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라는 괴물
니시카와 나가오 지음, 윤대석 옮김 / 소명출판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역시 최근의 일본 학계의 내셔날리즘 비판의 한 성과물이다. 저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의 내셔날리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단호하다.

'저항적 민족주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저항적 민족주의가 제2차 세계 대전 후 독립과 해방운동을 뒷받침해 왔음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민족주의는 외부의 세력에 대해 저항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의 보수적 반동적 세력에 대해서도 저항적일 수 있습니다. 저항적 민족주의 속에서 미래를 열어 가는 사상과 실천이 생겨났던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민족주의가 시대와 더불어 혹은 상황에 따라 변화되고 변질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중략)선주민과 주변 소수민족에게 억압적이지 않았던 국가가 어디 있는가. 저항적인 민족주의가 또 하나의 저항적 민족주의를 낳고 있습니다.(중략)역사는 저항적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로 변질되었던 사례를 무수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 논문에서 역사적 조건과 상황에 따라 민족주의의 형태도 다양한 층위로 드러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예의 그 저항적 민족주의를 옹호했다. 그리고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와의 차별성을 주장했다. 문제는 저항적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성실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그냥 저항적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로 화했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저항적 민족주의의 그 가능성을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역사적 허무주의라 생각한다.

언젠가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왜 끝까지 민족주의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못하느냐라는 지적을 들었다. 허를 찔린듯한 마음이었다. 사실은 나의 민족주의에 대한 입장이 근본적이지 못한 감상의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감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나의 실존이 요구하는 역사적 의지의 일종일지 모른다. 따라서 나는 당분간은 계속 성찰과 모색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셔날리즘을 근대에 창출된 악의 근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혁명과 같은 근대 국민국가의 시원적 사건을 철저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국민국가론의 영역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세계적 차원에서의 국민국가론(월러스틴), 둘째 개별적 국민국가의 구조에 대한 고찰(시간, 공간. 제도의 재배치), 셋째 국민화의 영역(신체의 국민국가화, 국민국가의 신체화)이 그것이다. 특히 세번째 '국민화된 신체'의 논리는 국민으로 창조된 인간을 '인조인간' 혹은 '괴물'이라고 하여 내재화된 국민국가의 논리를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절대악으로서의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저자는 다문화주의 다언어주의를 국민국가 비판의 논리로 제시한다. 하나의 언어와 문화로 모든 차이를 배제하려는 국민국가의 논리는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균열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 다언어주의가 국민문학, 즉 국민국가에 대한, 진정으로 유효한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의거하고 있는 문화 개념, 언어 개념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변혁애야 한다. <중략>그것은 계속 변용되는 자기의 타자성 복수성과 관련되는 논의이기도 한다.'(92-3쪽)

'국민문학의 잡종성'에 대한 이런 제안은 열린 민족주의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배제와 억압을 초극한 건전한 상생의 논리의 구축은 바로 저 '타자성 복수성'의 인식에서 가능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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