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레슨 - 영혼의 스승과 함께한 6일간의 기이한 여행
롤랜드 메럴로 지음, 김선희 옮김 / 이른아침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일상적인 삶을 위한 시간]
 

 타는 저녁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또는 해안가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거나, 누군가 떠나간 자리에 홀로 남겨진다. 굳이 이런 상황들이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 때때로 마음 한 귀퉁이의 빈자리는 별안간 불쑥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종류와 크기를 막론하고 마음 한켠에 설명할 수 없는 빈자리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소설 속 화자인 오토 링글링은 그 특이한 이름과는 반대로 미국 중산층을 대표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이다.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사고로 부모님을 잃는 시련이 닥친다. 여러 막으로 꽁꽁 가려 두었던 마음 속 빈자리가 닳고 닳아 모습을 드러내듯이, 부모님을 잃은 상실감은 곧 '난 누구를 믿고 말할 수 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삶 전반에 대한 회의로 번지게 된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재산을 처분하러 고향으로 가는 여정을 여동생의 부탁으로 린포체라는 영적 지도자와 함께하게 된다.

  

 여행 초기에 오토는 린포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나역시 그랬다. 영적 지도자라니... 싫진 않지만 시도때도 없이 웃어대고, 평범한 대화보다는 선문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뚜렷하지 않은 믿음체계가 사이비같은 수상한 냄새를 팍팍 풍기는 것 처럼. 오토의 생각처럼 언제든지 나를 개종시키려 들 것 같아서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정 중 대부분의 시간을 린포체와 차 안에서 보낼 때, 겉으로 꺼내지 못한 오토의 마음 속 외침에 많이 공감했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 여러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린포체와의 선문답 같은 대화들 속에서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린포체의 가르침은 계속 이어져 갔다. 린포체의 가르침은 오토나 길에서 마주치는 여러 회의론 적인 발언과 마주했을 때 종교적인 논쟁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린포체는 한가지 종교에 귀속되어 있지 않다. 여러 종교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자신만의 믿음을 새로이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때때로 마음 속에 여러 의문들이 떠올랐다. 나 역시 어쩔수 없는 회의론자의 한 명이 되어서 린포체에게 반박하고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잠깐 멈춰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느새 그의 쪽으로 마음이 점점 기우는 것이 느껴졌다.

 

 이 책은 무겁지 않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꺼내거나 강요하지도 않고 두 사람의 여정 속에 잔잔하게, 때로는 우연같이 교묘하게 여러 화두를 다루고 있다. 두사람과 6일간의 여행을 함께한 것처럼 천천히 조용하게 마음을 울리는 가르침들이 마음에 남아있다. 일부러 변화를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한 사람이 180도 바뀔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나도, 그리고 책 속의 오토도 일상에서 벗어난 큰 변화 같은 건 없다. 단지 마음 속의 빈자리를 막고 있던 두꺼운 막들을 모두 걷어내고도 빈자리가 환하게 빛을 발한다는 것. 다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함께 할 무언가를 얻은 느낌이다.

 

 

 

<남기고 싶은 한마디>

그의 얼굴에 세상에서 가장 깊은 평화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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