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 지성의 근본주의 비투비21 5
마크 네오클레우스 지음, 정준영 옮김 / 이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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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출발점은 파시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망령된 무엇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여전히 실존하는 반동적 모더니즘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파시즘은 근대 산업자본주의의 산물로서 내재적 파괴력을 가진 모더니티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파시즘은 반계몽주의와 반유물론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맑스주의와 자유주의는 모두 유물론의 두 측면이라는 점에서 비판된다.

니체의 비합리적인 것에의 관심, 이성과 지력을 직관과 생의 비약으로 대체한 베르그송, 합리적인 개인도 군중의 영향 아래서는 비합리적일 수 있다고 하면서 군중의 이런 비합리적인 힘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을 내세운 르봉 등의 사상과 이론은 파시즘의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반유룰론적 이론혐오즘과 노동계급의 정치화라는 뿌리를 가진 파시즘은 대중심리학, 엘리트이론, 수정된 맑스주의에 의거한다. 파시즘의 본질을 드러내는 본능, 감정, 직관, 의지 등의 말들은 모두 그 반계몽주의, 주지주의에서 비롯하는 것이며 맑시즘과 파시즘은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는데, 맑시즘의 중심개념이 계급, 역사, 혁명이라면 파시즘의 그것은 민족, 자연 전쟁이라는데서 그 변별점이 있는 것이다.

지도자 숭배를 종교적 헌신으로, 지도자를 교황으로, 당에서의 축출을 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시즘은 종교적이라 할만하다. 그것은 또한 이성보다는 신념과 신뢰 그리고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파시즘에서 전쟁은 문명의 최고단계로 여겨지고 전쟁에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대중은 민족이란 개념으로 재탄생한다. 전쟁은 혁명과 해방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옹호되고 심지어 전쟁의 미학화로까지 이어진다. 또 민족은 파시즘의 핵심적 개념인데 계급해방의 논리는 민족해방의 논리에 종속되고 혁명의 주체는 프롤레타리아에서 민족으로 전위된다. 파시즘의 군중심리학 또한 이성적 신봉이 아닌 민족 감정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나치즘이 생물학적 인종주의를 숭배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국가개념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나치즘에서의 국가는 민족적 구성체를 위한 임시적 집합으로 보는 점에서 정신적 윤리적 실체로서의 국가 개념을 상정하는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다르다. 따라서 독일의 인종주의는 민족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것을 국가의 역할로 보고 있다. 나치즘의 반유태주의도 이런 인종주의에 기반한 이방인 혐오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반유태주의, 인종주의는 독일 파시즘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민족주의의 이방인 혐오증이 가진 보편적 문제이므로 예외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 이주민 문제, 소수민족 문제 등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일관된 논리와 같이 이러한 파시즘의 현상들은 우리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파시즘은 모더니티, 민주주의의 발흥, 합리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전통을 이상화된 민족의 통일성을 위협하고 원자화와 소외를 불러오는 근대적 타락의 형태라고 규정한다. 민족은 개별자를 보편적 집합적 힘과 연결시키므로써 개인을 집단에 용해시킨다. 민족적 사유는 위험한 존재인 노동계급을 통합하고 진압할 수도 있다.

파시즘은 표면적으로는 서회주의의 용어와 슬로건을 표방하면서도 역사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그것은 사적 소유의 인정에서도 확인된다. 파시즘은 다만 금융 혹은 은행자본을 비판할 뿐이다. 사회주의의 수사는 대중 동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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