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국민국가를 형성하는데 있어 신문의 지대한 역할에 대해서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에서 밝힌 그대로이다. 국민 혹은 민족을 상상하게 하는 기제로서의 신문이란 근대 기획의 전위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신문사를 개괄한 다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한국의 신문은 서구 신문의 수백 년 역사가 경험했던 것을 개화기부터 일제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집약적으로 경험하였다. 수공업적 단계에서 시작하여 중세를 극복하고 근대 사회를 성립, 정착시키는 정론적 수단으로, 다시 영리를 추구하는 경제적 수단으로 변모를 겪어온 것이 서구 신문 수백 년의 역사적 경험이었다. 한국의 신문들은 수십 년의 시간 속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이러한 지적은 '압축근대'라는 우리 근대의 특질을 신문사의 영역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압축근대가 가질 수밖에 없는 어떤 졸속성은 우리의 신문사에 그대로 투영된다. 그러나 우리의 신문사는 근대 형성기라는 격변기의 엄청난 정보 수요를 감당하면서 민족, 국가, 국민의 창조에 기여해 왔다. 신문이라는 매체는 근대의 표정을 가장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문학의 중심 매체로 기능하면서 한국근대문학의 존재 기반이 되어왔다. 또한 공론의 장으로서의 신문이 가진 기능은 우리 근대문학의 담론들이 들끓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신문이 가진 내셔날리즘의 논리가 주목받고 있는 세태와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여전히 민족주의의 사관을 통해 일제라는 타자에 대한 응전의 태도를 비평의 기준으로 삼고있다. 재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