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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ㅣ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완독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 정보라
📖 퍼플레인 @purplerain.pub
너무 소름이 돋았다. 개인적으론 이런 스타일이 귀신나오는 것보다 무서운 것 같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부문, 2023년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님의 신작 가제본 서평에 당첨되어 10편의 단편 중 4편의 작품을 먼저 읽었다.
이번 작품은 환상문학 단편선 두번째 책으로 모든 이야기가 단편이어서 그런지 "저주토끼"나 "고통에 관하여" 보다 뭔가 한층 더 소름돋고 괴이하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평범하다. 하지만 그 평범함 뒤에는 폭력성과 잔인함, 두려움이 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해서 모든 스토리에 공감요소들이 있고, 약간의 호러 판타지 요소가 있어서 너무 재밌게 읽었다.
01.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02. 감염
03. 리발관의 괴이
04. 내 친구 좀비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인물의 이름도 없다. 그저 첫번째 남자, 두번째 남자, 세번째 남자다.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아마도 이 인물들 모두 타인의 고통을 즐겼던 자들일 것이다.
p .19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자들에게 다른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 (중략) 이유 없는 고통을 당한 사람은 잊지 않는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며 즐긴 사람에 대한 증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감염>은 서평도서를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 인상깊게 읽었을 것 같다.
한 인물이 이상한 사건을 계기로 폭력에 익숙해진다. 이젠 여자친구의 하얀 피부에도 상처를 내고 싶어진다.
p. 63
폭력이란 이상한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이면서 마지못해 툭툭 건드리는 정도에서 시작했지만, 주먹을 한 번 뻗을 때마다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리발관의 괴이>는 소재도 스토리도 괴이했다. 과장된 표현이나 각자할말만 하는 대화는 약간의 웃음을 유발하며 전 이야기를 읽으며 긴장했던 승모근은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내 친구 좀비>는 아직까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스토리다. 음.....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로 인해 딸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없어 좀비처럼 된다는 것 같다.
p.190~191
그 검은 덩어리가 기다란 혀를 내밀어 침대에 누운 사라을 핥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의 혀가 들고날 때마다 침대에 누운 사람은 고통스러운 듯 힘겨운 숨소리를 냈다.
(중략)
"제발, 나 좀, 데리고, 나가줘......"
선이가 속삭였다.
(중략)
검은 덩어리가 입을 벌렸다.
"어머, 명이 왔니?"
그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전화로 몇 번이나 들었던 선이의 어머니 목소리였다.
나는 살고 있기 때문에 산다는 것을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살지도 않는다. 어떻하면 더 잘 살지 고민해도 어떻게 하면 잘 죽을지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사람과 죽었지만 죽지 않은 존재들이 뒤엉켜 함께 공존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삶과 죽음이 어떤 것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살아있는 것인지 , 죽음과 함께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