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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평점 :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책 제목 '당신 곁의 화가들'만 봐도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당신 곁의 화가들에는 과연 누가 포함되어 있을까? 독자들이 알고 있는 화가들의 이름을 열거해 보자. 굳이 미술관에 가지 않았어도 다양한 미술책에서 그림과 함께 화가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으리라.
'당신 곁의 화가들'은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이라는 부제목에서 보듯 서로 경쟁 관계에 있었던 두 화가들을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다. 물론 화가 자신이 상대를 일컬어 경쟁자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화가들이 많다. 그런데 미술사를 꿰뚫고 있는 저자는 그들의 작품 세계, 생애, 관계 등을 망라해서 공통점을 찾아내어서 두 화가들을 묶어서 라이벌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탁월한 해석이 돋보인다.
책의 구성은 라이벌 관계인 두 화가의 생애와 함께 대표적인 작품들을 각각 보여주고, 두 화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언급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미술사적 시대를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저자 박미성은 서울대학교와 런던 칼리지 대학에서 미술이론과 미술사를 공부했고, 홍익대학교에서 초기 여성 비디오아티스트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여러 대학에서 미술사 강의를 했다. 저자의 이력에서 미술 역사에 관한 전문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유학 첫 날 테이트 모던에서 마크 로스코의 시그램 벽화로 둘러싸인 전시실에서 로스코의 작품을 보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저자의 곁에 다가온 마크 로스코는 그녀의 예술적 스승이자 영감의 원천이자 마음속 한편을 지켜 주는 예술가가 되었다.
<천재형 vs 노력형, 르네상스의 두 거장>에는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있다. 르네상스는 문예부흥을 뜻한다. 중세의 종교화에서 벗어나 그리스로마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회화로, 미켈란젤로는 조각으로 표현했던 차이가 있지만, 그들은 인간의 시대를 활짝 연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였다.
<빛에 매료된 두 화가>에는 바로코 시대 램브란트 반 레인, 요하네스 베르베르가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두 화가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지만 네덜란드 밖으로 나가서 활동한 적이 없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빛에 주목했다. 하지만 빛의 표현, 빛을 사용하는 방법은 서로 반대였다. 램브란트는 인공의 빛을 추구하면서 화면 속 인물의 극적 감정과 행동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빛을 사용했다. 반면에 베르메르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의 빛에 집중해서 일상적인 장면을 그렸다.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화살을 쏘다>에는 로코코 시대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프란시스코 고야가 있다. 스페인 왕실의 성공한 궁정화가로 둘은 다른 시대에 활동했지만 스페인의 굴곡진 역사와 함께 하면서 시대의 편견을 깨뜨리는 진보적인 발걸음을 남겼다. 벨라스케스는 화면속 인물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특유의 통찰력으로 개개인의 고유한 개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반면에 고야는 스페인 사회 나아가 유럽 전반의 사회적 모순과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에 담았다.
<위대한 빛 그리고 우정>에는 인상주의를 열었던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가 있다. 마네와 모네는 이름이 헷갈린다. 생전에 비평가들도 두 화가를 혼동했다고 한다. 마네가 모네보다 파리의 미술계에 먼저 이름을 알렸고 둘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네는 19세기 파리의 일상적 도시 풍경을 담아내며 근대적 화면을 구현해 나갔다. 반면에 모네는 '빛이 곧 색'이라 말하며 빛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색채를 해석해 순간적인 시각의 인상을 화폭에 담아내려고 했다.
<불꽃 튀는 천재들의 만남>에는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화가 고흐,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화가 고갱이라고 하겠다. 둘은 남프랑스 아를에서 화가 공동체를 이루면서 한집에서 생활하지만 서로 상반되는 점이 많아 결별의 수순을 밟는다. 그들은 예술가의 감정을 담아내는 주관적 색채를 선호했다. 고갱은 강렬한 색채로 상징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려 내면서 자신의 내면을 담아냈고, 고흐는 생동감 넘치는 그림에 밝고 순수한 색채로 자신을 표현했다.
<애증의 줄다리기 속에서 피어난 예술>에는 근대 조각사의 두 인물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이 있다. 로뎅과 클로델은 사제지간이다. 클로델이 로뎅의 그늘에서 벗어나 조각가로서 도약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죽어서도 로뎅과 함께 묶일 수밖에 없었다. 로뎅 미술과의 마지막 전시실에 클로델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가장 요란한 작가와 가장 과묵한 작가>에는 야수주의 앙리 마티스, 입체주의 파블로 피카소가 있다. 20세기 전반기의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들이다. 그들은 회화의 두 요소인 색채와 형태를 갖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마티스는 자신의 경험과 주관에서 비롯된 주관적 색채를 사용하면서 형태를 단순화했고, 피카소는 형태를 분해해서 다시점의 형태가 평면에 중첩되게 표현했다.
<상식에 끊임없이 도전하다>에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르트가 있다. 그들은 현실과 유사한 이미지로 현실 너머를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달리는 자신의 공포를 드러나고 해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인한 화면을 만들어낸 반면에 마그리트는 일상의 친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배치해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모든 미술책이 그러하듯 '당신 곁의 화가들'에도 곳곳에 화가의 대표 작품들이 저자의 해설과 함께 나온다. 그럼에도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이라면,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조별로 공통점을 찾아내어서 두 화가를 묶었고, 각자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명하면서 차이점을 찾아내었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술사라기 보다 미술 인물사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 그게 이 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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