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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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전망탑의 라푼젤』은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인 빈곤, 폭력, 가정 내 방치, 아동 학대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아이들이 겪는 참담하고 혹독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독자에게 씁슬함과 비참함을 선사하지만 그와 동시에 구원과 온기의 빛도 놓치지 않는다.

책은 유흥의 도시로 번성하게 된 다마가와시를 배경으로 세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아동 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유이치'는 시에서 운영하는 아동 가정 지원 센터의 '시호'와 함께 문제 있는 가정들을 직접 방문한다. 그러다 이시이 집안의 둘째인 '소타'가 학대당하고 집을 나가 맴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그 집을 찾지만, 그의 부모는 그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인다. 한편, 혼혈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 '카이'와 가정에서 성적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친 '나기사'는 거리를 배회하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에게 ‘하레’라는 이름을 붙여 준 후 아이를 돌보게 된다.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어하는 '이쿠미'. 그녀는 우연찮게 베란다 쪽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건너편 집에서 학대 당하고 있는 아이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비참하고 참담한 세상 속, 그들에게 펼쳐질 미래는 무엇일까.

4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대부분은 끔찍한 환경과 운명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참담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사랑 받아야하는 가정에서 끊임 없는 학대를 받는 아이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내몰려 불량배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의 비극적인 현실 이야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더욱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점은 이러한 이야기가 더 이상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 학대, 빈곤으로 인한 사회 문제는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세상은 발전하고 사회는 발달해가지만 그 이면에는 점점 심화되는 빈부격차나 일 중심의 생활로 인해 소홀시 되는 관심으로 인해 생기는 가정의 문제점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아이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한달 전, 체험 학습으로 집을 나선 뒤 실종된 어린 아이와 그 가족의 차량이 완도 해상에서 발견 되었고, 가족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 되었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니 부모는 투자로 인해 진 빚에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렸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복원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어린 아이는 차량이 바다로 돌진하기전 뒷자석에서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마음이 씁슬했다. 한달도 채 안된 사건과 비슷한 일이 책에서도 일어난다. 양육비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던 싱글맘은 결국 키우던 아이와 함께 해안가 암벽에서 몸을 던지지만 유이치는 곧바로 바다에 들어가 모녀를 구해낸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 했는지 깨달은 싱글맘은 아이를 품에 안고 절규하지만 아동 상담소의 소장 고다는 다음과 같이 전달한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작가는 『전망탑의 라푼젤』을 통해 단지 현실의 참담함을 고발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나아가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결국 다른 사람과 함께 의지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으며 사람들의 사소한 '관심'이 누군가에겐 '희망'과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또한 뚜렷한 접점이 없어 보이던 세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갈수록 하나로 연결되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충격적 반전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그 여운이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떠돌이 아이, 하레를 데리고 와 따뜻하게 그를 보살펴주던 나기사는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뜬 화창한 창문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탑 보이니? 저기에는 말이지 예쁜 누나가 살고 있어. 라푼젤이라는 누나인데, 금빛의 긴 머리카락을 가졌대. 그 누나는 불쌍한 아이를 보면 자기 머리카락을 내려서 탑 위로 끌어올려 준다고 해."

"라푼젤이 분명 도와줄 거야. 저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그 뒤로는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 저긴 불쌍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장소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비극, 그 좌절과 절망 뿐인 현실에서 누군가 내미는 관심의 손길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미래, 전망탑에서 내려온 한줄기의 빛, 라푼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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