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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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의 바탕색이 진녹색이다.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색깔이다.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먼저 마음의 안정부터 느낄 수 있다. 제목 '말과 마음 사이'는 '닿으려 했지만 닿지 못했던 우리를 위한 관계수업'이라는 글이 있어서 더욱 알송달송하다.

책의 뒤표지에서 지은이는 '하고 싶은 말과 전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책의 지은이 이서원은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로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위한 상담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상담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상담 사례들을 담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사람 사이의 세 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 말 길, 마음 길, 사이 길이다. 말, 마음, 사이. 세 가지 길이 우리 삶의 모든 길은 아니겠지만, 이 길을 걷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는 세 가지 길을 하나씩 살피며 그가 알게 된 것과 경험한 것을 이 책을 읽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책의 차례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짐작하다시피 1부 <말>, 2부 <마음>, 3부 <사이>다. 각 부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서 살펴보기로 한다.

1부 <말>은 '닿지 못했던 말에 관하여'다. 부부는 사소한 일 때문에 틈이 생긴다. 그 틈이 벌어져 정이 떨어지고 사느니 못 사느니 한다. 그런데 부부는 서로 자기를 알아달라는 싸움을 하고 있다. 

말 앞에 '안'이라는 글자 하나가 붙으면 듣는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들이 주르르 따라온다. 그런데 왜 말할 때 '안'으로 시작하면 듣기가 힘들어질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건드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관계에서 온다. 특히 사람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고 하면, 관계는 틀어지고 왜곡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다. 내 뜻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대하는 다섯 가지 방법에는 폭력, 화, 대화, 감동, 감화가 있다. 결국 다섯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나의 선택이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

2부 <마음>은 '담지 못했던 마음에 관하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난 마음의 길도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관심과 간섭으로 나눌 수 있다. 관심은 그 사람의 마음 길을 살피는 것이고, 간섭은 내가 먼저 마음 길을 낸 다음 그리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관심이 간섭으로 넘어가는 계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섭은 급한 마음과 상대에 대한 못미더움이다.

세상에는 비슷한 듯 다른 게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집요함과 고집불통이다. 올바른 전제에서 답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가는 노력을 집요함이라고 한다면, 그릇된 전제에서 답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가는 노력이 고집불통이다. 우리는 살면서 문제가 생기면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을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답을 찾는다. 그것이 집요함일지 고집불통일지는 전제를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3부 <사이>는 '다가가지 못한 사이에 대하여'다. 10년을 주기로 안정과 불안정, 자유와 부자유를 교차해서 보내고 있다. 자유와 안정은 공존하기 어렵다. 둘 다 얻을 수는 없다. 자유로우면 불안정했고, 안정되면 부자유스러웠다. 우리네 인생사에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인생사 6:4의 원리를 적용하는 게 어떨까?

가정폭력 제로인 나라들의 세 가지 공통점 이 있다. 첫째, 청소부든 대통령이든 서로 간에 차별이 없었다. 둘째,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다. 셋째, 남자와 여자가 따로 하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면 가정폭력이 잦은 사회의 공통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결론은 '개인이 행복한 나라는 다른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

'말과 마음 사이'를 읽으면서 진작에 이 책이 나왔더라면 가족들과의 관계에 도움이 많이 되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전에 예비부부가 이 책을 같이 읽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면 바람직한 가정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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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오현석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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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를 살펴보면 왠지 격조 있어 보인다. 하얀 바탕에 금박으로 새겨진 HOTEL VIP라는 글자로 인해서다. 

책의 제목 위에 수식어구를 보면 '20여 년 호텔리어가 관찰한 그들의 품격과 매너'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의 '그들'은 바로 '호텔 VIP'를 가리킨다. 

책의 제목 '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를 대하니 평범한 일반인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특별함이 무엇일지 얼른 책장을 펼치고 싶다.

책의 뒤표지에 '호텔 VIP'만의 남다른 행동 5가지가 나와 있다. 그들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실행하지 않는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다.

- 그들은 시간 예약을 '12시 05분'으로 한다.
- 명함은 예의 있게 받아서 함부로 다룬다.
- 직원을 호출할 때는 이름을 부른다.
-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이 남다르다.
- 원하는 것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둔다.

왜 그런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책의 저자 오현석은 국내 최고 호텔에서 호텔리어의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레스토랑 전문가로서 레스토랑 컨설팅 및 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실무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가 담겨 있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요즘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돈 있고 백 있는 사람들의 갑질 행태를 보면서 호텔 VIP들은 일반 고객들과 조금 다른 특별함으로 그들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그들의 특별함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다.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가였던 윌리엄 제임스의 말로 마무리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책의 목차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을 살펴보면 저자가 의도하는 바가 드러난다. 저자는 호텔 VIP의 아주 특별한 생활 습관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면서 누구나 VIP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제1장 <호텔 VIP의 아주 특별한 생활 습관>, 제2장 <사소한 행동이 품위를 높인다>,
제3장 <열정이 VIP를 만든다>,
제4장 <VIP가 되기 위한 성공 매뉴얼>,
제5장 <품위 있는 호텔 레스토랑 이용법>이다.

호텔 VIP의 아주 사소한 행동들 몇 가지에 주목해 볼까?

'예약 시간이 12시 05분이다'는 호텔 VIP가 하루 24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을 1시간 혹은 30분 단위로 사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명함은 예의 있게 받아서 함부로 다룬다.'는 호텔 VIP가 명함을 받을 때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들은 명함을 받으면 테이블 오른편에 올려둔다. 그리고 이름과 직책을 다 외우기 전까지는 명함을 넣지 않는다. 

'직원을 호출할 때는 이름을 부른다.'는 호텔 VIP가 레스토랑에서 직원을 부를 때의 방식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서비스하는 담당 직원의 명찰을 보고 이름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원의 이름을 불러서 주문한다.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이 남다르다.'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을 발견했을 때의 호텔 VIP의 반응을 보여준다. 그들은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에도 격조가 있다. VIP는 큰소리로 상황을 얘기하지 않는다. 손짓으로 가만히 직원을 불러서 접시 한 귀퉁이에 애벌레가 놓여 있는 것을 보여준다. 배려심이 느껴지는 불만 표시다. 

'원하는 것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둔다.'에는 세계적인 체인 호텔인 힐튼호텔의 창립자 콘래드 힐튼의 일화가 나온다. 젊은 시절 호텔 벨보이로 취직했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큰 호텔의 주인이 되겠다는 당찬 꿈을 자신의 책상 위에다 적어두었다. 우리의 의지는 너무 나약하다. 그래서 우리의 바람을 마음에 새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띄게 시각화한다면 의지를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제5장에서 품위 있는 호텔 레스토랑 이용법이 나온다. 호텔 VIP처럼 단골로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는 한 평생에 한두 번 이용할 수 있을까? 그래도 팁으로 알아두면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호텔 레스토랑을 방문할 것이다.

'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를 읽는 독자들은 성공을 만드는 것이 아주 사소한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지했으리라. 성공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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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덴마크 - 오해와 과장으로 뒤섞인 ‘행복 사회’의 진짜 모습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에밀 라우센.이세아 지음 / 틈새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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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 산업화 이후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헬조선이니 자살공화국이니 하는 불미스런 단어가 우리를 따라다닌다. 

최악의 상황에서 해법으로 거론되는 국가가 행복지수 1위인 북유럽 국가 덴마크다. 그래도 의문은 생긴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일 텐데 무조건 좋기만 할까? 

'상상 속의 덴마크'는 덴마크 출신 저자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덴마크에서의 삶을 과장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간다.

책의 앞표지 왼쪽 상단에 작은 글씨로 '오해와 과장으로 뒤섞인 행복 사회의 진짜 모습'이라고 적혀 있다. 저자가 '상상 속의 덴마크'를 쓰면서 담아내고자 했던 바가 아닐까? 

책의 앞표지 삽화는 유럽 북부지역을 여행한 독자라면 낯익은 건물일 것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특징이다. 건물 배치에서 공동체 지향적인 덴마크인들의 속성이 잘 드러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들어 가는 덴마크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책의 뒤표지에서 독자들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던 덴마크가 완벽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나라마다 일장일단이 있다는 게다.

책의 공동 저자 에밀 라우센은 한국에 1년간 봉사하러 왔다가 한국에 정착한 지 14년째인 덴마크인이다. 그러니 그는 덴마크에서의 생활도, 한국에서의 생활도 다 겪어보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덴마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식견이 갖춰져 있다.

책의 공동 저자 이세아는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세상 사람들의 삶에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 나라를 기웃거렸다. 물론 덴마크도 포함되어 있겠지.

덴마크인 에밀 라우센과 한국인 이세아, 두 공동 저자의 합작품이어서 덴마크와 한국을 교차해서 바라보는 시각일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공동 저자 에밀 라우센은 '나의 덴마크를 소개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덴마크가 지상 낙원이 아니라면서 자신이 14년째 거주하는 한국 역시 덴마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점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책을 통해 덴마크 사회와 문화, 덴마크인의 생각과 습관을 꾸밈없이 전달하고자 했다. 

책의 차례는 총 9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을 살펴보면 <개인이라는 원심력, 가족이라는 구심력>, <덴마크인의 행복 출발점, 휘게>, <열 살짜리 요리사>, <덴마크식 교육의 명암>, <추운 겨울 같은 감정?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덴마크 회사에는 점심이 없다>, <때로는 별장으로, 때로는 볕 좋은 나라로>, <삶을 빛나게 하는 두 가지, 클럽 활동과 봉사>, <하나님을 믿는 목사를 찾습니다>다. 제목에서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 

덴마크에선 열여덟 살이 되면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독립할 준비를 한다. 취업을 하지 않은 학생들도 학비를 내지 않고 국가에서 생활비가 지원되니 독립이 가능하다. 만약 임신이나 출산을 하면 지원금의 액수와 연한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선 자녀의 대학등록금과 이어지는 결혼자금을 마련하느라 부모님의 허리가 휘어질 정도니 덴마크의 제도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을지 생각해 보면 해답이 보인다.

덴마크인의 행복은 휘게에서 출발한다. 휘게는 '덴마크에서 유래한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나 상태'를 뜻한다. 휘게는 덴마크인의 삶에서 일상이다. 휘게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휘게는 우리가 느끼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 직장인들은 오후 3~4시에 퇴근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점심시간이 없다. 직장에서의 회식 자리도 없다. 그들의 삶에서 최고 우선순위는 가족이다.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온 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저자는 열 살이 되던 해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가족의 저녁 식사를 담당하는 요리사가 되었다.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선택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지나친 자유는 스트레스이며, 그 상황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도 함께 받는다.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평등하고 나는 특별하지 않다'라는 덴마크인들의 생각은 가끔 튀는 것, 남들과 달라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덴마크계 노르웨이 작가 악셀 센데모제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 마을 얀테의 법칙 열 가지의 첫 번째가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덴마크인들의 사고를 말해 준다.

저자는 덴마크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덴마크인이다. 잠깐 머물다가는 이방인의 눈에 비친 덴마크를 바라보는 입장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 책의 공동 저자 이세아는 우리와 먼 나라라고 생각했던 덴마크를 가까운 나라라고 한다. 덴마크에 대한 최초의 기억이 대니쉬 쿠키, 안데르센 동화집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북유럽 덴마크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의례히 지금의 우리나라가 북유럽식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덴마크가 우리가 갖지 못한 장점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은 어디든 완벽하지 않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덴마크의 어떤 장점을 취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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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신무경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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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들 중 컴퓨터나 모바일로 검색을 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누구든 '네이버'라는 단어에 익숙할 것이다. 검색 포털에 관한 최강자 네이버는 어떤 회사일지 궁금하다. 

필자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꼬박 3년간 네이버 사무실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네이버 직원들과 같이 출퇴근하고 일하면서 당시 네이버의 가파른 성장세에 놀라워했다. 

그 이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이다. 그새 네이버는 어떻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서 지금에 이르렀을지 궁금하다.

책의 앞표지에 N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네이버를 상징하는 녹색의 알파벳 N이다. 제목은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란 부제가 붙어 있다. 제목에 대한 답으로 적합하지 않다. 다만 네이버의 쉴 새 없는 근무 여건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뒤표지에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기까지 네이버는 어떻게 성공을 이루어왔는가, 네이버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일할까'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마치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이 질문에 얼마나 충실한지 그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책의 저자 신무경은 언론사에서 금융부 기자로 근무하면서 금융이 IT를 만났을 때 핀테크의 종합체, 인터넷 전문은행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동아일보와 네이버 합작법인인 인터비즈에서 네이버와 일한 경험을 살려서 이 책을 썼다. 

추천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네이버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이다. 저자는 인터비즈에서 동아일보 기자처럼 취재하며 생동감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기도 하고, 네이버 직원들처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네이버는 비전이 없다고?'라는 반문을 제기한다.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은 공식석상에서 '비전이 없는 것이 곧 경영 철학'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 속에서 CEO가 틀을 정해놓으면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워서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책의 차례는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네이버호 인터넷해로 출항하다>, 2.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3. <네이버식 아메바 경영>, 4. <네이버의 망원경은 세계를 향해 있다>, 5. <네이버의 미래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다. 

챕터 1은 네이버가 출범한 지난 역사를 보여준다. 시작은 삼성SDS에서 기술개발 프로그램 한계도전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본 이해진이 검색엔진을 만드는 웹글라이더 팀을 구성한다. 2년간의 연구 끝에 상용가능한 DB 검색엔진 개발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검색엔진을 진짜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원천 기술로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을 가진다. 

이해진과 팀원 6명이 고심해서 붙인 'NAVER'라는 이름은 항해자를 뜻하는 'NAVIGATOR'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의 합성어다. 

네이버를 상징하는 로고인 '녹색과 날개 달린 모자'는 정보를 찾아내는 검색엔진과 정글 탐험가의 모습을 연결해서 이미지화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포털의 첫 화면을 지키면서 네이버의 상징이 되고 있다.

챕터 2는 네이버에서 임직원들이 어떻게 근무하는지를 보여준다. 네이버는 메인 서비스에서 오타, 오류가 나면 등급을 정해 그에 따른 징계를 내린다. 서비스를 운영함에 있어 쫀쫀함, 디테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야근을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좀 더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에 하게 된다."라는 전 네이버 포털UI팀 디자이너의 말에서 근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해진은 학창시절에 모든 친구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전과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2000년부터 백과사전식 지식 서비스 '지식백과'를 내놓으면서 그의 꿈이 현실화되었다. 네이버만이 갖고 있는 DB의 차별화 지점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원본 및 국문번역본, '독립신문'의 원본, 영문판, 한글 현대문 서비스 같은 역사기록물이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는 임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팩토리 'FACTORY'는 공장을 뜻한다. 공장에서 끊임없이 물건을 생산하듯 네이버는 끊임없이 콘텐츠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한성숙이 네이버 대표로 내정된 것만 봐도 실력 중심의 인사라고 하겠다. 학벌과 성별에 상관없이 실력 위주로 인사평가를 하다 보니 네이버 출신이라고 하면 이직하기도 수월하다.

층층이 배치된 음식 자판기, 커피머신과 4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병원 제너럴닥터 등이 직원들로 하여금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복지체계다. 

챕터 3은 네이버의 경영 방식을 보여준다.  교세라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만든 경영 기법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5~10명 정도 단위로 세분화한해서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 리더는 경영자처럼 '최대 매출, 최소 경비'라는 목표를 모든 구성원들이 달성하도록 독려한다. 네이버는 아메바 경영을 벤치마킹해서 셀과 프로젝트 단위로 해서 책임예산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챕터 4는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의 꿈을 보여준다. 이해진은 일본 시장 진출이 한국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IT 약소국이었지만 현지에서 생산된 웹페이지 수는 국내의 두 배가 넘었다. 일본어의 언어 배열이 한글과 비슷하다. 

이해진과 임직원들은 '라인'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준비했다.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스티커 메시지와 음성, 영상통화 기능, 라인게임 등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는 툴을 제공함으로써 일본 현지에서 라인이 성공할 수 있었다.

네이버가 유럽 진출 선언을 공언하면서 프랑스계 벤처투자회사 코렐리아 캐피털과 펀드를 조성했다. 프랑스는 자국 중심의 스타트업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반구글 정서가 강해 정서적 동질감이 크다. 

챕터 5는 네이버의 미래를 보여준다. 검색 포털에서 나아가 기술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꿈꾼다. 한성숙은 "차세대 첨단 기술을 광고주, 스몰비지니스 사업자, 창작자들 누구나 손에 쥐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친숙한 도구로 바꾸어내는 일을 해나가겠다."라고 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과 관련된 기술 분야,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고 노동을 대신해주는 로봇 비서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가 실행하고 있는 기술 플랫폼을 향한 공격적인 투자가 미래에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마치며에서 저자는 네이버가 뉴스, 포털 서비스에 맞춰진 미디어 플랫폼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이라면 업의 본질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한다.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는 네이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려준다. 그렇다고 네이버에 관한 찬양일색의 글이 아니다. 저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네이버의 장, 단점을 두루 언급하고 있다. 

대다수의 독자들은 수시로 네이버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검색하지만, 정작 네이버를 운영하는 기업에 관해선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베일에 쌓인 네이버가 궁금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네이버를 멀리할 수 없다.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온 포털의 최고 강자 네이버가 있기까지 그간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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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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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은 먼저 두 가지 빅뉴스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먼저 현대판 셜록 홈즈를 연기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제작이 확정되었단 소식이다. 또한 <더 타임스>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단 소식이다. 

그렇다면 원작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제작해도 흥행이 가능하고, 소설의 등장인물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내용상 선악의 대립과 극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감이 크다.

책의 앞표지를 보면 제목이 'HOW TO STOP TIME' 아래 '시간을 멈추는 법'이라고 나와 있다. 영어는 원제목이고 한글로 번역하면서 직역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럴싸한 제목도 많을 텐데 곧이 곧대로 제목을 달았다. 이유가 뭘까?

책의 뒤표지에 책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나는 늙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 놓고 싶다. 
나를 보고 사십대 즈음이라 생각했다면 당신은 감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늙었지만 사십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고백이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현대의학을 빌어서 성형, 화장, 미용으로 변신한 주인공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다. 과연 그럴지 궁금하다.

책의 저자 매트 헤이그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다. 2014년에 출간한 '휴먼: 어느 외계인의 기록'은 '세계 책의 날' 추천도서로 선정되었고, 2015년에 출간한 '살아야 할 이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렇다면 '시간을 멈추는 법'은 어떻게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을까?

책의 차례는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하루살이들 틈에서의 삶>, Part 2 <미국이었던 남자>, Part 3 <로즈>, Part 4 <피아니스트>,Part 5 <귀환>이다. 

다음 장을 넘기면 본문의 시작인 Part 1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내용이 나온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내가 한 세기 전에  헨드릭에게 들었던 당부의 말이다. 

"첫 번째 규칙은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거야." 그 이유가 마지막에 나온다. "상대가 누구든 마음을 열어 주지도 말고, 그렇지 않으면 미쳐 가게 될 거야. 아주 천천히......."

한 세기 전이라면 백 년 전이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인데 사랑에 빠지지 말라니! 
도대체 나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화자이자 주인공 톰 헤저드는 1581년 3월 3일에 태어나 지금 439살이다. 그는 애너제리아라는 병에 걸려 있다. 그래서 사춘기 즈음부터 노화의 속도가 정상인의 15배쯤 느려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너제리아를 앓는 사람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헨드릭이 주도하는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에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8년을 주기로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생활한다.

톰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인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가 마녀로 몰려 처형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눈을 피해 도주하다가 로즈를 만난다.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단 둘이 과일을 팔아서 살아가는 로즈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둘 사이에 딸 매리언이 태어난다. 

노화가 느린 톰은 가족들과 한 집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때부터 톰의 떠돌이 생활이 계속된다. 그는 자신과 같은 병에 걸려서 가출한 딸을 찾겠단 희망으로 오랜 세월을 꿋꿋이 버티면서 살아간다. 

톰의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전개된다. 독자들이 뒷이야기가 궁금할 때  현재가 끝나고 과거가 시작된다. 과거는 톰이 태어난 16세기 종교전쟁, 마녀사냥부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적 인물들이 등장하고, 세계사적 사건이 발생한다. 흡사 세계사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톰은 역사의 산증인이다. 

톰의 일생을 지켜보면서 늙지 않는 외모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그는 시간이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겠는가? 아래 시간을 멈추는 법이 제시되어 있다.

세상에는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현재는 매 순간 속에서 영원히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야 할 현재가 많이 남아 있다.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 (498쪽)

주위 정상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주인공의 불안정한 생활 그 속엔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면 안된다는 절박함마저 내포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이 책의 흡입요소라고 하겠다.

정상인보다 빨리 노화되는 조로증 환자들은 있다. 그런데 그 반대인 느리게 노화되는 애너제리아 환자는 찾아볼 수 없다. 작가의 상상력이 애너제리아를 소재로 시, 공간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또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간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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