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연구 살림중국문화총서 9
정재서 엮음 / 살림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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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창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민중의 연대를 통해 서구적 근대의 극복을 향한 동아시아 담론이 부상한 바 있다. 창비의 논의화 함께 한국의 지식 사회에서 동아시아 담론은 서구의 근대의 극복 혹은 탈근대 논의의 방향에서 주목받아왔다. 창비 이후 에콜의 차원에서 동아시아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그룹이 계간 <상상> 그룹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그룹에서 나온 글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동양학의 글쓰기 방식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탈식민주의적인 글쓰기, 즉 원본중심주의와 논문중심주의 그리고 신비화되고 주술화된 동양학의 자기 정체성을 해체하는 글쓰기를 제안하고 있다. 2부의 글들은 지금까지의 동아시아 담론을 정리하면서 오리엔탈리즘에 주의하면서도 옥시덴탈리즘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를 이야기 하는 글들이 묶여 있다. 마지막 3부는 중국 근대 사학의 권위자인 민두기 선생과 정재서 교수의 대담이다. 이 대담에서 민두기는 철저한 실증주의를 바탕으로 한 학문의 엄밀성을 강조하면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여러 담론들에 영합하는 저널리즘적인 학문 풍토를 경계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동아시아 담론은 근대의 극복이라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동아시아의 연대와 동아시아 전통의 재발견을 통한 근대 해악의 극복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탈근대의 논법과 비슷하면서도 서양에 의해 규정된 동아시아의 근대, 즉 서세동점의 역사를 반성한다는 점에서 탈식민주의와 가까운 담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가 담론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현실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와 국제질서에 대한 사회학적 역사적 인식을 철저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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