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인문학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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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리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학자', 성리학은 중국 송나라 주희에 의해서 창시되었다. 공자의 '인'에서 출발, 오랜 세월을 거쳐온 유학에 철학 사상이 가미된 게 성리학이라고 보면 된다. 고려말에 안향이 중국으로부터 가져온 성리학을 소개했다. 성리학의 시작은 중국이었지만, 오히려 중국보다 조선에서 학문, 사상,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정도로 학문적 깊이가 더해졌다. 그 중심에 율곡이 있었다. 

'현실의 한계 속에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던 개혁 정치가', 율곡은 과거시험에 9번 수석 합격할 만큼 조선시대의 우수한 인재였다. 그런 그가 임금의 측근으로 수시로 상소를 고하며 임금에게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을 권유했다. 중종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에 이어 인종, 명종까지 당시 정치적 상황이 공신 및 외척들이 득세하며 그 와중에 조광조같이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던 많은 선비들이 사화를 겪으면서 관직에서 쫓겨나는 등 혼란의 연속이었다. 율곡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임금에게 아부하지 않고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그의 소신있는 발언이 힘을 얻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은퇴 후에는 대장간을 차려 직접 생계를 꾸려 간 실천적 지성', 율곡은 성리학의 대가로 평생 글공부에 집중했던 선비였다. 그런데 한집에 모여살았던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공인들이 하던 대장간 일을 하기도 했다. 아직 실학이 대두되기 전이지만 그는 시대를 앞서 실사구시를 실천하려고 했다. 그가 관직에 있을 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재산을 축적했다면 은퇴한 후에도 넉넉한 재산으로 빈곤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율곡은 평생 청렴하게 살았다. 

율곡은 평생에 걸쳐 사람다움의 길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실천하고자 했다. <율곡 인문학>은 그가 20세 때 쓴 <자경문>에서 밝힌 일곱 가지 주제를 각 장으로 나눠서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부터 차례를 살펴보면 입지, 치언, 정심, 근독, 공부, 진성, 정의 순이다. 굳이 본문을 자세히 읽지 않고 차례에 나와 있는 사자성어와 뜻 풀이만 훑어도 율곡이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 실천하면서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최소 2회 읽을 것을 추천한다. 먼저 1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다음 2회는 차례에서 각자 새겨서 실천하고 싶은 장을 취사선택해서 읽는다. 그만큼 차례 구성이 색인의 기능을 겸하고 주제를 율곡의 원문에 충실하게 사자성어로 간략히 보여준다.

제 1장 입지는 먼저 뜻을 크게 가져라, 평생의 스승을 찾아라, 반드시 실천하라, 낡은 습관을 혁파하라다. 율곡은 뜻이 서지 않으면 3가지 폐단, 성현의 가르침을 믿지 못하고, 지혜와 용기가 없다고 했다. 율곡은 임금의 큰 뜻이 왕도를 실천하여 어진 정치를 펼치는 것이라며 선조에게도 상소를 올렸다. 율곡은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이자 스승으로 퇴계 이황을 찾아갔다. 또한 율곡은 버려야 할 낡은 습관 여덟 가지를 들고 있다. 책 49쪽에 제시되어 있는 글은 현대인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특히 일곱째, 부귀영화를 부러워하고 청빈을 싫어하며 거친 옷과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기질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제 2장 치언은 말을 삼가고 두려워하라, 말과 행동을 서로 같게 하라, 말의 도리를 살펴라, 군자의 말법을 익혀라다. 율곡이 관직에 있을 때 김효원의 동인 세력과 심의겸의 서인 세력간의 대립이 있었다. 붕당의 시작이다. 율곡은 신하들이 말을 다스리지 못해 동서간의 대립을 가져왔다고 했다. 결국 나라의 혼란에 이어,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맞이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제 3장 정심은 마음을 먼저 다스려라,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라, 어지러이 흩어진 마음을 다잡아라, 여덟 가지 마음공부법을 익혀라다. 율곡은 어머니 사임당의 죽음 이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취했다. 우선 욕심과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율곡이 <성학집요>에서 제왕이 반드시 갖춰야 할 마음공부로 제시한 것들 중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은 제왕 뿐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제 4장 근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고 삼가라,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불경한 생각을 버려라, 리더로서 근독의 본보기가 되어라다. 근독은 홀로 있을 때나 남이 볼 때나 똑같이 행동하라는 것이다. 율곡은 근독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음, 학문, 행실을 살피고 단속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낮잠과 게으름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제 5장 공부는 배우고 또 배워라, 독서의 법도를 익혀라, 순서와 절차에 따라 독서하라, 널리 읽고 깊게 토론하라다. 율곡은 독서를 죽어야 멈출 수 있는 평생의 과업이자 의무라고 생각했다. 독서란 앎과 실천이 결합된 말이다. 율곡은 글을 읽는 까닭이 옳고 그름을 분별해서 일을 행할 때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율곡은 <성학집요>에서 올바른 독서와 궁리의 방법으로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의문을 가져야 하고, 책 읽기와 생각하기 역시 일정한 과정과 법칙에 따라야 하고, 단 한 구절을 읽더라도 그것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헤아려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책을 읽는 것에 그친다면 머리 속 지식만 늘어나는 셈이다. 지행합일이 되지 않는다면 말로만 떠드는 지식인을 양산하는 것이다. 율곡은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제 6장 진성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라, 정성을 다해 실천하라, 사람을 정성껏 대하라,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라다. 율곡은 어머니 사임당을 여읜 후 성정이 괴팍하고 덕이 없는 새 어머니를 섬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식으로서의 효를 다했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 7장 정의는 의로움을 가까이하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라, 정의로운 길을 가라다. 율곡은 <동계거사>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지켜야 할 내용으로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일에 치우치는 마음을 가져선 안되고, 한 집안에서 개인 재산을 두지 말고, 가족들끼리 서로 화목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율곡이 그의 저서에서 밝힌 내용은 그가 살았던 조선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인생을 살아가는 올바른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율곡인문학>을 읽는 내내 진작에 율곡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율곡의 가르침은 그가 평생을 두고 실천하고자 했기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지 않는다. 

율곡이 쓴 여러 저서들은 한자로 쓰여져 있다. 그래서 원문을 읽기란 쉽지 않다. 저자 한정주는 율곡의 저서들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엄선해서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율곡인문학>을 읽고나니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연말을 맞이하여 마음을 차분히 독서에 집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도 새해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할 수 있으리라.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14847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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