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
김현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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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책들을 자주 구입합니다. 편집이나 구성이 좋았습니다.
불황에 생존하는 기업들의 사례들 이야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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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빨간 수레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아침독서신문 선정, 동원 책꾸러기 선정 바람그림책 5
레나타 리우스카 글.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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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하고 어른들은 그 소리를 참아내기 힘들어합니다.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모두 다 자신만의 개성을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부모의 잔소리가 하늘을 찌르게 심한 시대에는 오히려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려고 애를 쓰거나 지식을 축적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내는 일 등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이의 인성이나 창의적인 교육에는 제로에 가까운 역효과만 낼 뿐이라는 사례를 종종 보곤 합니다.

 

이 책의 상징적인 장치는 <빨간> 수레입니다. 수레는 혼자서 끌고 갈 수도 있고 누군가를 뒤에 태울 수도 있는 물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주인공인 루시는 이 수레를 통해 사회를 경험합니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결정과 책임을 수반하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이제 루시는 빨간 수레와 마음껏 함께 놀 수 있어요.>라는 마지막 구절일 것입니다. 함께 더불어 논다는 의미를 스스로 터득해 가는 과정을 작가의 섬세한 필치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책이 재미있고 시종일관 밝습니다.

 

학교폭력과 잔인한 사건, 사고, 살해등이 신문 기사 1면을 장식하고는 합니다. 우리 사회가 떠 안고 있는 많은 사회 문제들 중에서 자살이나 극단적인 폭력 양태를 보이는 아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 책에 나오는 <빨간 수레>의 빨강은 아마도 화가 나 있는 아이들, 그렇지만 열정이 가득한 아이들의 심리적인 도구로 표현한 것 같아 흡족한 책 읽기였습니다. 어린이 책을 쓰고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문학자가 철학책을 쓰거나 논문을 내는 일보다 더 어렵고 값진 일이라고 나는 평소에 생각하곤 합니다. 가장 쉬워 보이는 게 늘 어렵거든요.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글을 쓰는 많은 분들 역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공감받기를 원하는 모습을 매일, 정말이지 매일 매일 실시간으로 목격하곤 합니다. 하물며 어른들도 이러할진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떠할까요. 이 작가의 전작을 읽었던 터라 이 책 역시 같은 범주에서 이해했습니다. 가르치지 않으며 가르친다, 는 단순한 명제의 실천입니다. 주변에 아이가 있거나 어린 조카나 아는 유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누군가를 돕고 사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스스로 깨우치게 될 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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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세 돌까지 행복한 말놀이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유치원 총연합회, 동원 책꾸러기 선정 바람그림책 3
오펄 던 글, 샐리 앤 램버트 그림, 홍연미 옮김 / 천개의바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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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하면서 생각났던 사람은 주변에 어린 아이를 두신 지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나서 바로 선물로 날아간 책이기도 해서 제목만 사진으로 한 장 남겨 두었다.

책이 깔끔하다는 인상이었고 그 안에 수록된 그 수많은 말들 때문에 그 분이 고생을 할 것 같다.

하긴 아직 아이가 어리니 그렇게까지 많은 수고를 하지 않고 중간에 끊으실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렇게 어린 아이가 없기 때문에 그 당시에 어떻게 아이에게 언어교육을 했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지금이야 인터넷이나 학습 싸이트가 너무 많다 보니 이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고민일 것 같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어지간한 학습놀이나 게임들은 전부 다운 받아서 가능한 시대이니....

그런데 이 책이 주목할 점이 있는데 바로 상황과 묘사에 탁월한 그림과 단어들이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대학시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부분은 아이들은 반복의 달인이라는 표현이었다.

같은 단어를 여러 번 알려 주고 부모가 그 단어가 아이의 뇌에 각인되게 같은 단어를 반복시키는 것이다.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피곤한 일이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 들인다.

 

구체적인 표현들을 두 가지만 예로 들어 보면 이렇다. "살금살금 살금살금, 발 끝으로 걸어 볼까?

살금살금, 살금살금, 어느 쪽으로 갈까?" 같은 의태어에 집중한 문장이 수록된 27페이지도 그랬고

도로에 가득 들어찬 사람들의 모습과 버스 택시가 지나가는 풍경의 그림 위 쪽으로는 다음과 같은

글이 수록되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선물하기 직전에 메모를 해 두었는데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길을 따라 걸어가요. 왼 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누구를 만나게 될까요?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같은 글자들을 아이들에게 읽어 주다 보면 저절로 상황과 전체적인 모습들이 연상될 것 같아서이다.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이 책의 주요 독자가 세 돌까지가 아니라 아마 더 높은 연령도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단어들이 고급(?) 어휘가 많아서이리라.

여기서의 고급은 초급, 중급, 고급 언어를 단계별로 분류했을 때의 표현인데 유아들의 언어도 많지만

어린이들까지 사용하기 충분한 수준 높은 단어와 어휘들로 채워져 있어서 소장도서로 좋을 듯 싶다.

샐리 앤 램버트의 그림이 이 책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유아가 읽고 판단하고 흡수하기에는 다소 어렵고 글자수가 빼곡하다는 느낌 역시 강하다.

그림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커버할 순 있지만 그 많은 단어들을 다 알려 주기엔 이 책은 과하기도 하다.

적절하게 부모가 지도를 해서 필요한 부분들은 알려 주고 그 이상의 것은 세 돌 이후에 가르치고

다른 것들과 병행해 나가면 더 큰 학습 효과가 생길 것 같고 말 놀이에도 탄력이 붙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말놀이>라는 말은 정말 정답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본다.

아이들은 놀면서 더 많은 언어를 습득하고 배워 나가는 것을 경험으로도 알고 있고 내가 즐겨 보는

교육방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건 언어는 말로 표현되어지는 것이 먼저이지

읽고 쓰는 암기나 기억 위주의 문법들은 오래 가지 못 한다는 것은 세계 공통의 언어가  마찬가지이다.

책 표지의 그림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제일 마지막에 올려 본다.

아이들에게 기분 좋고 말랑말랑하게 언어를 습득하고 체득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책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체를 전부 아이가 다 따라하거나 알 수 있게 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천천히 오래 오래

이 책과 다른 책들을 병행해 가면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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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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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반을 모은 전세금을 삼분의 일 가량을 털린 적이 있다. 그 때 내 지갑에는 5천원짜리 지폐가 다 구져진 변호사 사무실 명함과 함께 들어 있었고 많이 지쳐 있었다.
오랜 소송 끝에 승소를 했지만 남는 건 서울을 뜨고 싶다는 생각과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일이었다.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었고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였던 것이다. 어느 날 이른 귀가를 하면서 그 남자의 아내가 엄청난 양의 전자제품들을 실어 나르는 것을 보았다. 그 장면은 지금도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얻을 수 있는 것,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살아가는 일에 필요한 것들,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를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도 그리 될까? 철들어 속들고 나이들어 장가들면 과연 그리 될까? 줄줄이 새끼들이 딸리게 되면 어떤 수모 어떤 굴욕 어떤 억압도 참게 되는 걸까? 아니 참아지는 것일까?
아니 아예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마는 것일까? 나는 자유의 편에 서 있다고 나는 불의에는 반대한다고 입을 열어 한번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쥐꼬리만한 봉투 때문에 보잘것없는 지위 때문에 -1986. 김남주 옥중서신 中에서>

모두가 치를 떠는 실존인물인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서두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고문에 대한 미학이라고 명명해도 좋을만큼의 치밀한 문체와 강렬한 묘사가 내 가슴을 짓누르며 압도했다. 이 앞 문장만으로도 천운영은 대단한 일을 해 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작가만의 다락방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크게 포효하는 외침을 들었다고 할까.
여기엔 두 중심축의 인물이 등장한다. 고문기술자이자 현재는 숨어 지내는 안부장과 극을 이끌고 가는 그의 딸의 이야기가 전면 배치되어 등장한다.

“나도 차라리 간첩 자식이었으면 좋겠어. 그럼 동정이라도 받지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 편 돼준다고 했잖아. 무조건 내 편이라고 했잖아!” 생강 p.133
딸의 포효하는 고통의 소리가 아직도 메아리친다.
자신의 핏줄을 거부하는 것, 버리고 싶다는 것,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거대한 권력과 결탁해 내 숨을 옥죄어 온다는 것, 캄캄한 절망 같은 것, 어두운 골목길을 또각또각 걷다가 괴한에게 뒷목덜미를 칼날에 찢겨 끌려간다는 것....

한국의 80년대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 그 시대를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온 몸으로 통과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권력과 공권력, 더 많은 피를 부르는 이러한 무자비한 살인자의 뒤에 웅크리고 기생하는 권력들, 시궁창의 쥐와 같은 이들 그러한 모든 무자비한 고문의 배후에 안부장이 있었다.
그래서 그를 단순히 소설 속의 한 인물로 바라볼 수 없게 한다.
이 소설은 그래서 80년대 후일담 소설의 계보를 잇는 또 다른 소설의 성취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해가 갈수록 자신의 작품과 일에 자신감과 열정을 갖게 된 것 같다.

소설을 쓴다는 일이 결국 나와 주변 그리고 사회 속 각자의 구성원의 내면을 심도 있게 들여다 보고 매만져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다.
“나는 나를 조금, 아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내 속에 숨은 공포를 아주 조근 눈치채게 되었다. 내가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과 잘 할 수 없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를 조금 예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기뻤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조금 더 순정해졌다. 소설에게, 나에게. 그래서 아주 고마웠다.” 작가의 말 p.281

이 책을 읽고 나서 오랜 시간 두통과 미열에 시달렸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만원 지하철에서 시달렸고 퇴근 무렵이면 원치 않는 술자리에서 소주를 마신 후 늦은 귀가를 했다.
새벽에 작은 등을 켜고 그 곳에 천운영의 생강을 펼쳐 들고 그 알싸한 톡 쏘는 나중엔 혀 끝이 얼얼해지는 그 맛을 조금씩 음미하며 잠이 들었다.

반성없는 시대에 이 소설이 던지는 미덕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맨발로 속옷 하나만 걸친 채 횃불을 손에 들고 무릎을 꿇고서 그는 자신이 잔인하고 끔찍스러운 방법으로, 계획적인 음모를 꾸며서, 그토록 혐오스러운 범죄를 자행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언해야 한다>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中 p.82
무자비한 고문 기술자 안에 순정하고 순결한 딸, 아버지의 추악한 진실을 맞딱뜨리게 된 E딸의 상처와 울부짖음을 통해 우리가 하나의 사건과 공포에 대해 갖는 여러 가지 깊은 사고와 추론들을 가능케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 주는 소설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갑자기 생을 마감한 친구 녀석이 생각나 울기도 했다.
오랫동안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가족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천운영은 <바늘>을 쓸 때보다 더욱 더 날카롭고 단단해진 것 같다.
힘든 내 시간들을 한 달 동안 견디게 해 준 생강의 달콤쌉싸름한 매운 맛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이 생이 소중하고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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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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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르앗의 사람 입다는 큰 용사였으니 기생이 길르앗에게서 낳은 아들이었고 길르앗의 아내도 그의 아들들을 낳았더라 그 아내의 아들들이 자라매 입다를 쫓아내며 그에게 이르되 너는 다른 여인의 자식이니 우리 아버지의 집에서 기업을 잇지 못하리라 한지라 이에 입다가 그의 형제들을 피하여 돕 땅에 거주하매 잡류가 그에게로 모여 와서 그와 함께 출입하였더라... 그가 여호와께 서원하여 이르되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 주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 하니라... 입다가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에 이를 때에 보라 그의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하니 이는 그의 무남독녀라 입다가 이를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이르되 어찌할꼬 내 딸이여 너는 나를 참담하게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의 하나로다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사사기 11장〉

 

입다는 창녀의 소생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위기에 처하지 않았더라면 주류 이스라엘 민족의 누구도 그를 민족의 우두머리인 사사로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큰 힘과 카리스마로 이스라엘 민족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이스라엘 민족을 구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족과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혈통이 좋지 않은 그가 그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희생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다. 결국 가문을 세우기 위해 가족을 일원을 희생해야 했다. 입다의 딸은 그런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시대는 신이 지배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염소의 축제는 신의 시대가 아닌 인간의 시대에도 사람이 번제물로 특히 여성이 희생양으로 사용되는 사회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비합리적인 사회가 결국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트루히요가 지배하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족이다. 가족을 위해서 독재자와 그의 추종자들은 일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는 가족을 위해서인데 그 때문에 가족과의 정상적인 관계는 꿈에도 못 꾼다.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족을 일원을 희생함으로써 가문을 살린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하나의 커다란 가족 국가인데 트루히요라는 신과 동일한 존재의 쉼 없는 노동으로 존재하고 번영하며 발전한다. 그렇기에 그 강력한 가부장은 자신의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중의 하나를 아주 쉽게 처단할 수도 있다. 그의 도덕관념은 온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가문의 자존심을 위해서 자식을 과감히 내주는 신화의 세계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무수한 이들을 상어밥으로 만들고 고문하고 자동차 사고로 위장하여 죽여도 아무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 신화는 많이 배우지 않은 하층민들뿐만 아니라 지식인들을 포함하여 중산층에 널리 퍼져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모든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안정을 이룩해낸 주인공이 트루히요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경제적 후진국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민주화보다 오히려 당장의 ‘먹고사니즘’의 해결이다. 트루히요는 미 해병대 출신에 잘 생기고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정력적인 인물이었고 도미니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비정한 인물이었다. 겉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성의 상징이었고 땀도 흘리지 않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은총을 베풀 줄 아는 자선가였다. 그러나 이 모든 혜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트루히요의 나라에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존재할 수 없었으며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욕감과 상처를 안고 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 어느 누구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유를 포기하는 순간 인간의 존엄성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자유를 획득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다. 도미니카의 사람들은 30년 이상의 트루히요의 통치 기간 동안 그에게 자유를 저당잡힘으로써 자신들이 지키려고 했던 가족을 오히려 파멸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도미니카라는 커다란 가족이 어떻게 파괴되었고 그로 인해 우라니아의 가족이 어떻게 파괴되었으며 결국 우라니아는 그 파괴된 가족 속에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살 수 밖에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은 세 가지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된다. 이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방법은 플래쉬백과 회상이 주로 사용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우라니아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재회하고 가족들과 대화하는 이야기로 역사와 정치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이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 이야기는 트루히요과 그의 협력자들이 도미니카 공화국을 어떻게 사유화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커다란 가족국가가 어떤 식으로 망해가는지 그리고 비인간화되는지 보여준다. 세 번째 이야기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독재자를 암살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지 보여준다. 이 세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시간 흐름으로 만나는데 이러한 역사적이고 개인적인 사건들이 지금의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의 정신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독재는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인데 인간의 본성인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는 자유를 파괴당하는 사람 뿐 아니라 파괴하는 사람마저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자유를 상실한 이들은 트루히요가 내주는 수많은 선물을 받고도 그 독재자의 선물의 맛을 느끼지 못했으며 독재자는 베풂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결국 정상적인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폭력적인 관계만이 남는다. 이런 폭력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최고 지식인 중의 하나인 상원의회의 수장마저도 자신의 14살 짜리 딸을 독재자에게 희생양으로 바쳐야만 했다. 그 70살이 넘은 독재자는 월경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순수한 처녀를 통해서만 자신의 권력이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끼고 끊임없이 일하고 도미니카 공화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라니아는 악의 존재가 단지 트루히요 하나가 아니라 도미니카 공화국 전체가 공범자로서 악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작가가 아니고 페루 출신의 작가이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독재 상황에 대해 깊은 통찰력으로 글을 쓴 것은 독재란 것이 비단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 전체의 문제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에 대한 모든 탄압에 대해서 그는 반대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의 정신세계를 온전하게 반영하고 있다. 내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생각하고 작금의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였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속에 든 것은 어인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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