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박태원 지음, 이상 그림 / 소전서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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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도 너무예쁘고 책표지도 예뻐요
유명한 소설이고 학생때한번씩은 읽는 소설이지만 커서 다시 읽으니 다른관점으로 읽게되서 좋네요
소장하기에 너무좋은 책입니다!!
찻잔세트도 예뻐서 책읽을때 한번씩 쓰는데 기분이 좋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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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 - 볼라뇨 20주기 특별합본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송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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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렇게 큰데 가볍기래 놀랐어요.
사실 커서 읽기는 불편하지만 소장목적으로도 구매한 책이라서
맘에 들어요.
아직 제대로 다 읽지는 않았지만 초반내용은 재밌어서 앞으로도 재밌게 읽을거같습니다

부디 이번년도안에 다읽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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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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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책은 종종 의외로 접하게 된다.

알라딘에서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 전자책 대여시 결제금액 페이백행사를 진행해서 마침 빌리고 싶었던 오디오북이 따로 있었던 나는 이 책을 빌려서 페이백받고, 그걸로 먼저 빌리고 싶었던 책도 빌리자는 생각으로 '사나운 애착'을 대여했다.



서비스처럼 얻은 책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대여이다보니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다 싶어 기간내에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고 다행히 며칠 안 지나서 눈에 띄어 읽기시작했다.

미국에서 유대인 여자아이로 자라나 엄마와 주변여성들에게 많은 것을 흡수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엄마와 현재의 시간에 산책을 하며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녀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친 서로 다른 두 여성, 엄마와 네티. 둘의 모습이 공존한 그녀가 만난 3명(혹은 그 이상)의 남성들과의 만남의 형태를 볼 수 있다.

내용 그 자체는 크게 특별한게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고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는 문장들이 정말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었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는 말들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말, 늘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글을 통해 마주하니까 새롭다' 싶기도 하고.. '평범한 듯한 이야기가 연속되는데도 이렇게 인상깊게 쓰는 작가들은 참 멋지고 대단하다'싶기도 했다.



그래서 읽으면서 특히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모아적어보았다​





18p.

... 누구에게도 먼저 말 거는 법이 없었다. 아마도 이건 다수 안에서 소수가 살아남는 방식일 것이다. 소수자는 저절로 침묵하게 된다.



18p.

'사회적 자아라는 외피와 남들이 모르는 자기 자신이라는 본질 사이'



38p.

커너 아줌마와 있으면 권위라는 건 습득된 기질이 뿐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졌고, 엄마들이 권위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자기 것인 양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40p.

얘들아, 감정이 모든 걸 좌우한단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인생이 풍족할 수도 빈곤할 수도 있어. 감정을 고양시키면 큰 재산이 되기도 하고 그게 싹 사라져버리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인생이 되기도 하는 거야.



45p.

"우리가 다 잘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너희 세대처럼 길에서 저렇게 망가지진 않았어. ... 사람들이 점잖게 살 줄 알았어."

-"무슨 신소리야. 점잖긴 뭐가 점잖아. 진실을 감추고 산 거지. 설마 옛날 사람들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런 말을 하려던 건 아냐."

-"그럼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요즘 사람들은 불행이 너무 생생해"

-"일단 그렇게 시작을 하는 거야, 엄마. 먼저 불행을 솔직히 드러내고 나면 뭐든 해볼 수 있는 거잖아."



62p.

할머니가 이모 품에서 돌아가신 건 우리가 엄마 사랑하는 것보다 이모가 할머니를 더 극진히 사랑해서가 아니야. ... 그건 사랑이랑은 상관없어. 그 시절이 무조건 더 좋았던 것도 아냐. 그냥 이민자들의 삶, 노동자 계층의 삶, 다른 세대의 삶일 뿐이지.



62p.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친아들이 아니었다면 벨라도 그렇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럼 피차 한마음인 거네, 안 그런가? 그 아들도 벨라 아줌마가 친엄마가 아니었다면 눈길 한 번 안 줬을 거잖아, 안 그래?"

"그래서 우리 잘난 딸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요즘에는 사랑도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고 말하는 거야.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 해도."



65p.

갑자기 나는 비참해진다. 사무치게 비참하다. 인생에서 패배했다는 기분이 내 심장을 뚫고 지나간다. 외롭고 삭막한 사막에 서 있는 듯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사소한 일상의 고민들은 전부 너절할 따름이고 앞으로도 절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급격히 말이 없어진다. 그냥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잃어버리는 중이다.



67p.

"넌 내 딸이다. 그러니까 강해. 너는 강할 수 밖에 없어."

-"엄마, 제발!"

울음이 터진다. 겁먹은 채 욕심 부리고 자유만 탐해온 인생이 내게서 샘처럼 솟아 나와 내 보드라운 피부 위로, 엄마가 물려준 그 얼굴 위로 물이 되어 떨어진다.





<추가>--------------------------------------------------------

82p.

"몇 달 전에 너희 엄마 만났는데." 엄마는 말을 이었다. "너 연락없다고 뭐라 하시더라. 자식들이란 애들이 하나같이 왜들 그러니!"

-"어머니들이야말로 하나같이 왜들 그러세요."

그는 애정을 담아 대답했다.



90p.

하지만 우리 모두를 벙어리로 만든 건 누가 뭐래도 엄마였다. 엄마의 비통함이 아빠의 죽음을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었고 다른 이들은 사건의 결과를 숨죽이고 지켜보는 관객으로 위축시켰다. 엄마는 온몸으로 우리가 절대 위로할 수 없고 살아낼 수도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못해도 영원히 발전이나 성장을 저해할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모든 드라마의 주연은 엄마였고 남은 사람들은 뒤에서 발을 끌고 돌아다니거나 말도 눈물도 없이 불행이라는 질적한 진흙탕 속에서 어기적거리는 단역이었다. 우리 모두는 엄마의 극적인 자포자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죽음을 애도하지 못하고 엄마의 애도만 지켜보아야 하는 먼 문상객이 되어버렸다. ... 사력을 다한 엄마의 비탄은 다른 평범한 애도를 닦아세웠다. 우리 집의 비극은 며칠 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138p.

그림의 의미가 그제야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작품에 힘을 주는 건 집중력이구나. 내 안의 공간이 넓어진다. 내 안의 직사각형 공간 속으로 빛과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사고가 명징해지고 언어가 풍부해지고 지성이 작동을 개시한다. 외로움, 불안, 자기연민으로 가득했던 내면의 공간이 놀데의 꽃을 보며 점점 확장된다.



145p.

내가 이 학위로 무엇을 하고 어떤 직업을 갖는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었고 엄마도 내가 어떻게든 먹고 살 길을 찾아내리라는 점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152p.

눈 앞에 있는 경험에만 집중하게끔 생겨먹은 나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미래의 가능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앗다. 그런데 따져보자. 우리 중에 그렇게 미래를 내다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는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따라가는 존재이지 어느 누구도 유예된 만족과 희열에 다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154p.

우리는 모두 생긴 대로, 자기 욕구에 따라 살 뿐이다. 네티는 유혹하고 싶어했고 엄마는 고통받고 싶어했다. 나는 책을 읽고 싶었다. 우리 셋 중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절제하여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여자의 삶을 성공적으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실 우리 셋 중 어느 누구도 그 삶을 성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북구하고 이상적인 여자의 삶이라는 개념은 우리를 절대 놓아주지 않고 매년 다달이, 날마다 우리를 더 깊은 갈등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삶에 대한 확신이 약하면 약할수록 자기 방식이 옳다고 독단을 부리게 된다. 우리 각자는 자기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더 숭고한 목적에 헌신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서로를 분리시키면서 연민도 함께 거둔다. 남몰래 다른 사람들에게서 마음에 들지 않는 특성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그들과 자신을 더욱 열심히 분리하면서 마치 나와 너의 차이가 구원이라도 되는 줄로 착각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는 안저러니 다행이야." 타인을 보며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혼잣말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렇게 판단을 한댔자 삶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환상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분노에서도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단단한 껍질 아래서 노여움에 차 주용히 부글부글 끓고 있을 뿐이다. 이 억제되지 못한 노여움이 우리를 고갈시키고 죽이기도 한다.



162p.

"왜 맨날 무능한 놈이랑 헤어지면 또 그런 놈을 고르는 거냐고? 말 좀 해봐라. 너 엄마 불행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러지?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제발, 엄마. 그만해."

내 목소리가 더 기어들어갔다.

-"내가 남자를 '고르는'게 아니야. 그냥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거야. 그냥 여기서 살고 있을 뿐이라니까."



166p.

나는 사랑의 경험이란 이전과 비슷하지만 점점 더 실망스러원지는 것, 그러면서도 동일한 열병과 환멸과 걱정과 부정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배워야만 하는 저주를 받은 현대 여성이다.



167p.

엄마와 나는 조용조용 조심스레 공중전화기 앞 남자의 말도 엿듣고 골목 학생들 말도 엿듣는다. 엄마는 나를 옆눈으로 살짝 보더니 말한다. "너 그 러시아 속담 알아?" 아니, 몰라. 내가 러시아 속담을 안다고는 말 못하겠네. 엄마는 러시아어 한 문장을 읊조리더니 번역한다.

"썰매를 타고 싶으면 끌 준비도 해야 한다." 우리는 둘 다 웃음을 터트렸다.





169p.

침묵. 예상치 못한 긴 침묵이다. 메릴린은 한숨 쉰다.

"넌 여전히 너희 엄마랑 똑같구나." 그가 말한다.

"뭐?" 나는 숨을 들이쉰다. "무슨 말이야?"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남자를 골라, 그런 다음 엄청나게 이상화를 해. 그다음엔 그 사람이 더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믿을 수 없어 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충격을 받아. 그 사람들이 모를 것 같니? 자기가 아니라 네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할 거라는 걸? 그다음부턴 네가 무조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내려다보지."

"그게 어떻게 우리 엄마랑 닮았다는 거야?"

"너희 어머닌 결혼 자체를 너무 이상화하셨잖아, 그리고 그 결혼이 끝나버리니까...... 넌 그러지 마라. 공허감은 스스로 채울 수 있는 거야."



170p.

누군가 엄마의 그 지독한 우울함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겐 폭력이 된다고 하자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엄마의 입과 눈은 상처와 분노로 번들거렸다.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내 기분이 이런 걸 어쩌란 말이니. 나는 내 기분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내심 당신의 우울한 상태를 예민한 감성, 강렬한 정서, 숭고한 영혼의 표시라고 여긴다. 당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에겐 최소한의 상호관계가 필요하며 그 최저 수준 밑으로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생경하기만 할 뿐이다. 엄마는 당신의 악착스러운 불행이 어떤 면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하이고 판단이라는 사실을 읽지 못한다. 마치 한탄하며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 너로는 부족해. 너는 나한테 평안과 기쁨을 줄 수 없고 이 상태를 개선해줄 수도 없어. 그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긴 해. 그러니까 너에게 주어진 의무는 이해를 해야지. 내 이 모든 절망과 박탈감을 치료해주기에 너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매일 깨닫고 사는 게 네 운명이야.?



189p.

결혼하고 3개월 쯤 지난 어느 날 아침 스테판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커피를 끓였네." 나는 충격받았다. 우리 둘 다 커피 애호가가 아니라 커피 맛을 따지지도 않았고 맛이 있건 없건 누가 커피를 끓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어느 날 갑자기 식탁 위 맛없는 커피는 나라는 인간의 결함이 되었다.



193p.

내 행동은 나에게만큼은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 당혹스러운 건 오직 스테판의 행동이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고집불통. 나는 생각했다. 특히 일요일에는 더했다. 일요일이면 스테판은 온종일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학교다닐 때도 그랬고 집에서도 그랬다.) 나는 따졌다. "그래도 일요일이잖아. 일요일은 원래 같이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럴 거면 결혼을 왜 했어?" "그래도 일요일은 양보할 수가 없어." 그가 말했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 있어야 해. 캔버스를 바라보고 작품을 연구하고. 그래야 복구가 돼. 하루를 통째로 혼자 지내는 날이 없으면 다른 날을 버틸 수가 없어. 이해해 줘."



204p.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부끄럽지 않고 두렵지 않은 고백이엇다. 이 약점을 서로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우리는 공통으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좀더 우월한 종류의 무능력으로 끌어올렸고 서로에게 절대 당하고 싶지 않은 판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일이라는 미명 아래 괴로워하는 건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도 다가갈 수 있는 절대적인 방패가 되었다.



209p.

나는 그를 사랑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지점까지만 사랑했다. 그 지점을 넘어가면 내 안에서 무언가 불투명해졌고 그에게 줄 게 없어졌다.



210p.

낮에 사무실에서 일할 때면 내가 생각해도 난 신여성에, 해방된 별단 여자가 맞았다. 그러다 밤이 오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때면 엄마가 나보다 먼저 구체화시켜놓은 바로 그곳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야, 아직 일어날 때가 안 됐어. 불행과 난 아직 끝난 게 아냐.'



216p.

벤스방갈로에 도착해 황량한 들판을 터덜터덜 걷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여기 다시 와보길 잘했다. 여기 와서 이 장소가 버려지고 황폐해졌다는 걸, 잡초와 억새가 마구잡이로 자란 걸 눈으로 확인하게 돼서. 이게 바로 인생의 진실이잖아? 우리가 같이 와서 진실을 목격하다니 기뻐. 여기 안 와봤다면 항상 우리만 문제라고 생각했을 거 아냐. 우리만 어쩌다 실패했거나 행복하지 못한 거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 거 아냐. 우리만 소속감을 못 찾고 우리만 어엿한 길을 못 찾고 우리만 제대로된 행동을 못했다고 생각했을 거 아냐."

데이비는 언제나 '우리'라고, 마치 우리 삶과 우리 운명이 하나로 엮인 것처럼 말했고 내가 자기와 자는한 나를 명예 러빈슨으로 여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려 들었다.(*데이비의 성은 '러빈슨'이다.) 그러나 나는 그 '우리'를 걷어차서 날려버렸고 우리는 절망적으로 끝났다.



225p.

그(*그는 15살 많은 유부남인 사회주의운동가 조 더빈이다.)의 몸이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생각했다. '이 남자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야. 그에게 불러일으키는 이 감각이지.' 그러면서도 내가 방금 한 생각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어딘가에 중독된 사람이 그렇게 객관적으로 자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생각할 수는 없는 법이다.



228p.

우리는 언제나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실은 오로지 침대에서만 하나로 이어졌을 뿐이다.



234p.

내 안의 직사각형 공간, 생각이 자라고 죽는 이 공간 또한 작은 내부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하는 삶만 겨우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이 공간은 자유로운 자아라는 더 큰 실체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나에게서 한 발 물러나 있기로 했다. 내 삶에서 내가 유예되고 있음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삶의 극히 미미한 부분만 실체로 채웠고 나머지는 모두 몽상으로 채웠다. 조나, 책상머리에서 보낸 시간이나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명백한 운명의 발로에서 나온 매한가지의 노력이었다. 나는 한 발 더 멀리 물러나버렸고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상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사랑에서나 일에서나 마찬가지였다.​



237p.

“사랑이란 수동적인 감정이 이끄는 기능이며 만족스러운 확신보다는 이상에 의지한다. 사랑이란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원초적인 자세라 할 수 있다. 반면 일이란 적극적이고 표현적인 삶의 기능이며 아무런 결과를 내지 않는다 해도 행동하는 자아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만은 여전히 남는다. 상상했던 삶에 대한 접근을 부정당할 때 사람은 더 크고 깊게 사랑을 추구할 수 있다.”



243p.

남자가 다 거기서 거기지. 딱히 뭐가 다르겠어. 그 남자가 너를 사랑하니? 너한테 잘해줘? 그런데 남자답게 행동하고 싶어하는 거잖아. 그러라고 해. 너한테 나쁠 것도 없잖아. 아무 의미도 없어.



259p.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가다가 뭉텅이로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마흔여섯, 마흔일곱, 마흔여덟…… 이제 과거는 없고 계속 진행되는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일흔여덟, 일흔아홉, 여든. 맙소사. 엄마가 팔순이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가만히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273p.

우정은 불완전하고, 고민은 나를 잠식하며, 일은 내 무능력의 총체적 결과다.



275p.

“너 정말 모르겠니?” 엄마는 애원하듯 말한다. “엄마한테는 사랑밖에 없었잖아. 내가 뭘 가져봤겠니.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달리 뭘 가질 수 있었겠니? 네가 인생 얘기하는 거 다 옳지. 다 맞는 말이야. 너한테는 일이 있었잖아. 너만의 일이 있잖아. 너는 여행도 많이 했고. 세상에나, 여행이라니! 넌 지구 반 바퀴는 돌아봤지. 난 여행은 꿈도 못 꿔봤는데! 나한테는 네 아빠 사랑밖에 없었어. 인생 살면서 누릴 게 그것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그 사랑을 사랑했다. 아니면 뭘 어쩔 수 있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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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에 집중한 문진 - 리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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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실용적인 문진이에요. 대부분의 문진은 표면이 매끄럽거나 바닥면의 면적이 좁아서 무게가 있다는것 외에는 문진으로서 크게 유용하지가 못했는데, 이 문진은 길고 면적이 적당하고 마찰이 적당해서 책읽을때 딱좋아요.
다만 고정력이 있는 책을 읽을땐 밀리는게 있어 무게가 더 나가면좋을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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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리어 왕 :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디오북)
윌리엄 셰익스피어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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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그 자체...
감정적이고 눈앞의 달콤함만 보고내린 섣부른 판단이 끔찍한 비극을 낳았다.
연극으로도 보고 오디오북으로도 들었는데 모두 훌륭한 연기덕에 극에 몰입하기가 더욱 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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