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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ㅣ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쓴 나폴리 4부작 중 제 2권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이다. 1권의 마지막 반전에 따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얼른 2권을 구입해서 읽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 겉표지 앞의 제목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 왜 이런
제목으로 정했을지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제목 아래 그림을 보니 작가의 메시지가 확실해졌다. 그림은 붉은
석양이 물드는 저녁 다리 위에 젊은 여자가 홀로 서 있다. 다리 아래로 여러 권의 책들이 떨어지는 것으로 봐서 여자가 작정하고 책들을 버리고
있다.
이 여자가 화자인 주인공 엘레나 그레코라는 것은 책 1권을 읽었던 독자라면 짐작할 수 있다. 레누라고 부르는 화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한 뒤 계속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들을 물 속에 빠뜨리고 있다.
그것은 학생이 아닌 새로운 이름을 갖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화자인 레누의 친구이자 또 한 명의 주인공 라파엘로 체룰로는
어떨까? 레누가 릴라라고 부르는 그녀는 1권의 마지막에서 스테파노 카라치와 결혼했다. 이탈리아에선 여자가 결혼하면 아버지 성을 버리고 남편 성을
따른다. 그러니 릴라도 체룰로에서 카라치로 바뀌었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릴라가 아닌 카라치 부인으로 부른다. 이것 또한 새로운 이름을
갖는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2권은 레누와 릴라의 청년기를 다루고 있다. 아직 산업화가 되지 않은 이탈리아 나폴리 마을은 우리나라의
전근대적이었던 1960년대와 비슷하다. 이야기 속의 릴라는 초등학교 시절 우등생이었다. 아버지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지냈다. 그녀는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부자 스테파노와 결혼한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릴라지만, 손찌검을 서슴치 않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다.
반면 레누는 공부해서 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녀는 시청 수위
아버지와 절름발이 어머니의 자랑이다. 레누는 자동차 정비공 안토니오 카푸초와 사귀는 사이지만, 둘의 관계는 불안하다. 레누가 마음 속으로
짝사랑하는 니노 사라토레가 있어서다.
니노는 어릴 적부터 릴라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니노의 고백과 적극적인 구애로 릴라와 연인
사이가 된다. 니노를 사이에 두고 레누와 릴라는 삼각관계이다. 하지만 레누는 릴라와 니노에게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는다.
이렇듯
2권은 등장인물들의 청춘기를 다루고 있다. 사랑과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각자의 캐릭터에 따라서 다르다. 레누가 낙제점을 받지 않으려고 공부에
전념하는 동안 나폴리 마을의 젊은이들은 한바탕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누구나 그렇듯 청춘의 시기에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고 미숙하다.
그리고 연인간의 사랑이 불같이 뜨겁고 강렬한데 비해 그리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책을 펼쳐서 읽다보면 작가 특유의 쉽고 간결한
문체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사람 사는 방식은 동,서양의 차이가 없다. 레누와 릴라의 이야기가 책 속에 머무는 게 아니라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 있다. 마치 나폴리 마을의 이웃이라도 된 듯 가까이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게 작가의 내공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감정에
따라서 내 감정도 들었다 놨다하면서 요동치고 있다.
어느 새 책의 마지막에 이르렀다. 레누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작가로 책을
출판한다. 그것을 기념하는 독자간담회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여기서 반전이 시작된다. 또 얼른 3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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