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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도둑맞은 가난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1
박완서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어릴적 기억에 김희애가 양갈래 머리를 곱게 땋아내리고 검은색 치마를 입고 생기발랄하게 화면을 채우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었다.
지금껏 '나목'이란 드라마는 나에게 그렇게 기억되었고 이상스레 다시한번 꼭 접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나름 바쁘다생각한 삶을 살고 어느정도 여유를 찾으니 예전에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것들을 해 보고 싶었고, 그중 '나목'이란 책을 꼭 찾아 읽어야겠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목과 함께 여러 단편집을 엮은 책이 나와있길래 주문해 읽어보았다. 189p되는 책도 장편소설이라고 나오는 판에 300p넘는 나목이 단편집과 엮어지니 다른 단편들을 함께 훑어볼 수 있는 작은 기쁨조차 덤으로 주어졌다. 어린 나의 눈에 어떤 점이 비추어졌길래, 얼마나 인상적이었길래 원작인 소설을 찾게 만들었던 것일까. 작품을 통해 확인해보고팠다.
나목을 비롯해 6편의 단편들은 배경이 비슷했다. 작가가 배경으로 한 시대를 중심으로 책을 엮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한국전쟁전후를 중심으로 해서 인물들의 삶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쟁통에 죽은 아빠와 오빠들, 남편, 올케,,,,
남은 이들은 잃은이들의 허상을 붙잡고 일생을 보내기도 하고, 탈출하고 싶기도 하고,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아픔은 남고, 치유하기란 힘이 드는 작업이다.
작가는 남은 이들의 구기진 삶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남은 이들의 아픔? 상처? 허망함? 갑자기 밀려드는 해방의 감정?
소설속에서 남겨진 자들의 다양한 해결책처럼 독자도 그들의 삶을 통해 느끼는 바도 각기 다를 것이다.
나또한 작품마다 달랐으니까.
경아라고 불리우는 이 경은 전쟁통에 오빠둘을 잃고 이 기억을 떠안고 사는 엄마와 고가에 살고 있다. 오빠들을 날려버린 행랑채의 무너진 지붕을 떠안고 사는 고가.
오빠들에 대한 기억만으로 삶을 유지해나가는 엄마에 대한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삶에 대한 허기짐으로 나타나고, 그녀는 그것을 옥희도씨에 대한 사랑으로 보답받고 싶어진다. 그리고 미군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것으로 탈출하고 싶어했던 기억은 선명한 괴로움으로 그녀를 괴롭혀 소리를 지르며 미군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회색빛이었던 삶을 채색해줄 연인으로 서로를 곁에 두고 싶어했던 옥희도씨와 이경.
그 시대에 혼란스러웠던 맘을 채울 방법중 하나였을까.
오늘날 돌고 돌아가는 이 세상속에 우리 맘을 채워줄 방법은 무엇일까.