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2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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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출신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가 쓴 <나의 투쟁 2>는 나의 투쟁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가 쓴 <나의 투쟁> 시리즈는 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1편을 읽고 난 뒤 2편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1편을 읽어본 독자라면 전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시 2편을 찾아서 읽게 되리라.

책의 겉표지 앞면에 작가의 자화상이 나온다. 이번엔 얼굴이 정면을 살짝 벗어나 있다. 흑백의 사진 속 작가의 얼굴은 아무렇게나 빗은 굵은 머리칼과 정돈되지 않은 무성하게 자란 수염 등이 결코 평범한 인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삶의 굴곡이 주름진 얼굴에 드러난다. 하지만 무언가를 응시하는 눈빛은 생기가 돌며 살아있다.

책의 겉표지 뒷면에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세상은 우리였고 우리는 세상이었다."란 문구가 검은 바탕에 파스텔톤에 가까운 파란색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암시하듯 2편은 작가의 청춘 시절 한 때를 담고 있다.

그가 첫 번째 결혼에서 실패하고 고향 노르웨이를 떠나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온다. 거기엔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게이르 외엔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도시다. 그리고 혼자 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잠깐 잊고 지내왔던 린다의 이름을 되살려내고 그녀와 재회한다. 그는 과거 린다를 바라보면서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적이 있다.

작가 칼 오베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는 사랑에 빠져드는 연인의 섬세한 심리를 여과없이 묘사하고 있다. 처음 사랑에 빠져들 때를 생각해 보라.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가슴벅찬 감격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녀의 눈에 매순간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랑의 유효기한이 존재한다. 흔히들 콩깍지가 벗겨진다고 한다. 눈에 덧씌워진 환상이 사라지고 나면 냉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남녀간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진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에서 문학과 예술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답게 책의 곳곳에 문학과 예술에 관한 전문가다운 풍부한 소양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의 단면을 살펴볼까?

작가는 책의 154쪽에서 러시아의 거장 도스토옙스키를 언급하고 있다. '문학을 도스토옙스키 이전과 이후로 나누면서 도스토옙스키 이전에는 크리스트교적인 개념이 이상적으로 작용해서 소설 속 인간들이 이룰 수 없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삶을 참고 견디며 투쟁했다. 그런데 도스토옙스키는 작품의 주제로 자아포기, 자아소멸, 인간적 겸손 등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책의 제목 <나의 투쟁>에서 드러나듯 작가도 일상을 삶의 투쟁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책의 157쪽에서 '19세기의 작품이 내면의 신을 토해내고 거부함으로써 순전히 인간성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와 뭉크와 프로이트가 그 예다.'라고 한다. 그리고 작가는 인간의 존재 의미, 삶과 죽음에 관해서 그만의 사유를 덧붙이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그저 가볍게 술술 읽어지는 통속적인 연애소설과 다르다.

작가는 책의 225쪽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배워서 습득할 수 있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면서 시를 읽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반응을 세 가지 부류로 관찰하고 있다. 첫째,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둘째, 내게도 잠재력과 능력이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모든 문제점을 거부하는 것이다. 구구절절한 설명을 빼고 독자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따져보자. 물론 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위 반응관 무관하다.

<나의 투쟁 2>는 작가가 청춘의 한 때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작가만의 일상이 아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면서 누구나 겪고 있는 삶의 과정이고,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만약 그 시절을 지나온 독자라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 땐 그랬지'라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그런 맛에 읽어볼 만하다.

 

http://blog.naver.com/geowins1/22115454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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