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을 '시시한 책이면 어때서'로 바꾸면 어떨까? 시중에 나온 여느 책들에 비해 책의 크기가 작다. 한 손에 쥐고 펼쳐서 읽는 게 가능하다.책의 앞표지 배경이 절반은 하얀색, 절반은 초록색이다. 두 색의 조화가 상큼하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라는 제목을 보완해 주는 작은 글이 있다.'상처받기 싫어서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나누고 싶은 공감의 한마디'이쯤에서 독자들은 마치 내 사연인 양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올 것이다.책의 뒤표지를 보면 '청춘이기를 포기하고 사는 우리 세대를 위한 공감 에세이'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한창 젊은 나이의 2030세대에게 어울릴 법한 에세이라는 말이다. 청춘을 지나친 중년층 이상은 이 책을 읽지 말라는 얘기인가? 아니다. 이미 청춘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 누구나 기꺼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의 어딘가에서 지나간 청춘의 흔적을 쫓아가면서 어느 덧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되리라.저자 유정아는 3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녀는 글을 쓰고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영상도 만들어 보면서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간단다.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작년 초 책의 출간 제의가 들어왔을 때 망설였단다. 뭐하나 번듯하게 이뤄 본 게 없는 자신이 책을 쓸 주제가 될지를 고민했다. 자신처럼 어정쩡한 사람의 실패담이 하나쯤 끼어 있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차례는 크게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진다. '잘못 든 길에도 풍경이 있다', '그의 무례는 내 탓이 아니다', '청춘이기를 포기합니다', '소비에 실패할 여유'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힌 대로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저자의 일상 속 느낌과 생각이 녹아든 에세이다. 책 109쪽에 제목과 동일한 에세이가 실려 있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다. 저자는 자신을 시시할 정도로 흔한 사람이라는 걸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애써 무엇이 되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고, 어떤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그렇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주변을 의식하면서 뛰어난 사람들과 비슷해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인데 말이다. 저자는 그것을 깨달았다.책 115쪽 '서른 살'에서 저자는 서른 살의 인생은 뭔가 다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서른 살을 넘기고 보니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데서 오는 중압감 외엔 이전과 다른 게 없다. 그렇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세상 사람들이 편의상 규정한 나이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갑자기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없다. 그건 내 의지와 주위 환경으로 인한 변화에서 비롯된다.책의 여백을 채워주는 삽화는 의외로 단순하다. 무심코 펜으로 쓱싹쓱싹 그려놓은 듯하다. 때론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일지라도 삽화가 있어서 가볍고 유쾌해진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꺼내어서 읽으면 위안이 된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한 편씩 읽어보자.https://m.blog.naver.com/geowins1/221285457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