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문의 사명 - 인문학연구총서 1
조동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조동일, <인문학문의 사명>, 1997, 서울대학교출판부

인문학문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우리들의 사고, 현실, 역사를 총괄해서 점검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까지의 이런 (시비학, 수입학, 자립학)에서 벗어나서 창조학을 해야한다. 국학을 세계화하는 것이 창조학이다. 이는 다른 여러 학문들의 결함을 시정해 줄 수 있다.

또 우리가 세계적인 범위의 일반이론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핵심이 바로 生克論이다. 생성과 극복, 조화와 갈등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이론이다. 이치의 근본을 모두 포괄적으로 논의해서 따지는 학문적 전통을 지녔기 때문에 모든 싸움을 인정하면서 화합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학문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학문은 진실을 탐구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 결과로 사회를 규제할 수 있고 가치의 평가기준을 삼을 수 있어야 한다. 학문끼리 충돌하는 이유는 그들을 다루는 상위학문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문 정립이 필요하다. 바로 비교연구가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겐 대단위 연구가 이루어졌다거나 그러한 계획조차도 없다. 대학은 교수에게 연구하는 여건도 마련해주지 못하고, 학생들에게도 공부할 환경을 제시하지 못한다. '학부제'를 실시해서 불균형을 초래하고, 얄팍하게 연구논문의 평가를 한답시고 교수의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

인문은 인간의 총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周易>에서 유래한 것이다. 天文은 日月星辰이고 地文은 山川草木이고 人文을 詩書禮樂이다. 이 때의 文은 紋과 같은 글자로 밖으로 드러나는 기본원리라고 볼 수 있다. 유럽문명권의 제 1세계에서는 인문학문을 사회학문, 자연학문과 대등하게 여기지만, 총체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제 2세계에서는 인문학문을 사회학문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인문의 전통을 되찾고 자연학문, 사회학문, 인문학문이 天 ,地 ,人에서 유래한 것을 확인해야한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발전에 동참하지 못해서는 세계화시대의 학문을 할 수 없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먼저 민족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른 나라와의 비교연구를 해야하는데, 이는 바로 인문학문이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인문학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더욱 분발해야한다. 우리 것만을 아는 것으로 세계적 문화총론을 마련할 수 없다. 우리 것과 남의 것을 제대로 알아서 비교연구가 가능해야하고, 인문학문과 사회학문, 자연학문의 연계가 가능할 때에 비로소 세계적으로 가치있는 이론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가 지적했듯이 학부제는 학문의 총체적인 연계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잘 나가는 과 밀어주고 돈 안 되는 과 없애는 제도일 뿐이다. 그러면서 통폐합은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없애는 것뿐이라고 적당히 둘러댄다. 복수전공이라는 혜택을 주는 양 으스대면서, 학문의 정통성을 위협하고 있다. 학생들은 외우기 위해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수업 량은 깊이를 떨어지게 하고 넓이도 추구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흔히들 현대는 깊이가 아닌 넓이를 추구하는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깊이가 없는 넓이는 허상일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더욱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학문이 세계적인 총론을 마련하는 주체가 되기 위하여 꾸준히 학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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