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암소:미셸 푸코 연구 현대의 문학 이론 16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9월
평점 :
절판


김현의 미셸 푸코 연구서 <시칠리아의 암소>를 읽었다. 김현의 글은 나를 분발하게 만든다. 유려한 문체와 타자에 대한 이해의 깊이, 텍스트에 대한 예리한 분석력, 이런 것들은 김현의 이름 앞에 왜 대가라는 수식이 필요한가를 절감하게 한다.

산재해 있던 푸코의 문학 비평들을 한데 묶어 <미셸푸코의 문학비평>이라는 책을 엮었던 김현이 이 책을 쓴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푸코의 난해한 문맥은 김현의 분석을 통해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전달된다. 푸코의 질서에 대한 탈주와 그 뒤를 쫒는 김현,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되어 있다.

'그의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의 탈-체계적 사유를 다시 체계화하여 그를 읽으려고 애쓴다. 그는 벗어나려고 하고, 그를 읽는 독자들은, 나처럼, 그를 잡아 가두려고 한다. 그 힘들 사이의 긴장의 공간이 그의 사유의 공간이다.'(80쪽)

푸코는 문학과 미술같은 비-철학적인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철학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철학과 비-철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러니까 문학비평과 마찬가지로 그의 미술비평은 철학의 반성이라는, 그의 표현을 빌면 철학적인 것의 고고학적 계보학적 위치를 규명하려는 노력의 표현이다. 그의 노력을 통해 비-철학적인 것들의 상당수가 철학적인 것의 영역 안에 들어 온다. 광기 감옥 성 고백 병원 등의 비교적 큰 주제들뿐만이 아니라, 거울 칼리그람 등의 비교적 사소한 주제들에 이르기까지 그가 다룬 것들은 철학적인 것의 범주 안에 들어 온다.'(196쪽)

푸코의 시대 구분을 따르면 15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5세기 동안의 기간은 두 번의 단절을 보이며, 이 단절은 비연속적(바슐라르의 '인식론적 단절'의 영향을 받음)이다. <말과 사물>에 에서 언급한 에피스테메 이론(푸코는 뒤에 에피스케메 이로능로 부터 거리를 두게 된다.)을 따르면 유럽의 역사는 16세기까지의 전고전주의적 에피스테메(유사성과 조응), 17세기 중엽에서 18세기 말까지의 고전주의적 에피스테메(재현), 19세기 초에서 20세기 중엽까지의 근대적 에피스테메(역사성)로 나뉘어 진다. 김현이는 이러한 시대구분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 주장들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시대구분의 교묘한 변형이기 때문이'(54쪽)라고 한다. 또한 김현은 에피스테메가 '변모의 국면들 사이에는 인식론적 단절, 불연속이 있으며, 변화된 국면에서는 새로운 인식이 생겨'(66쪽)나는데, 이 새인식이 쿤의 '패러다임'과 비슷하다고 하면서도 세가지면에서의 차이를 인용하고 있다.(67-8쪽 참조)

<푸코의 문학비평>에서는 담론과 권력(76-9쪽 참조), 저자의 죽음(83-91쪽 참조)에 대해 명쾌하게 소개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해석을 두고 벌인 데리다와 푸코의 논쟁을 소개하면서 '푸코는 이성이 광기를 배제했다고 보고, 광기의 역사를 씀으로써, 고전주의적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려 하고, 데리다는 이성 속에 돵기가 숨어 있다고 보고, 그 숨김의 양태를 드러내려 한다.'(120쪽)고 요약한다.

<권력 언어 매혹>은 산재하는 권력인 '미세권력', 앎(지식)과 권력의 관계, 규율사회 등 권력에 관한 푸코의 사유와 함께 바르트와 보드리야르의 권력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고해성사와 경찰의 심문기술에 이르기까지 통제의 역사를 고찰하는 부분은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고 '인문과학은 규제의 산물'(137쪽)이라는 푸코의 말은 지식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통찰에서 나온 것이다.

<권력 언어 매혹>은 현대성에 대해 비판과 옹호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던 푸코에 대한 하버마스의 비판을통해 푸코의 현대성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억압없는 사회를 향한 노력>은 짧지만 명료한 글이다.

김현의 이 푸코 연구서는 체계적인 사유로부터 벗어나려는 푸코를 비-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한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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