본 및 국문번역본, '독립신문'의 원본, 영문판, 한글 현대문 서비스 같은 역사기록물이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는 임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팩토리 'FACTORY'는 공장을 뜻한다. 공장에서 끊임없이 물건을 생산하듯 네이버는 끊임없이 콘텐츠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한성숙이 네이버 대표로 내정된 것만 봐도 실력 중심의 인사라고 하겠다. 학벌과 성별에 상관없이 실력 위주로 인사평가를 하다 보니 네이버 출신이라고 하면 이직하기도 수월하다.
층층이 배치된 음식 자판기, 커피머신과 4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병원 제너럴닥터 등이 직원들로 하여금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복지체계다.
챕터 3은 네이버의 경영 방식을 보여준다. 교세라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만든 경영 기법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5~10명 정도 단위로 세분화한해서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 리더는 경영자처럼 '최대 매출, 최소 경비'라는 목표를 모든 구성원들이 달성하도록 독려한다. 네이버는 아메바 경영을 벤치마킹해서 셀과 프로젝트 단위로 해서 책임예산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챕터 4는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의 꿈을 보여준다. 이해진은 일본 시장 진출이 한국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IT 약소국이었지만 현지에서 생산된 웹페이지 수는 국내의 두 배가 넘었다. 일본어의 언어 배열이 한글과 비슷하다.
이해진과 임직원들은 '라인'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준비했다.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스티커 메시지와 음성, 영상통화 기능, 라인게임 등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는 툴을 제공함으로써 일본 현지에서 라인이 성공할 수 있었다.
네이버가 유럽 진출 선언을 공언하면서 프랑스계 벤처투자회사 코렐리아 캐피털과 펀드를 조성했다. 프랑스는 자국 중심의 스타트업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반구글 정서가 강해 정서적 동질감이 크다.
챕터 5는 네이버의 미래를 보여준다. 검색 포털에서 나아가 기술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꿈꾼다. 한성숙은 "차세대 첨단 기술을 광고주, 스몰비지니스 사업자, 창작자들 누구나 손에 쥐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친숙한 도구로 바꾸어내는 일을 해나가겠다."라고 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과 관련된 기술 분야,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고 노동을 대신해주는 로봇 비서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가 실행하고 있는 기술 플랫폼을 향한 공격적인 투자가 미래에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마치며에서 저자는 네이버가 뉴스, 포털 서비스에 맞춰진 미디어 플랫폼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이라면 업의 본질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한다.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는 네이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려준다. 그렇다고 네이버에 관한 찬양일색의 글이 아니다. 저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네이버의 장, 단점을 두루 언급하고 있다.
대다수의 독자들은 수시로 네이버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검색하지만, 정작 네이버를 운영하는 기업에 관해선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베일에 쌓인 네이버가 궁금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네이버를 멀리할 수 없다.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온 포털의 최고 강자 네이버가 있기까지 그간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