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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ㅣ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평점 :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쓴 나폴리 4부작 제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었다. 2권의 마지막 반전이 3권에서
어떻게 시작될지 궁금했다.
제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무려 617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책의 분량에서
오는 중압감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일단 책을 펼쳐들면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도중에 책장을 덮고 딴일에 전념할 수
없다.
책의 제목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두 인물의 거취를 보여주는 듯 겉표지 삽화에서 두 젊은 여성의 등 돌린 모습이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책의 겉표지 제목과 삽화는 책에서 전개될 주요 내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떠나간 자이고 또
누가 머무른 자일까?
주인공은 어릴 적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던 레누와 릴라 두 여성이다. 화자 레누는 대학까지
졸업한 재원으로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발표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녀는 촉망받는 대학교수 피에로타와 결혼하면서 고향
나폴리를 떠나 피렌체에 거주한다. 반면에 레누의 친구 릴라는 거꾸로 고향 나폴리로 되돌아온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와 아들 젠나로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믿음직한 엔초가 있다.
책은 1950년대 이탈리아의 혼란한 정치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등장인물들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듯하다. 릴라가 생계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브루노 소카보의 햄 공장에서 노동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들끼리 모여서 그들의
단결된 목소리를 높이는 것, 공산당원 파스콸레와 파시스트 지노 간의 대립 등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직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이탈리아
사회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탈리아 남부를 대표하는 나폴리와 이탈리아 북부를 대표하는 피렌체 두 지역간의 경제적 격차는 여전히
이탈리아가 안고 있는 골칫거리이다.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사투리와 표준어의 차이만큼 서로 융합되기 어려운 이질적인 환경이다. 그것을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이탈리아의 근현대사와 맞물린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배경지식을 갖게 된다. 페미니즘이 보편화되지 않은 이탈리아에서 남성의 권위와 폭력에 굴복하면서 숨죽여 살아가야 하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레누와 릴라는 그녀들의 어머니처럼 연약한 여성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한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자 레누가 지금껏 혼자 흠모해왔던 니노와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 얼른 4권을 펼쳐보고
싶다.
작가 엘레나 페란테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장편소설을 분권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에 재빨리 다음 책을 읽도록
충동질한다. 그것이 나폴리 4부작을 이어주는 반전의 묘미인 게다. 거기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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