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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 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텔슈트라스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란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책 '발상'이다. 그냥 책의 제목만 본다면 무슨 책인지 가늠키 어렵다. 그런데 제목 앞에 부연 설명이 더해져서 책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책의 앞표지 중앙에 있는 그림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원을 그리듯 펼쳐진 나뭇잎 위에 파인애플과 얼룩말이 교대로 있다. 나뭇잎, 파인애플, 얼룩말 서로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발상'이 떠오를 수 있다.
책의 뒷표지에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가 쓴 추천사가 있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우리의 뇌를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으로 추천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부터, 독자들이 자신의 뇌를 다르게 사용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과연 정재승 교수의 말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책은 이리스 되링, 베티나 미텔슈트라스 공동 저자가 썼다. 이리스 되링은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 15년차 디자이너로, 최근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가진 발상의 비결을 연구하고 있다. 베티나 미텔슈트라스는 독일의 여러 학술 기관과 방송, 대학에서 학술 및 라디오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책의 서문에서 영감을 불어넣는 요소는 늘 우리들 가까이에 존재한다면서 주변을 감각적, 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외부 세계가 생각 속으로 흘러들 수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받는 모든 인상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대부분 자동으로 사라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오한 관찰 능력, 집중적 인지 능력, 공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격려의 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발상을 얻는 용기를 가지길 바라며, 발상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이 영감을 얻고 발상에 다다르는 안내서가 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책의 차례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발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달리 "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라고 질문할 수 있다.
저자는 아래의 3가지로 대답한다.
'나는 네가 보지 못한 것을 본다.', '기억의 개입',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
'나는 네가 보지 못한 것을 본다.'에서 인간의 뇌는 일상생활하면서 끊임없이 필터링 기제가 작동해서 부수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차단시킨다. 그 기준은 자극의 강도, 내적 표상과의 연관, 호기심에 있다.
익숙함과 습관화는 다양한 삶의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지만, 발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주변 세계를 인지해야 한다.
외부의 것과 내부의 것이 발상의 원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열린 마음과 편견 없는 마음가짐이 전제되어야 한다.
요약하면 발상은 인지의 문제다. 이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중 대부분을 보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린다.
'기억의 개입'에서 앞서 인지한 자극들을 유용하게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발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기억 속에는 우리의 사고 안으로 흘러들어 오는 정보의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기억은 발상의 온상이다. 또한 기억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요약하면 생각에서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 그 경험을 기존의 지식과 연결시킨다. 그래야만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에서 유레카와 같이 무에서 탄생하는 갑작스러운 발상이 있다. 어디서 불쑥 떠올랐는지 물어보고 싶은 아이디어나 통찰, 깨달음, 발상이 영감이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의 각 부위의 활동을 측정해 보면 집중적으로 생각할 때와 똑같이 활발하게 작동한다. 즉 우리의 뇌는 활동을 줄이지 않는다. 잠이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뇌는 수면 중에 꿈꾸는 것을 좋아한다.
요약하면 생각을 흘러가는 대로 둔다. 이 생각 저 생각 공상하는 순간 예고도 없이 불쑥 발상이 떠오른다. 또한 편안하게 공상하면 머리가 느슨한 사고의 초석을 새로운 구상으로 재구성한다.
2장 <인상을 구하고 발견하기>는 달리 "내가 지금 제대로 온 건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사람마다 영감의 원천은 모두 다르다. 수많은 예술가, 사상가, 창의적 인물은 대부분 영감의 원천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신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연 속에서 걷는 행동을 발상의 원천으로 평가했다.
자연은 사라지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 리듬감 있게 천천히 움직인다면 말이다. 수많은 화가, 음악가, 조형예술가, 작가, 학자는 자연 관찰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오늘날까지도 자연 세계는 발명을 위한 영감을 준다.
암울한 이미지, 잔혹함, 비극, 영적인 심연, 고통도 영감의 원천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원천을 부정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애쓴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게 늘 옳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1960년대 작가들이 정신적, 예술적 창조력을 자극하기 위해 영감을 주는 수단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 마약이 영감의 발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말하기는 어렵다.
잠시하던 일을 멈추고 미소한 세계를 관찰하면 일상적 사건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생각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나면 주로 디테일한 부분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의식적으로 자주 관찰한다.
낯선 환경, 다른 문화, 새로운 만남 등 우리가 집을 떠나 여행하는 동안 우리에게 자극을 제공한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마음을 열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다.
모범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제공해 주며, 용기를 심어 준다. 모범은 반드시 유명한 인물이나 위대한 대가일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의 가족이나 지인들 속에서도 모범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 자신을 인식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반응을 경험하기 위해 뮤즈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 즉 뮤즈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권위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예술은 영감의 원천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예술은 예술가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아닌 사람에게도 풍부한 발상, 영감, 느낌을 유발한다. 이때 예술이 항상 위대한 작품이여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찰 대상에 심취하고 자신만의 시각과 인식을 획득하는 것, 나아가 영감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연상 영역은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집안일을 하거나 지루한 청소를 할 때, 구두를 닦을 때, 혹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다.
3장 <일편의 천재성>을 달리 "누가 뮤즈에게 키스할 생각을 했을까?"로 질문할 수 있다.
영감, 갑자기 뭔가 확실해지는 느낌,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발상, 즉흥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는 돌발적으로 방출되는 창의적 에너지로서 활동 욕구와 결합되어 있다. 영감에 사로잡힌 사람은 예기치 않은 추진력을 갖게 되며, 성취감, 만족감, 열정이나 감격을 느낀다.
요약하면 순풍을 타는 영감으로 비유한다. 매일 새롭게 떠오르지 않는 창작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영감이 도움을 주지만,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이나 수단이 필요했다.
4장 <영감은 근대적 구성인가?>를 달리 "우리가 아니라면 누구?"로 질문할 수 있다.
개인의 일상뿐만 아니라 정치, 학문, 경제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혁신의 발단은 발상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사람과 제도는 더 많고 풍부한 아이디어를 위해 사회적, 제도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네트워크는 전 세계를 연결한다.
스치는 생각을 영감으로, 발상의 전환은 창작을 하는 예술가의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누구든 공동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한다면 얼마든지 영감과 발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정재승 교수의 장담대로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니 주변과 세상이 달리 보인다. 공부나 일에 전념하다가 지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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