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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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영원성을 부여한다. 그것은 여성들의 잘못은 아니다."

나도 사랑이 우리가 살아가는 근원이기도 하고 원동력이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건 인간의 옹졸함일까? 아니면 세상에 영원한건 없기에 그리도 목을 메는 것일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남자에게만큼이나 여자들에게도 힘들다.

세상에 존재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은 모두 희귀하거나 생산이나 추출이 고되기 때문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기가 당연히 힘들다고 한다."

어릴때도 삶이 힘들었는데 지금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버거움을 느낀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에게 노동의 무게에 짓눌려서 살아간다. 작가가 만약에 인간을 만들었다면 유인원이 아니라 곤충의 형태를 띠게 했을 것이라고 한다. 애벌레의 단계를 거쳐 나비의 형태로 변신하고 생애가 끝날때까지 오직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일말고는 걱정이 없는 곤충 말이다.

그렇다면 어저면 삶이 어렵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에게 60년은 길기도 긴 시간인데 이미 반을 산 사람으로 어찌보면 이 긴 시간을 참 부지런히 보낸것 같다. 어릴때는 젊음이 있었기에 아름다움을 가꾸지 않아도 예쁘고 건강했으나 중력의 시간은 인간을 늙게 만들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늙어가는 이 육신으로 버텨내는 건 참으로 슬픈일이다. 나비와 같은 곤충이었다면 짧은 그 순간을 즐기며 아름답게 그 시절을 즐기고 마지막 순간을 보냈을 수도 있겠지. 갑자기 커피 한 잔과 이 책의 구절에 내가 나비가 되는 상상을 한다. 기껏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애벌레였으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탈피해서 우아롭게 날 수 있는 나비 ㅎㅎㅎㅎㅎ

"인생이 좋네 나쁘네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생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것이라고 말해야 옳다.

인생으로 인해 오직 인생으로 인해 우리는 좋음과 나쁨의 개념 자체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면 삶은 달콤하고 끔찍하며 매력적이고 달고 쓴 모든거슬 아우른다."

"악은 필요하다. 악이 없으면 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의 유일한 존재 이유가 악이다. 위험이 없는데 용기가 무슨 소용이고 고통이 없는데 자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세상 모두가 행복한데 헌신과 희생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증오없이 사랑을, 흉함없이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는가? 고통과 악이 존재하기에 이 세상에 생명체가 살고 삶은 살 가치가 있다."

선과 악의 문제. 빛과 어둠의 문제...

결국 둘은 서로 필요충분조건이고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즐기던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바의 다윗을 죽인 골리앗이나 페르메이유의 진주귀고리 소녀가 떠오른다. 과감함 명암법 덕에 공간감이 자연스러워지고 빛을 받은 주인공들이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강렬하게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접근법은 조금 다르지만 선의 유일한 존재이유가 악이고, 악이 있기 때문에 선 도한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

- "그날 밤 알파벳의 기원에 관해 어느 유령과 나눈 이야기"에서 아나톨은 어느 유령과 알파벳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엘리시온 평원"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작가의 방대한 지식이나 철학적인 사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책은 아나톨 프랑스의 세계관이 집약된 책이라고 할 수 잇다.

책이름은 마치 소설과도 같았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자신의 철학을 논하던 장소가 정원이었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햇빛이 따사로운 날 푸르른 정원을 거닐며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서의 작가의 깊이있는 지식과 생각을 느낄스 있는 책이었다. 또한 에피쿠로스에 대한 작가의 존경심도 느낄 수 있으며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자들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명상록 형식을 띤 이 책은 짤막한 단상, 친구와 동료에게 보내는 서신, 가상의 대상과 나누는 대화 형식의 글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이 단편들을 통해 정치, 사회, 언어, 과학, 예술, 종교, 여성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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