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베라는 남자'를 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나라 독자들의 이목을 끌 만하다.

책의 제목 '베어타운'은 곰마을이란 뜻이다. 두리뭉실하고 우직한 곰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책의 앞표지 삽화는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숲속 작은 마을 사이로 드문드문 아이스하키 장비, 커피, 위스키가 보인다. 커다란 호수를 사이에 두고 위, 아래에 집이 모여 있다. '베어타운'과 소품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책의 뒤표지에 전작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은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찬사가 있다. 그래서 얼른 책장을 넘기고 싶다.

'베어타운'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아래의 세 줄에 이야기의 주제가 담겨 있다. 작가는 쇠락한 작은 마을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 희망이 무엇인지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

'쇠락한 작은 마을, 베어타운 
가슴에 곰을 품은 사람들의 좌절과 용기.
눈물과 감동으로 얼룩진 단 하나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

책의 앞표지를 넘기면 <'베어타운' 사람들>이 나온다. 무려 570쪽에 이르는 장편소설답게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베어타운'은 크게 3개의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하이츠, 베어타운 중심가, 할로가 있다. 하이츠는 베어타운 남부로 호수를 내려다보는 산비탈에 위치한 고급 주택가다. 베어타운 중심가는 중산층이 거주하는 연립주택과 조그만 주택들이 있다. 할로는 베어타운 북부로, 지대가 낮고 임대 아파트가 있다. 숲속 작은 마을에도 도시처럼 지역별로 빈부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집과 가족들이 묘사되어 있다. 하이츠의 케빈 집, 베어타운 중심가의 마야 집, 할로의 아맛 집 등등 총 14가구가 등장한다. 가족 수까지 합하면 세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한 집씩 가족 구성원들을 살펴보니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길. 

독자들은 책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된다. 왜냐구? 마을에서 일어난 하나의 커다란 사건에 사람들은 제각기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캐릭터가 입체적이다. 그것을 작가는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그는 천상 스토리텔러,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청소년이 살인을 저지르다니 도대체 왜 그랬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다음 장을 넘기면 '탕-탕-탕-탕-탕.' 이다. 총을 연달아 다섯 발을 쏠 때 나는 소리다. 헉! 놀랍다. 작가는 시작부터 독자들을 최고조의 긴장감으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총소리라고 여겼던 '탕-탕-탕-탕-탕.'은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스틱으로 퍽을 칠 때 나는 소리다. 그것을 인지할 때 독자들은 작가의 트릭에 넘어갔다면서 탄식을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독자들은 이제나저제나 첫 문장의 사건이 언제쯤 터질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숲속 작은 마을 베어타운 주민들은 아이스하키단의 승리가 쇠락해가는 마을에 명성과 함께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올 거라 믿는다. 청소년팀에서 최고의 실력자 케빈은 마을의 우상이다. 그런 케빈이 아이스하키 구단장 페테르의 딸 마야를 성폭행한다. 그 이후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가해자 케빈을 두둔하면서 피해자 마야의 처신에 관해서 왈가왈부한다. 심지어 마야가 거짓말을 한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진실은 통하기 마련이다. 거액의 돈으로 회유하려는 케빈 아버지에게 맞서서 어렵사리 진실을 얘기하는 아맛이 있다. 그리고 소수에 불과하지만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서 베어타운에서도 단 하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베어타운'은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 종목과 성폭행이라는 사건에서 최근의 우리나라 상황과 연관성이 많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아이스하키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사회의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으로 성희롱, 성폭력에 민감하다. 그래서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