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원인은 나였다. 애초부터 소수의 인간관계에 너무나 복합적이고 수많은 내 감정과 생각을 끼워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를 걱정하되 병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는않았으면 좋겠고, 재밌는 수다도 떨었으면 좋겠고, 같이 울수도 있었으면 좋겠고, 의학 지식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사는 이야기도 했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들을 하나의 관계에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도 나도 관계에 대한 번아웃이 오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었다. 시간, 공간, 상황에 따라서 스르르 깊어졌다가 얕아졌다가 넓어졌다가 좁아지기도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이다. -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