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터넷
최민호 지음 / 따뜻한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tv 미스터리 프로그램에서 들려주었던 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특정 음악을 들려주면 성장이 촉진되는 반응이랄지, 식물도 감정을 가지고 있다 던지 등등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식물도 감정을 가지고 반응을 한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하게 되는 걸까 머릿속으로 별별 상상을 다 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기, 상상으로만 가볍게 가져보았던 생각들이 잘 가다듬어져 소설 한권의 소재가 되어 나왔다. 단번에 내 이목을 끈 부분이었다.  
 식물과의 과학적 소통. 아직은 미지의 세계이다. 소설이란 형식은 리얼리티적 허구성을 가지는 문학형식이다. 이 그늘 아래서 공상적이기만 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얼마나 사실감 있게 그려내었을지.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훈훈하게 풍겨오는 작가분의 의도가 소설 전체를 통해 얼마만큼 다가올지. 이 두 가지가 책을 읽기 전에 표면에 떠오른 나의 우려이자 관심이었다.

 이야기는 한국, 일본, 네덜란드, 삼국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먼저 한국에서는 세계적 꽃 박람회 개최를 앞둔 이야기가 소설 전체의 밑받침 역할을 띈 채 시작되고 개최준비를 위한 단계에서 일본과 네덜란드로 확장되어 나간다. 일본에서는 식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계(플라워텔레스코프)의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지막히 진행되고,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식물계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튜라플라네스라는 꽃을 유전공학의 힘으로 탄생시키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은 뚜렷하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아웃터넷, 과학과 조화된 자연과의 소통이란 주제가 그중 한 면이다. 소설 초반부에 벌써 뚜렷이 드러나 있는, 아웃터넷을 가리키는 의도는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소설 전체를 통해 목소리와 의견을 더해가며 책을 읽는 나에게 전달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더 깊이 들어가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과학과의 관계를 두고 서로 다른, 혹은 미묘한 차이를 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이에 관한 작가분의 절제되고 잘 가다듬어진 그리고 풍부한 의견을 듣는 것 같아 좋았다.
 다른 한 면은 이야기 자체에 관한 것이다. 사실성을 가지고 흥미롭게 진행되는 내용에 한껏 몰두해 읽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몰랐던 정보와 간접경험의 맛도 톡톡히 보았고,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듯이, 풍부한 의견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점 이라면 감성적인 조율이 조금은 치우친듯한, 또는 견해들 사이에 묻혀 희미해져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통해 상기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는 전례 없던 흉흉한 자연재해들이 잇따르고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 일까. 세계적인 협정이 맺어지고, 녹색성장, 녹색성장**,친환경적** 이런 방향으로 판세가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교묘한 눈가림 밑으로 여전히 우리는 어떤 일들을 자행하는지... 근본부터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지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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