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콘 일본의 탄생 - 3·11은 왜 일본을 바꾸지 못했나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9
서의동 지음 / 너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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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의 변곡점, 우리의 위화감

 

<네오콘 일본의 탄생(2025)> 서의동 지음 / 너머북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다. 누적된 변인들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사회의 공기가 바뀐다. 지배 담론은 정동(情動)을 지배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원인과 결과가 일치되어 보이는 착시 때문이다.

이웃 나라일본을 조명해온 기존 연구서들의 질문 역시 ‘55년 체제’, ‘보수국가라는 거대 담론에 갇혀 쉽게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다. 사실 보수화는 현 일본 사회의 원인이자 결과다.

보수화라는 손쉬운, 미답의 분석틀을 넘기 위해서는 기자의 감각과 학자의 통찰력이 함께 요구된다. 도쿄특파원을 지낸 언론인이자, 북일관계 연구자인 저자 서의동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부터 일본 우경화의 변곡점을 추적한다.

일본 우경화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형성 과정에는 어떤 정치ㆍ사회적 사건과 충격들이 있었는가. 정치사회 전반의 퇴락은 어떻게 배외주의로 자리매김했는가. 저자는 311(동일본대진재)를 극복하지 못한 채 퇴행의 길을 가속화한 일본을 네오콘 국가로 진단한다.

네오콘이 되어버린일본의 우경화는 자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배를 겪었고, 미완의 전후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일본의 퇴행을 추적할 때마다, 독자들은 위화감을 느낀다. 예컨대 일본이 걸프전에서 느낀 상실감은, 우리에게 재군비라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오키나와와 연대감을 느끼면서도, 예견된 패배를 동시에 직감한다. 끝없는 징후들을 따라간 우리의 위화감은 일본 사회를 묻는다. 그 질문들은 다시 바다를 건너,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을 비춘다.

퇴행의 변곡점과 우리의 위화감이 만나는 지점에는 천황제가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 전쟁을 책임지지 않은 히로히토와 함께 묻어간일본 사회는 반성적 사고를 할 기회를 놓쳤다. 전후 민주주의는 이해관계를 택한 미국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다. 우경화를 견제할 좌파 세력은 천황제에 갇히거나, 이념적으로 경도되어 대중들로부터 멀어졌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지적하듯, ‘신문왕국일본의 언론 역시 권력에 촌탁(忖度)하며 침묵을 택했다.

반성 없는 천황제, 고도성장의 그림자, 내셔널리즘은 원인이자 결과가 되어 네오콘으로 내달렸다. 그 현상은 오늘날 더 오른쪽인 참정당과 유신회의 득세, 마이너리티 혐오, 311과 코로나에 대응하지 못한 일본 사회의 경직성으로 나타났다.

311을 변곡점으로 삼아 이후의 일본을 주목한 저자의 분석도 흥미롭다. 지진이라는 불행은 민주당 몰락에 쐐기를 박은 불운이었으며, 원전 사고 대응은 일본 사회의 누적된 모순을 드러냈다. 시민들의 저항은 결국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렀으며, 일본은 더 강한전략국가, 안보국가로 내달렸다. 그 굴기는 우리가 마주한 원 시어터와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미일동맹이다.

권혁태, 서경식 등 선행 지식인들의 고민을 이어간 서의동의 󰡔네오콘 일본의 탄생󰡕은 일본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를 하나씩 해부한다. 일본 현대사와 사상사를 추적한 탄탄한 정리와 311을 현장에서 목도한 생생함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치를 묻는 저자의 천착을 보여준다.

다만 311이 과연 진정한 변곡점이었는가는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할 지점이다. ‘폭주하는일본 정치사회를 보면, 311 역시 더 거센 변곡점을 향한 하나의 예고편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진정한 변곡점은 오지 않았다. 물론 희망의 변곡점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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