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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인
에이미 벤더 지음, 한아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흡사 동화같은 표지와 이미지가 선뜻 떠올려지지 않는 제목으로 인해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받자마자 펼쳐보았다. 어쩌면 영화화 되다는 것에 더 마음이 끌린 것일수 있었다. 얼마나 매력적인 소설일까 하는 기대감이 설레게 밀려들었다.

 

모나 그레이의 열 번째 생일 날, 아빠는 그녀가 잠들기 전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원히 죽지 않는 왕국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인구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되고 결국 왕국을 떠나거나 가족중 한 사람을 희생해서 왕국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한 가정은 서로 자기가 희생되겠다고 나서다가 각자의 신체부위를 내놓음으로 한 사람의 형체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자신의 다리, 팔, 코,,, 결국 다른마을로 떠나가게 되지만 행복하게 사는 가족. 이 이야기를 들려준 아빠는 그녀가 열 살 되던 해 의욕상실이라는 병에 걸려 회색빛이 되어버린다.

 

그해 그녀는 이름처럼 그레이로 살기로 한다. 맑은 파란눈을 가졌음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세상이 아름다운 색깔들로 치장해감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겐 그저 그레이일 뿐이다. 훌륭한 피아노 연주를 끝으로 피아노 치기 그만두기, 계속 기록을 깨며 달리기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일때 그만두기, 후식끊기, 영화관 끊기,,, 그런 그녀가 그만둘 수 없는 두 가지는 숫자연결하기와 나무 두드리기이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라 여기며 이어가는 습관들.

 

수학을 너무 싫어한 나머지 수능때도 포기했던 학창시절. 수학을 포기하면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는 수험생 시절이었지만 내가 그것과 바꿀 정도로 싫어했던 과목의 선생님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모나. 그녀에게 숫자란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지을 수 있는 그녀의 일부였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모나의 생각을 대변하듯 20, 50, 42의 소주제로 펼쳐진다. 20살 생일을 맞는 모나, 마라톤 번호 50과 그녀의 아버지 나이 50, 행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숫자 42.

이 숫자들을 중심으로 그녀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살아간다. 회색빛인 아버지와 동행하는 삶을 살기위해 기쁨의 순간에 그것을 포기하고 마는 모나의 십대와 모나 블루, 모나 그린으로 그녀를 되돌리고픈 과학선생님, 존스 아저씨가 있는 20대.


 

그런 20대를 열어줄 20살 생일에 도끼를 사는 모나는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찍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면 가족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열 살 이전에 들은 이야기가 그녀를 그토록 지배할 수 있을까. 아님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진해서일까. 가보고 싶은 많은 장소들을 포기한 채 여행사를 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어머니. 왕국에 머무르기 위해 서로의 부분들을 내어준 가족.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어도 그럴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그녀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이제 20살 . 푸르르게 빛나야할 10년을 잿빛속에 살았기에 이해하려 해도 과학선생님과의 스킨십이 좋으면서도 그럴 수 없다는 마음에 비누를 먹어 자신을 통제하는 그녀는 안쓰러움을 넘어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은 그녀의 무너질듯한 아찔한 공포와 신경쇠약적인 모습으로 인해 나까지 숨이 턱턱 막히고 괴로운 여정이었다.


 

그녀가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지켰던 습관들을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나. 그리고 그녀의 거짓을 알아채고 그녀의 참모습을 발견하고픈 과학선생 벤자민 스미스. 그녀의 재능을 사랑했던 존스아저씨. 자신보다 더한 고통을 지닌 제자 리사를 통해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살아야겠다고, 아빠보다는 살날이 더 많은 나이라고 깨닫는다. 그리고 51번째 아빠의 생일날 그녀의 동반자인 아빠를 마음속에서 놓아준다. 자신의 한부분을 없애고 그 모습을 서로 보면서 살아가는 대신 온전한 모습으로 독립해 사는 삶을 택한 모나. 그녀의 동화는 그렇게 마무리된다.

 


그녀는 자신의고통을, 아빠의 고통을,, 누군가 알아주길 원했다. 그녀는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계속 사인을 보낸다. 비단 그녀만의 것이 아닌 사인은 우리에게도 존재한다. 남들에겐 비밀이야 하면서도 알아주기를 바라고 그들이 알아채지 못했을때 슬픔의 사인, 분노의 사인, 체념의 사인을 보낸다. 자신도 다른이들의 사인을 알아채지 못하면서.

도움의 사인도 알아볼 수 없는 마음을 지니게 되진 않았는지 모나를 보며 새삼 돌아보게 됐다.



 

이 책을 읽고 난 기분을 숫자로 표현하면 어느정도나 될까.

하루하루의 기분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지혜를 준 존스 아저씨. 숨막힐정도로 행복한 50의 날들이 가끔은 찾아와 줘도 좋다고 생각해보며 책을 안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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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고양이
메이 사튼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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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집앞일때도 있고 한참을 논밭을 보며 걸어야 하는 때도 있다. 피곤할때는 집앞에서 내렸음 하기도 하지만 여유있는 날은 여름을 한껏품은 자연과 그 위를 신나게 우왕좌왕하는 나비, 벌, 잠자리, 새들을 보는 쏠쏠한 재미에 걷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다. 그렇게 여유를 만끽하던 어느날 인도 오른편 풀밭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고양이를 발견했다. 너무 얌전히, 그리도 너무 집중해서 뒷다리를 접은채 앉아있는 고양이에 호기심이 일어 한참을 고양이 눈을 따랐더니 앞저리에서 하늘하늘 날고있는 흰 나비를 진지한 눈동자로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어찌나 귀엽던지,, 웃으며 가던길을 재촉하다 그냥 갈수 없어 다시 뒤돌아 고양이를 빼꼼히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눈치를 챘을까. 나비에게서 눈동자를 돌려 나를 응시한다. 놀라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고 그저 눈동장의 위치만을 바꾼채 나비를 쳐다보던 눈동자로 날 쳐다본다. '넌 누구야,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라는듯. 그렇게 한참을 서로 응시하다 내가 결국 발걸음을 돌려서야 엉킨 눈빛이 풀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고양이에 대한 나의 편견이 벗겨진것이.

초등학교 때 읽었던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의 공포, 주택에 살적에 음식만 내 놓으면 사정 없었던 도둑고양이들, 중학교때 무용선생님이 자취할적에 선생님이 주인집 고양이를 싫어하는 내색을 했더니 선생님 문앞에 죽은 쥐를 놓았다던 주인집 고양이-사실 나라도 싫어했을것 같았다. 그 선생님은.

크면서부터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고양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때 인터넷과 TV에서 못이 박힌 고양이들을 보게 되었다. 가슴이 아려왔고 죄없는 동물들에게 무슨짓일까 싶어 고양이에 대한 사진들을 보게 되었고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새삼 발견하게 된 시기였다. 그 뒤로 길에서 고양이들을 보면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 싶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가끔 사람의 눈길에 도망가기도 하지만 -거의 자동차 밑으로- 가던길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응시하는 그들이 곁에 놓고 키우는 강아지보다 정겹기도 했다.

 

메이사튼의 <신사고양이>는 일방적으로 보던 고양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가가 실제로 키웠다던 고양이 톰 존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책은 발간된 이후 톰 존스를 미국에서 인기있는 명사고양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어떤 고양이이길래 1957년 이후 지금까지, 그리고 머나먼 한국땅에서도 내가 그를 만나볼 수 있도록 유명해진 것일까.

 

자신을 털복숭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신사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로 버림받은 후 알렉산더라는 소년에게서 택함받고 그와 6개월을 함께 한다. 그 소년의 변덕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선 산책은 그를 길고양이로 만들었고 2살이 될때까지 길고양이로써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을 가꾸며 살았으나 외로움과 배고픔이 그를 감싸며 자신에게 아주 적합한 이상적인 가정부를 찾아야겠다고 맘먹게 된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 책은 읽을때마다 고양이의 행동들이 생각나며 미소가 머금어지게 만들었고 내가 생각지 못했던 고양이의 습성과 성격들을 알수도 있었다. 사람을 자신을 돌봐줄 가정부라고 생각하고 누가 주인인지 인식시키려는 고양이.

그는 결국 이상적인 가정부 둘이 있는 집을 찾았고 그 집에서 '톰 존스'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 덕에 건강도 회복되고 무시무시한 길고양이 톰 존스에서 평화의 고양이가 되어가는 그는 본성으로 전해져오는 고양이 계명들을 잊어가기도 하고 시를 지어 노래로 읊조리는 낭만 고양이이다. 그러던 어느날 가정부들이 이사를 가게 되고 몇년동안 잊고 있던 계명 하나가 떠오른다. '신사고양이는 사람보다 장소에 애착을 가져야 한다' 더할 나위없이 평안하고 안전했던 집, 베란다, 배나무,,,에 대한 애착과 맛있는요리, 따뜻한 손길과 평안했던 무릎, 개박하의 숙취와 장난치기 좋은 장난감 쥐, 가정부들의 보살핌,,,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계명을 어기며 사랑을 택한다.

이사간 곳에서 만난 사악한 고양이는 자기가 왕이라며 시비를 거나 톰 존스의 친구가 되자는 뜻밖의 반응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나 털북숭이 인간은 그때 그곳에서 깨달았다. 왕이 되기보다 철학자가 되는 것이 좋다고, 어느 모로 보나 지혜가 권력보다 좋다고 깨달았던 것이다. 집이 있는 공식 철학자로써 시대를 걸쳐 전해온 십계명을 나름대로 정립한 후 단순한 신사고양이에서 더 귀한 존재가 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열한번재 계명을 만들어내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한번째 계명을 만들어낸다.

열한번째 계명은? 책을 읽고 알아볼 수 있는 비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사랑스런 또 다른 고양이를 만난 기쁨, 그리고 고양이의 생각을 들으며 놀라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톰 존스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와 같은 또 다른 톰 존스들이 세상 곳곳에서 자신만의 계명을 만들어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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