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
오치 쓰키코 지음, 한나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섬세하고 적나라하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가졌던 생각이다. 먼저 소설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11명의 여자들의 일상을 조명하고 있는 소설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아래, 덩달아 어떤 사람들 이길래? 무슨 일 난거야? 라는 평범한 호기심이 뒤따른다. 다행히(?) 그들을 한 범주로 묶을 수 있다.  ‘40대 전후 미혼의 그녀들’이라고. 소설 속 ‘그녀들’은 일, 가족관계, 또는 애정전선에 있어 결핍의식이나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그녀들의 평범하지만, 한편으론 절대 평범하달 수 없는 일상의 단편들이 여기에 그려져 있다. 
 

 일, 가족들과의 관계, 애정문제와 결혼문제 등에서 오는 위기감이나 문제의식은 ‘여자’라 불려지는 거의 모든 이들이 하나쯤은 끌어안고 사는 고민거리들이다. 하지만 대상을 조금 더 좁혀 나이 40 전후의 미혼인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그녀들이 느끼는 고민의 무게감과 시선의 방향은 개개인에게 있어 많이 달라지 게 된다. 모든 고민을 앞서 그녀들에게 지칠 줄 모르고 따라붙는 40대 미혼 여성이란 꼬리표 때문에. 소설 속에서 그것은 모두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여자로서 쇠퇴해가고 있다는 느낌, 애정 전선의 문제,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없을 거란 두려움, 남녀관계보다 앞선,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 등등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변해가는 가족관계라든가 그 변화를 의식하는 ‘그녀들’의 시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적나라하기에 흥미롭고 섬세하기에 친근함이 먼저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그녀들의 감춰진 속내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 내 모습이 있기도 하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40전후 미혼 여성들의 일상의 단편들이 섬세하게 또는 소소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맛이자 특징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묘하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한 켠에서 비집고 들어온다. 과연 ‘그녀들’만 일까.

 중세도 근대도 아닌 현대, 21세기를 살아가는 내 귀에는 요즘 듣도 보도 못한(듣보잡) 신조어들이 많이 들려온다. 건어물녀, 초식남... 이 소설위에 오버랩 되어, 40대 미혼 여성의 모습을 혼자라도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라 이름 붙여준 채, 위와 같은 고민을 향해 일단은 열심히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20대 여성들의 무서운 영상이 오싹한 느낌과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살아가면서 고민하는 것, 그냥 그 자체로도 좋지 않을까. 나이가 차곡차곡 불어가도 고민하는 ‘나’는 아직 젊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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