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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미국의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엘레나 페란테가 쓴 '나폴리 4부작'을 읽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 '나폴리 4부작'에 관심이 생겼다. 어떤
내용이길래 미국의 정계를 쥐락펴락할 위치에 있었던 여장부 힐러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을지 궁금했다.
드디어 '나폴리 4부작'의 제
1편 '나의 눈부신 친구'를 펼쳤다. 책의 겉표지에 두 여자가 해변을 바라보면서 나란히 앉아서 서로 손을 포개고 있다. 배경의 색감이 선명하고
화려하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두 여자는 친한 친구 사이로 보인다. 그것도 눈부신 친구라고 칭할 만큼 둘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이겠지.
겉표지를 넘기니 작가의 이력이 나온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엘레나 페란테는 나에겐 생소한 작가이지만, 그녀의 조국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나폴리 4부작'은 소설가 한강이 받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쯤에서 얼른 다음 장으로 넘기고 싶었다.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한 문단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내 기꺼이 그를 자극하여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그에게 붙여주겠노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뜻하는 걸까? 왠지
악동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녀들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면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지 않을까?
다음 장에 목차가 나온다. 등장인물,
프롤로그, 유년기 돈 아킬레 이야기, 사춘기 구두 이야기로 간단하다. 목차를 자세히 적어두면 예측이 가능할 텐데. 하지만 두 여자의 성장기와 그
속에서 커가는 우정을 다루었을 거란 추측을 해본다.
등장인물이 꽤나 많다. 하지만 등장인물들로 인해 중압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책 한 권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레 인물들 면면이 파악된다. 작가는 그 많은 등장인물들을 누구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고 비중있게
다루었다. 소설에서 말하는 이 즉, 화자는 엘레나 그레코로 애칭이 레누이다. 화자의 친구는 라파엘로 체룰로로 릴라라고 부른다. 화자 레누가 친구
릴라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얽힌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는 노년에 접어든 레누가 릴라의 아들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어머니 릴라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레누는 과거 릴라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릴라는 학업성적이 우수했지만 구둣방을
운영하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진학을 포기하는 반면 레누는 계속 학업을 이어간다. 그래도 각자 다른 길로 나아가지만 둘의 우정은 변함없이
돈독하다.
마치 작가의 어린시절을 들여다보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권위와 자녀 학대, 남녀 차별 등 아직
산업화가 되지 않은 가난한 마을의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1960년대 이전 모습이 그러했으리라.
책에는
유년기에서 사춘기로 넘어가면서 겪는 신체적 변화를 대하는 또래 여자아이들의 대화가 여과없이 나온다. 여자아이에서 여성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문득 그때의 나는 어땠을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동안 여성의 성장기를 이토록 상세히 묘사한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책을 펼쳐든
이상 책을 덮고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레누와 릴라의 성장에 맞춰서 독자인 나도 성장해가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여자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을 다루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서 무난하지 않다. 때론 남자들끼리 주먹질을 하는 등 거친 폭력이 오간다. 그래서 때론 영화의 한
장면을 바라보는 듯 아슬아슬한 긴장이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1편의 마지막 반전이야말로 2편을 읽게끔 충동질한다. 장편소설의
내공이 느껴진다. 얼른 2편을 구입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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